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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아가씨
...
헐, 얘야...선생님은 바보가 아니란다.

초등학교 5학년 짜리 남학생에게 오늘 기막힌 말을 들었다.

 

ㅅㄱ와 보드게임<교통체증 탈출하기>에 관해 이야길 나누던 중 가장 어려운 단계 40단계는 버그(반칙같은 것)를 쓰지 않는 한 너무 어려워 그건 도저히 풀 수 없다고 ㅅㄱ가 말했다.

 

나는 "문제가 있다면 반드시 해답도 있지. 정 혼자 풀기 어려우면 여기 문제카드 뒷면에 보면 해답이 있어. 이걸 보고 풀면 될거야."

 

당연히 문제를 어려워하는 아동에게 길잡이를 알려줬으니 고맙단 말은 못들어도 "으응, 그렇구나."란 반응일줄 알았었다.

그런데 돌아온 대답은 황당했다.

 

"선생님, 제가 아까 한 말 못들었어요? 버그 쓰지 않으면 그 문제 죽어도 못 푼다니까요. 이 선생님 아이큐 모자라나봐. 이상해...."

이번엔 옆에 있는 아이들에게 그렇게 말을 건넨다.

 

이 자식을 어떻게 조져 버릴까란 생각은 아주 잠깐 솔직히 했었지만....

명색이 선생인데 절대 그럴순 없었다.

 

내가 초등 5학년때 감히 저딴 말을 선생님에게 할 수 있었을까 생각해보니 더욱 울화가 치민다.

그렇지만 최대한 마음을 가라앉히고 조용히 상담실로 불렀다.

 

"ㅅㄱ야, 아까 네가 그 말을 해서 선생님은 굉장히 슬프고 또 화가 났었어. 선생님은 너보다 어른이기 때문에 네가 그런 말을 했다고 해서 널 때리거나 욕을 하진 않을거야. 하지만 만일 다른 친구가 그런 말을 들었다면 그 친구는 아주 상처받았을거 같아.

네 말도 옳지만 가끔은 다른 친구의 의견에도 귀를 기울이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뭐 이런 요지의 내용을 차분히 이야기 해줬건만....

이노무 자식은 시선을 딴데로 두고 영혼없는 "네,네."만 연발한다. 

 

머리는 똑똑할 지 몰라도 인성은 형편없는 요즘 아이들.

문제를 푸는 과정보다 무조건 답만 맞으면 된다는 성급한 생각, 자신보다 조금이라도 못하면 왕따를 시키고 타인의 감정은 존중할 줄 모르는 오만과 이기.

 

그렇지 않은 아이들이 많을 거라고 믿고 싶다.

그리고 내가 할 일은 그렇지 않은 아이들로 자랄 수 있도록 밑거름이 되는 것이고.

 

내일도 힘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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