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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아가씨
...

내가 좋아하는 비가 아침부터 온다.

 

아니 새벽부터인가...

 

가뜩이나 더운 날씨때문에 짜증나 죽을뻔 했는데,

 

밤에 잠을 못 자 뒤척이기 일쑤였는데 정말 너무 단비같다.

 

새벽엔 시원하다 못해 조금 추웠다.

 

 

 

비 중에서도 오다 말다 하는 비 같은 애매한 비는 별로다.

 

우산을 쓰지 않으면 안될 정도의 주룩주룩 내리는 비가 나는 좋다.

 

학교 다닐때는 비가 오는 날이 영 거추장 스러운게 아니었다.

 

 

고인 물에 발이 젖기도 하고 지나가는 차가 흙탕물 세례를 주기도 했다.

 

아주 가끔은 길이 10센티는 되어보이는 지렁이가 눈 앞에서 꿈틀대기도 하고

 

무엇보다 비 오는날의 습기와 장마철의 후텁지근함은 짜증 지대로였다.

 

그뿐인가. 조그만 소리도 크게 들려 유난히 시끄럽기도 하다.

 

그러나 비오는 날 카페나 조용한 집 안에서 창 밖에 내리는 비를 보거나

 

처마 같은 데서 똑똑똑 하며 물 떨어지는 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나는 아득한 느낌이 들면서 마치 현실과 분리된 이공간에 있는듯한

 

느낌을 받는다.

 

 

특히 카페에서는 커다란 통유리창을 통해 우산을 쓴 다정한 연인들이

 

이런 저런 얘길 하며 서 있거나 좁은 우산에 서로의 어깨를 붙인 채

 

혹은 어깨동무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되면 그렇게 가슴이 따뜻해 질 수 없었다.

 

내가 애인이 있건 없건 상관없이 그때는 그랬다.

 

 

지금도 나는 비가 좋다.

 

장마철이면 뉴스를 장식하는 수재민 문제만 아니라면 몇날 며칠을 비가와도

 

지겹다는 느낌이 별로 들지 않는다.

 

하지만 그것은 더운 여름이니까지 만일 다른 계절에까지 몇날 며칠 비가 계속된다면

 

조금 지겨워질 지도 모르겠다.

 

 

비가 오면 좋은 냄새도 난다.

 

처음 오기 시작할때는 땅 위의 먼지를 깨우는 흙냄새가,

 

온지 한참 된다 싶을때는 바람결에 옆집에서 굽는 맛난 빈대떡 냄새가 실려온다.

 

오고 난 후에는 먼지가 씻겨 간 듯 공기는 깨끗하고  비를 맞고 난 식물은

 

그 생기를 더한다.

 

특히 내리고 난 후는 보기는 좋지만 치워야 하는 점과 시간이 지남에 따라

 

흉물스럽게 쌓여 더러워 지는 눈에 비할 바가 못된다.

 

 

올해는 유난히 비가 많다고 하는데 좋으면서도 벌써부터 걱정이다.

 

너무 많이 내려 집을 잃거나 농작물을 망치는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는데 말이다.

 

 

 

 

 

푸른지성
2010-06-30 17:27:26

^_^/
만년아가씨
2010-06-30 19:17:19

댓글 달아 주는 사람은 지성님뿐ㅠㅠ. 나라도 달아야지 으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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