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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아가씨
...
이웃집 그들 2

드르르르륵.

드릴로 뭘 뚫는 소리에 일기 쓰는 걸 중단했다.

잊어버릴 뻔했다. 가끔 무슨 대공사를 하는지 지금처럼 망치로 쿵쾅 거리는 소리와 드릴 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이럴땐 내 방에 짱박히거나 외출을 하는 게 상책이다.

 

그럼 계속 이어서.....

엄마, 이 분은 뭔가 억압된 게 많은 사람인 것 같다.

작년에 이사오고서 며칠 안 지났을 때였다.

다행히도 지금은 그 버릇을 고치신 모양이지만...

 

빌라 내 사는 사람 중 누가 흡연자였나보다.

복도를 오가다 보면 흡연자들은 잘 모를지도 모르지만 비 흡연자는

담배 연기 냄새를 희미하게나마 맡을 수 있다.

 

옆집의 여사분도 담배냄새에 아주 민감하신 편인지 대뜸 창문을 열고 쌍욕을 해댄다.

내 생전 그런 질펀한  욕은 처음이다.

 

미친x, 이상한 x으로 시작해 십원짜리에 개 시리즈로 시작하는 온갖 육두문자(아마도 그녀가 아는 욕을 총 동원한 듯 싶다.)

피려면 니네 집에서 쳐 피워라로 끝내더니 창문을 탕 하고 닫는다.

 

어찌나 크게 욕을 해댔는지

조용한 주택가라 근방의 10미터 이내 집안에

사람들이 있었다면 다 들을만큼 큰 목소리였다.

 

그걸로 끝인 줄 알았는데 웬걸,

다시 창문이 열리고 2차 욕설 웅변이 계속됐다.

 

어이없고 웃겨서 듣다보니 고래고래 악을 쓰고

고함 지르는 게 어쩐지 안돼보이는....??

 

스스로의 기에 질릴때까지 소음을 내다 그제야

다시 창문이 닫히고 조용해진다.

 

그 이후로 가끔 그런 일은 반복되었는데 요새는

복도에 담배냄새도 없어졌고 더불어 욕 웅변도

없어졌다.

아마 흡연자 분이 다른 곳으로 이사가셨을 거란

추측을 해본다.

 

 

 

 

마지막으로 아들,

이 분은 십대 남자애답게 집에 거의 붙어있지 않을 거라 확신한다.

집에만 있으면 부모님의 잔소리에 숨이 막힐 시기니까.

 

 

역시 이 집으로 이사오고서 한 달인가 두 달인가 지났을 때였다.

그 날은 옆집 부모가 밤새 집을 비웠나보다.

나는 이웃집에서 들려오는 소음 때문에 무려 새벽 5시까지 잠을 설쳐야 했다.

 

이유인즉, 옆 집 남자애가 친구들을 집으로 불러 파티를 한 듯 했다.

음악소리, 이야기 소리, 웃고 떠드는 소리....

 

몇 번인가 옆 집으로 건너가 조용히 해달라고 말을 할까 말까 망설였었다.

요즘 세상이 하두 뒤숭숭해서, 때마침 뉴스에 행인이 어느 집에 침입해 다짜고짜 주인을 찔러죽인다거나 웃는 얼굴들이 싫어 차를 타고 거리의 가게문으로 곤두박질 쳐 손님들을 숨지게 했다거나 하는

묻지마 범죄가 많이 나오던 때여서 결국은 항의하기를 관두었지만.

 

참 다행히도 아들과 엄마가 시끄러웠던 시기는 지났는데 이번에는 아빠다.

요즘 이웃집 아빠의 잔소리는 낮과 밤을 가리지 않는다.

 

남편과 나는 그럴 때 둘이서 얼굴을 마주보고 폭소한다.

"저 집 아빠 또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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