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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아가씨
...
시사촌 여동생이 죽었다.

방 안에 번개탄을 피워놓고 술을 잔뜩 마신채로 영원한 잠을 잔거다.

 

참, 사람이 오죽 살기 괴로웠으면 그랬을까 이해부터 해보지만 그래도 꼭 그런 식으로 가야했나, 꼭 그 방법 뿐이었나 생각하게 된다.

 

가까운 식구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그녀가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는 걸 알고있었고 벌써 자살 시도도 한 번 한것 같았는데 이 사태를 막지 못했다고 한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자살 하는 사람은 죽기 전에 주변인들에게 모종의 싸인을 준다던데 그런 걸 다 알고 있었으면서 죽음을 막지 못했다고?

 

뭐, 예전엔 이렇게 생각한 적도 있다.

그러나 이제는 혼란스럽다.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 그 사람의 죽음을 말릴 수 있었을까? 

이미 살 생각을 스스로 포기하고 희망을 갖기도 거부했다면 설혹 24시간을 그 사람 곁에 붙어 지킨다고 한들 막을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나는 이제는 '당연히 그렇지요.'라고 단정할 수가 없다.

 

장례식장을 다녀와서 남편은 "얘가 어쩐지 통 연락없던 애가 며칠전에 카톡을 보냈더라고. 그래서 이런 저런 얘길 하긴 했는데...워낙 밝은 아이였고 그날도 웃으며 통화해서 전혀 그런 기색은 없었다구."

 

남편은 마치 자기가 무심해 이 사단이 난 것같단 생각에 지금도 심란해 하고 있다.

 

알았다면 막을 수 있었을까?

내가 좀 더 신경쓰고 잘해 줬다면 막을 수 있었을까? 하고.

 

이게 비단 남편 혼자만의 생각이겠나.

남아있는 가족들 모두 마음의 짐을 하나씩 갖게 되었다. 그것도 아주 무겁디 무거운....

 

수시로, 아니면 해마다 기일이 되면 다들 그렇게 스스로를 괴롭히겠지.

그래서 이렇게 떠난 사람을 '나쁘다' 라고 하나보다.

 

빈소는 썰렁했다.

물어보니 고인의 친구들은 아무도 오지 않았다고 한다.

아마 가기 전에 미리 정리를 다 한 것 같다고....

 

해마다 11월 12월이 되면 연예인 누가누가 죽었다는 기사가 꼭 하나씩은 뜨더라.

연예인은 죽으면 "누가 죽었다더라" 관심이나 있지만 우리같은 일반인들이야 그럴 일이 없다.

무슨 호상이라고 빈소가 시끌벅적 할 리도 없고.

마지막 가는 길도 쓸쓸하기 짝이 없을 뿐. 

 

당연하겠지만 시숙부는 얼굴이 말이 아니었다.

아무래도 지병인 암이 악화되진 않을까 걱정된다.

 

게다가 그 집 딸래미 좋은 데 시집가서 이제 발뻗고 잘 살겠지 했는데 웬걸, 그 딸의 남편도 암이라니 집안에 우환이 끊이질 않네.

 

참 안타깝다.

 

 

 

 

 

 

엄마는외계인
2013-12-27 21:26:10

비밀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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