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회원가입
만년아가씨
...
3.1절

오늘은 3.1절이다.

유관순 누나...아니 할머님이 아오내 장터에서 사람들에게 태극기를 나눠주고

목이 터져라 "대한 독립 만세"를 외쳤던 그 날 말이다.

 

1919년이었으니까 90년을 훌쩍 뛰어넘은 지금, 현재의 나는 어느새

3.1절은 하루 쉬는 날, 고로 즐거운 날이라는 생각부터 하게 되는,

안락에 젖은 대한민국 소시민일 뿐이다.

 

내가 초등학생인 시절 때는 그래도 삼일절 노래, 개천절 노래 같은 걸 한

일주일전부터 학교에서 가르쳤더랬다.

요즘 학교에선 어쩌는지 모르겠지만.

초등학교 3학년 때였나....

담임 선생님이 나이 지긋한 할아버지 선생님인 바람에 풍금을 못 쳐서

그러셨는지 집에서 삼일절 노래인가 개천절 노래를 미리 배워오랬다.

 

요즘 학부형들 같으면 그딴 걸 학교에서 안 가르치고 대체 왜 바쁜 부모들에게 떠넘기냐고 난리겠지만

그때만 해도 자녀의 담임 선생님은 어렵고 존경스런 존재였다.

 

어쩔 수 없이 나는 집안 일하는 엄마대신 아빠에게 숙제를 보이고 노래를 알려달라고 하는 수밖에.

평소에는 9시 이전에 잠이 드는 초등학생 딸이 그날따라 못한 숙제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끙끙대는게 보기 안쓰러웠던지 아빠는 말도 안되게 낮은 키로 음을 잡아주셨다.

 

반주없이 남의 노래를 따라하는게 이건  또 여간 고역이 아니었지만 나도 모르는 노래를

아빠는 어떻게 알고계실까 무척 신기하기만 했다.

 

음, 유관순 언니는 어린 나이에 정말 대단한 일을 했구나. 정말 존경스러운 훌륭한 인물이야.

어린 나이에 감옥에서 고문을 받으면서도 뜻을 굽히지 않다가 숨을 거두었구나....

 

글쎄, 어릴 때의 나는 이미 훨씬 지났고 세상사의 쓴맛 단맛을 웬만큼(?) 보고있는 현재의 나는

독립만세를 불렀던 그녀의 꽃다운 나이에 주목하고 있다.

 

17세? 19세?...현재의 고등학교 1-3학년, 입시에 치여 사는 대한민국 청소년에 비해 한 일이 너무 거국적이다.

뜨거운 피는 순수한 열정과 신념을 갖게 한다.

순수한 열정과 신념은 때로는 불가능을 가능케 하기도 한다.

아픈 현대사의 전태일처럼.

 

유관순 할머님은 분명 위인이다.

만일 그녀가 19세가 아니라 29세의, 39세의 나이였다면 그런 용기와 열정이 있었을까.

모를 일이다.

 

하지만 실은 나이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육체의 나이가 아니라 정신의 성숙도가 의지와 신념을 결정짓는 걸지도 모른다.

 

위인전에 나오는 얘기들이 모두 사실은 아닐지라도 역사를 이끌어 간 인물임에는 틀림없다.

비범하지 않은 그들의 평범한 일상은 어떤 것이었을까?

19세의 유관순은 독립만세를 부르는 것 말고 어떤 꿈을 꾸고 있었을까?

 

 

 

 

댓글 작성

일기장 리스트

인생은살아지는걸까,살아가는걸까? 250 정이의 발자국 8

히스토리

키쉬닷컴 일기장
일기장 메인 커뮤니티 메인 나의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