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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아가씨
...
11월 3일

밴드 공지를 보고 수업 신청을 했으나 순서에 밀려 맡지 못했다.

 

출근하니 영옥샘이랑 원장님이랑 그 얘길 하고 있다.

 

온갖 불만들을 들으며 그러려니 하고 아무 생각없이 맞장구 치던 내게 덜컥 원장님이 " 쌤이 임팀장한테 전화 좀 걸어서 어떻게 된 건지 물어봐." 그러는 거다.

 

등 떠밀려 뭐라 말해야 하나 고민하다 전화를 했다.

 

이 임무는 내가 아니면 할 사람이 없다는, 반쯤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저기, 팀장님, 실은 어제 직원 분이 올리신 공고보고 수업 신청했었는데 다른 도시에 사는 분들이 가게 되셨더라고요.

 

분명 우리 지역 근처에 사는 선생님들이 신청해주셨으면 좋겠다는 글이 공지에 있길래 신청한 건데...

 

영옥 샘이랑 저랑 그거 보고 나름 기대했었는데 조금 실망했었거든요.

혹시 강사 선정 기준이 따로 존재하는 건가요?"

 

"네, 특별히 강사력이 필요한 경우 빼곤 선착순이 원칙입니다."

 

"잘 알겠어요. 그런데 공지 올리신 분은 그 원칙을 알고 계시나요? 아님 단순한 그 분의 실수인가요?"

 

"........"

 

잠깐의 침묵으로 보아 그녀는 잠시 당황했나보다.

 

"실수였나봐요. 어제 제가 일이 있어 사무실을 비웠거든요."

 

"그럼 앞으론 이런 오해가 없을 거라 생각하면 되겠지요?"

 

"네."

 

간단한 인사를 마치고 전화를 끊었다.

상당히 부드럽고 정중한 태도로 말했다고 자부한다.

그런데도 뒤가 찝찝하다.

 

분명 그 공지를 올린 직원은 임팀장의 잔소리를 얼마간 견뎌야 할테니까.

같은 직원들끼리도 합의 되지 않은 정보 때문에 우리 같은 사람들은 혼란 스럽고 불안 할 수 있다, 그러니 일은 좀 똑바로 하자.

내 말뜻은 이런거였다.

나는 어떻게 보면 악역을 자처한 거다.

 

내 입장에선 솔직히 이런 임무따위 일부러 맡지 않아도 되었다.

 

딱히 그 수업을 못가게 되었다고 분하지도 않았고 이 일을 계속할 것도, 원장님과 영옥샘을 볼 일도 이제 더이상 없을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했다.

 

"아니 말야, 우리 센터에서 아직 활동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더구나 공지에 그렇게 올려졌길래 신청한건데 묵살 당한 건 ,,,,이건 무시하는거야. 참으면 안돼. 

가만히 있으면 오히려 다른 센터 사람들이 우릴 우습게 본다니까."

 

원장님 말이 맞다고 느껴졌다.

 

따지고보면 그녀나 영옥샘이나 뒷담화는 장난 아니지만 정작 앞에 나설 용기는 없는 듯 하다.

 

아직도 나는 내가 그녀들에게 이용당했다곤  생각지 않는다.

 

아니, 어쩜 보기좋게 이용당한건지도 모르지만 굳이 그렇게 생각하고 싶지는 않다.

 

그저 스스로 생각한 대로 행동한거다.

 

그런데 막상 행동하고 보니 내가 너무 단순한 거다.

 

말하고 싶을 바를 말했으면서도 그렇게 함으로써 내가 타인에게 마음의 상처를 주게 되진 않았을까 하고..

 

또, 그렇게 함으로써 이렇게 스스로의 맘을 괴롭히고 있진 않을까 하고.

 

하지만 하루를 마감하는 지금은 그저 흘러가는 대로 두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내일은 더 기분 좋은 하루가 될 거야.

 

 

HEART
2016-11-05 08:16:59

기분좋은 하루 시작!! 빨리 만나서 얘기듣고프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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