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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아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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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한 상황에 따른 상대적 시간의 흐름

하도 오래전 본 영화라 자세한 스토리는 기억나지 않지만 '모모'라는 영화를 보면 시간도둑들이 나와 사람들이 얼마나 시간을 하찮은 일에 낭비하는지 열변을 토하는 장면이 나온다.

 

인생의 대부분을 쓸모없는 잠으로 날려버린다는 대사에는 나도 모르게 '아 그러고보니 그렇네'하고 생각하기도 했다.

 

사람의 인생을 시간으로 따지며 할 일 없이 날리는 시간을 제외하면 정말 우리의 삶은

짧은 시간이다.

그러니 잠은 최대한 적게 자고  공상도 말고, 쉬지도 말고 오로지 생산성 있는 일에만 몰두해야 한다라는 강박이 어느틈엔가 슬그머니 자리잡고 있었던 적이 있었다.

 

그래서 직업을 가지지 않고 집에서 편하게 지낸 시간에 나도 모르게 스스로 죄책감을 가지고 있었던 모양이다.

물론 긴 시간동안 마냥 아무 일 없이 뒹굴댔던 건 아니지만 오랫동안 사회생활을 접은 상태에서 다시 구직활동을 하고 직장인들을 만난다는 일상의 충격은 내게 적지 않은 스트레스와 동시에 소소한 기쁨을 주고 있다.

 

쉬고 있을 때 느꼈던

 '내가 이렇게 마냥 시간을 보내고 있어선 안되지 않나? 나 너무 이 나이 될 때까지 해 놓은 거 없지 않나?'하는 생각은

 

 '좀 더 열심히 해야겠구나. 너무 오래 쉬어서 감각을 잃었으니 그만큼 힘도 배로 들겠지. 최소한 민폐는 끼치지 말아야겠다'라는 생각으로 대체되고 있다.

 

'아, 오늘도 너무 하는 일 없이 그냥 지나갔구나' 대신 '아, 오늘도 힘든 하루였구나'하면서 빨리 주말이 오길 기다리는 기쁨을 나는 아주 오랜만에 만끽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쉬고 있을땐 생각지 못했던 마음의 여유가 지금 오히려 생긴 셈이다.

 

열심히 일한 뒤 취하는 휴식은 달콤하다.

월요일이 오는 게 싫은 이유는 그래서가 아닐까.

 

쓸데없이 게으름 피우며 보낸 한 달이 아닌 미래를 계획하고 기약하는 한 달이 생각보다 금방 지나버렸다.

 

이제는 시간이 너무 느리게 가지 않는다.

내 인생의 시계는 다시 활기차게 돌아가고 나이를 먹는 것에 대한 한탄을 하겠지만 나는 어쩐지 연말이 기다려진다.

 

연초에 계획했던 일이 이루어졌어.

또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며 어떤 계획을 세워볼까 하고.  

 

화츈
2012-10-13 18:3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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