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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아가씨
...
시누 노릇

                               다가오는 아빠의 생신에 음식 장만은 어떻게 할지, 혹 음식 장만이 힘들면

                              외식                        은 어떨지 상의하기 위해 올케 언니에게 전화를 했다.

 

"나 요새 너무 바빠서 아버님 생신이 언제인지 모르고 있었어요."

전업주부면서 무엇이 그리 정신없이 바쁜지 모르겠지만 본인이 그렇다니까 그런가부다 했다.

"네, 다음주 주말이 아빠 생신이 있는 날이라 식구들 다 모이려면 전 주말에 모여야 할 거 같아요."

"근데 어떡하죠, 아가씨? 그 날 우리딸 수업이 있어서 못 가게 될 수도 있어요."

"..........."

예상치 못한 대답이라 잠깐 침묵했다.

"요즘 애 아빠도 힘들어하고 아이 수업 때문에 이번엔 참석이 어렵겠어요."

"그래요? 근데 무슨 수업이에요? 유치원이 토요일도 수업이 있나요?"

"네, 매 주마다 있어요."

차마 언니가 없으면 조카 혼자 수업을 받을 수 없느냔 말이 나오지 않았다.

 

솔직히 서운했다.

언니가 시부모의 생신을 신경쓰지 않은지 1년쯤 된 것 같다.

뭔가 서운한 일이 있을 거란 생각은 든다.

하지만 그게 무엇이든 어른들 생신 챙기는 일은 며느리의 기본도리 아닌가 .

 

내 상식으로 이해가 되지 않았다.

결혼하고 내가 배운건 내 생각이나 감정과는 별개로 시집 식구들을 챙겨야 한다는 것이었다.

좋든 싫든 식구들의 대소사를 챙기다 보면 미운정 고운정 드는건데,

올케 언니를 보면 나는 구세대의 인습에  얶매어 있고 언니는 요즘 세태에 빠르게 적응하는 며느리같다. 

 

여태 생신상 차리란 말을 한 적도, 거한 선물을 내놓으라 한 적도 없는데  식구들 다 모였는데 어떤 음식을 준비할지, 어른들 갖고 싶은 선물이라도 있는지 여쭙는 걸 본 적이 없다.

심지어 음식을 할때도, 설거지를 할 떄때도 아이를 봐야한다해서 오히려 일하지 말라고 말린적도 많은데 어째서 이렇게 안 하려고만 할까.

 

계속 침묵하는 내가 신경쓰였는지

"어떻게 할 지 오빠랑 의논해서 결정할게요. 이번 주 까지 전화드릴게요."

라고 한다.

 

"언니, 그래도 어른들 생신인데 와야 하지 않을까요?"

겨우 한마디 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똑같이 나중에 연락을 주겠단다.

 

오빠가 서운하게 했던 걸까, 아님 시부모님에게 서운한게 있었던 걸까.

 

언니와 터놓고 이야기 하고 싶었지만 소심한 마음에 '같잖지도 않게 시누노릇 한다'는 소리 들을까 생각을 접었다.

 

마음이 어지러웠지만 정리해 보려 노력해봤다.

 

그래, 내가 언니랑 결혼한 것도 아니고 엄연히 오빠가 곁에 있는데 그 쪽 식구들이 알아서 할 문제지.

내 부모 생신 내가 챙긴다 생각하면 억울할 것도 없고.

괜히 나서서 시누 노릇 하려하지 말고 내 할 일만 하자.

 

그렇게 마음을 정하니 속이 좀 편해졌다.

 

한편으론 언니가 계속 맘의 문을 닫으면 나도 나지만 그건 그것대로 언니 자신을 불편하게 할 수도 있겠다 싶다.

내 속이야 한 가족인만큼 고민도 나누고 어렵다 하면 돕고 싶지만 솔직히 이렇게 한 번 어긋나면 다시 좋은 마음이 생길까 걱정되기도 한다.

 

어떻게 대해야 할지 무척 조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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