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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아가씨
...
오랜만에 본 친구

이미 두 아이의 엄마가 된 혜영이는 본인 입으로는 늙었다 저질 체력이다 해도 예전의 여전한 얼굴이었다.

단지 맘고생이 심했는지 살이 전보다 더 빠진듯했다.

가뜩이나 마른 아인데 더 빠지니 마치 환자같았다.

위염에 시달리고 있다고 했던가..

전화로 들은 그녀의 목소리가 넘 안좋아서 한걸음에 달려갔다.

한번 간다 간다 하면서 바쁘다는 핑계로 가지도 못하다가 큰 맘(?)먹고 긴긴 시간을 달려 도착했다.

내가 먹고 싶다는 말에 그녀가 정성스레 만든 토마토,크림 스파게티를 게걸스레 먹어준후 우리는 그동안 못다했던 기나긴 이야기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머 그래봐야 넋두리인것을..

 

원래 잔정이 많은 아이이긴 했지만 날 만난게 그리도 좋은지 설레는 얼굴이었다.

큰아이 학교 보내놓고 작은아이를 남편에게 맡기고 나와 함께 근처 놀이터로 가는 발걸음이 무척 신나보였다.

시원한 곳에서 차나 한잔 할까 하는걸 날도 그리 덥지 않으니 그냥 놀이터 벤치에 앉아 이야기하자고 내가 말했다.

학교 다닐때의 청순했던 이미지는 여전했지만 그녀는 다소 지쳐보였다.

내가 과거에 앓았던 우울증 얘길 해주자 그녀도 얼마전까지 가벼운 우울증세로 잠을 못자 고생한 얘길 했다.

여자와 우울증은 주인과 그다지 반갑지 않은 손님관계같다.

잊을만하면 가끔 찾아와 괴롭히고 간다.

 

늘 밝았던 친구라 잘 지내고 있겠지 했는데 오랜만에 만나보니 그간 넘 무심했던듯해서 미안해졌다.

뭐 나도 힘든 시기를 겪고는 있지만 그럴수록 친구가있다면 든든하지 않을까 생각도했다.

이심전심인지 그녀는 또 친구얘기를 한다.

이사와서 사귄 이웃들은 친하게 지내고 좋은 사이이긴 하지만 속내를 털어놓고 하소연할 친구만큼은 아니란다.

하긴..옷은 새옷이 좋고 친구는 오래된 친구가 좋다지 않던가.

 

저녁엔 그녀의 남편과 두 아이들이랑 모두 함께 낙지 볶음을 먹으러갔다.

그동안 얼굴도 자주 못보여준 죄인같은 친구에게 이렇듯 달콤하고 행복한 미소를 짓는 그녀를보며 나도 마음으로 그녀에게 미소를 보냈다.

담엔 우리 둘만 데이트하자.

영화도 보고,밥도 먹고,뮤지컬이랑 연극,미술관도 같이가자.

남편 안들리게 내가 귀뜸했더니 환하게 웃는다.

과거의 그녀 얼굴이다.

 

 

 

2010-06-24 16:32:23

앗, 오랜만에 보는 만년아가씨 +_+ 안녕하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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