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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아가씨
...
장래 희망

"우리 딸은 커서 뭐가 되고 싶어?"

좀체 내게 말을 걸지 않는 엄마가 어느날 내게 그렇게 물었었다.

초등학교 저학년이었던 나는 "티비에서 노래하는 가수."하고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었다.

하지만 내 대답에 엄마는 엄한 목소리로 "그런 건  되는 게 아니야."라고 못 박으셨지.

 

엄마의 반응에  충격을 먹었는지 난 그날 이후로 이연자나 이미자, 장미화나 하춘화, 나미같은 가수가 되고 싶다는 생각은 의식적으로 말살했다.

엄마가 말한 '되는 게 아닌' 티비 스타 '가수'란 참 부정적인 거구나, 그건 직업이라 부를 수 있는 게 아닌 거구나 하고.

온갖 '썰'과 온갖 '일들' 이 난무하는 연예계 판에 딸이 뛰어들겠다니 당시 보통 어른들 생각이 꼭 우리엄마 생각이었으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노래하는 것을 참 좋아했다.

가수가 되지 말라고 한 엄마조차도 집안일을 하며 노래를 자주 흥얼거리셨으니 내가 음악을 좋아하는 건 어머니에게 물려 받은 건지도 모른다. 

 

초등학교 시절엔 합창부를, 고등학교 시절엔 중창단 활동을 했고 심지어 음악 선생님과 그다지 친하게 지내지 않았음에도 음악시간에 우리반 노래 시창은 내가 도맡다시피 했었다.

 

그럼 뛰어나게 노래를 잘 불렀느냐,

내 생각엔 그건 아닌 거 같다.

스스로가 노래 부르기에 재능이 있다고 생각이 되었다면 지금쯤 성악을 전공했거나 정말 가수를 했을지도 모르니까.

 

"00가 부르는 거 정말 듣기 좋지? 저렇게 모음은 입을 둥글게 모으고 길게 발음해야 좋은 소리를 낼 수 있어."

아마도 음악 선생님은 내가 특별히 재능이 있다기보다 보여주기 좋은 정석이나 표본 같은 거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마치 연습용 피아노나 바이올린처럼.

입문해서 그럴듯한 소리는 낼 수 있지만 더 이상의 기교나 영혼을 울리는 음색을 기대하는 건 무리인.

 

변명일지도 모르겠다.

엄마가 가수가 되는 걸 반대했다는 둥, 성악을 전공하기엔 집안 형편이 어려웠다는 둥....

분명한 건 그 시절의 나는 음악으로 밥 먹고 살 궁리를 못했다는 거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건데, 만일 대중가요 가수가 되거나 성악가 혹은 뮤지컬 배우가 되었다면 나는 노래 부르는 걸 여전히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을까 싶다.

내가 노래를 부르기 즐겼던 이유는 멜로디를 흥얼거리는 단순한 '기쁨'때문이었다.

 

그 속에는 아무런 계산이나 원칙 같은 건 없었다.

노래를 부르고 있는 동안은 잡념이 사라지고 가사의 주인공은 온전히 내가 된다.

그런 과정 자체가 진심으로 날 기쁘고 행복하게 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만일 직업으로 노래를 선택했다면  끼니를 잇기위해 노래를 부르는 게 고통이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찌됐건 감상은 여기까지.

 

2014년 지금의 나는 '노래 부르는 법'을 잊어버렸다.

태생이 카나리아가 아니라 그저 참새여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하하.

 

대신 나의 장래 희망은 '좋아하는 일을 잡아 그럭저럭 안정적이고 편하게 사는 것'이 되어버렸다.

인생 뭐 있나. 등 따시고 배부르면 다지.

 

그래, 어느 새 이런 나이가 되어버렸다.

개탄을 한다고 흘러간 세월이 돌아오는 것도 아니고, 육체가 늙어가도 정신마저 늙기전에 단디 붙잡으려면 용을 쓰는 수밖에 없다.

 

언젠가 생활이 안정이되면 다시 노래를 해 봐야겠다 생각했었다.

그러나 노래는, 노래하기는 생각보다 가까이 그리고 즉시에 있다.

 

이제부터 천천히 불러볼까 싶다.

어차피 누군가에게 들려줄 것도 아니고...

 

일일일가(一日一歌)를 이번 2월달의 목표로 삼고

당장 오늘은 이 노랠 연습해야지.

엑소의 '으르렁'부터....

 

헐, 이거 어렵다.

성악톤으로 으르렁 대다가 혼자 빵 터진 건 비밀이다.

HEART
2014-02-08 22:31:52

ㅋㅋㅋㅋㅋ 마지막 한줄이 포인트!!
그렇게 살아오셨구나ㅋㅋㅋ
전 원래 노래 못불러서 듣는 것만 하고
집에 혼자 있어도 잘 안불렀는데 ㅋㅋ

여기선 도통 가요 들을 틈이 없어서
엑소가 누군지 모름 ㅋㅋㅋㅋㅋ
언니가 나보다 신세대 ㅋㅋㅋ
만년아가씨
2014-02-08 23:26:30

비밀 댓글.
HEART
2014-02-09 08:55:04

비밀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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