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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아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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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온라인 게임에서 만나 여태 각별히 지내고 있는 후배의 가장 좋은 장점은 주위 사람들의 생일을 잘 챙긴다는 데 있다.

따지고 보면 비단 생일 뿐만이 아니다.

각종 특기할만한 기념일이나 상대에게 의미 있는 일들을 기억해 뒀다가 화제로 삼거나 해서 관심을 표현하곤 한다.

 

그래서 다소 수다스러운 성격 탓에 싫어하는 사람들도 간혹 있는 모양이지만 나는 그 동생이 예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상대방의 기념일은 커녕 나 자신의 기념일조차 잘 챙기지 못하는 편이었다.

심지어는 내 생일도 모른다.

한참 지나고 나서 "어? 내 생일 지났잖아."하기 일쑤였다.

이전의 생각으론 생일 따위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여겼었다.

다른 사람은 차치하고 나의 '탄생일'이 축하받을 만한 일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열달 동안 수고해서 사랑으로 나를 낳아준 어머니에 대한 감사와는 별개로,

세상에 태어난 건 고뇌하며 살아가기 위한 것 아닌가.

하나도 축하할 만한 일은 아니다,라고.

 

지금 생각해보면 어린 주제에 꽤나 비관적 사고방식의 소유자였던 모양이다.

 

그 동생이 부지런히 해마다 내 생일을 챙겨주고 자기 생일을 챙겨받길 즐기고 하는 모양을 보며 깨달은 게 있었다.

 

다소 귀찮은 일이긴 하지만 그렇게 함으로써 서로에게 즐거운 일이되고 추억이 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 애의 생일을 챙기면서 나는 비로소 그녀가 평소에 어떤 물건을 좋아하고 관심있어 하는지 알게 되었다.

함께 선물을 고르면서 눈을 빛내는 그녈 보고 있노라면 작은 물질적 선물이지만 상대를 위해 내가 뭔가를 해 줄 수 있다는 사실이 뿌듯하기까지 했다.

 

그녀가 내 선물을 골라줄 때는

"언니, 저거 필요하다지 않았어?"

"됐어, 나중에 내가 사면 돼. 너무 비싸."

"아이잉~~이럴 때 아니면 언제 저런 거 써봐. 언니 선물 사 줄 정도의 능력은 된다구요. 걱정 말아요."

그리고는 턱하니 그 물건을 집고는 계산을 마친다.

언니, 담엔 내가 더 좋은 걸로 사줄게요. 라는 말을 잊지 않고.

 

물건의 값이 나에 대한 사랑의 척도라곤 생각지 않는다.

다만 나를 생각해주는 그녀의 마음이 느껴져 미안함과 고마움을 동시에 느끼곤 했다.

 

 

 

가끔은 내 생일보다 몰일을 기억해 주는 사람이 많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누군가의 생몰일을 기억한다는 것은 그 사람에 대한 온당한 관심과 애정의 표현이다.

 

당신이란 사람이 오늘 태어났군요. 그런 당신을 알게 되어 기뻐요.

당신이란 사람이 오늘 세상을 떠났군요. 생전에 함께 했던 추억들을 잊지 않겠어요, 그런 뜻이다.

 

육신은 죽어도 타인의 마음 속에 여전히 살아있다는 것은 멋진 일 아닌가. 

사람의 수명은 정해져 있지만 그가 존재했다는 흔적은 기한이 없다.

 

 어떤 이에게 나는 그런 사람으로 남고 싶은 욕심이 있다.

그래서 나는 소중한 인연을 만나고 생각하고 키우고 다듬고 있는 중이다.

 

2012년 7월 6일 현재, 나는 살아있다.

HEART
2012-07-06 16:59:50

생일축하합니다:)
만년아가씨
2012-07-06 17:02:31

고맙습니다요~
비버
2012-07-06 17:05:38

생일 축하드려요~~
만년아가씨
2012-07-06 17:06:20

아앗! 댓글이 바로 달리는 걸 목격했어!ㅋㅋ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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