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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아가씨
...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떠오를테니까..

고등학생일 때였나.

비비안 리와 클라크 케이블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본건..

 

소설로도, 영화로도 접하기 전

강렬하게 내 머릿속에 남은 이미지는

비비안 리와 클라크 케이블이 멋진 포즈로

키스를 나누던 극장용 포스터가 전부였다.

 

작품을 본 적이 없으니 당연히 왜 제목이<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였는지,

스칼렛 오하라 같은 여자가 왜 매력적인 여자 주인공인지 알 수가 없었다.

내 눈에 비친 그녀는 오만하고 이기적이며 목적을 위해선

수단을 가리지 않는 악랄함과 팜므파탈의 요염함을 지닌

한마디로 나쁘고 못된 철부지 여자였기 때문이었다.

 

멜라니 같은 성녀가 여주인공이라면 몰라도

그녀 같은 독한 여주인공이라니 안 어울려도 한참 안 어울린다.

 

하지만 바로 그렇기에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세기의 명작이 될 수 있지 않았을까

요즘은 그런 생각을 한다.

착하고 바른 마음으로 사는 아름다운 아가씨가

결국 멋진 왕자님을 만나 행복하게 산다는 동화속 이야기는

더이상 감동을 주지 못한다는 걸 미첼 여사는 그때 이미 알았는지도 모르겠다.

 

지금이야 흔하지만 그 당시 여주인공의 정형성을 탈피한

스칼렛 오하라라는 인물이 주었을 충격과 신선함을 생각해보니

더더욱 비비안 리와 스칼렛 오하라가 동일시 된다.

 

그녀는 자신의 이름처럼 정열적인 여자다.

자신의 미모를 이용해 남자들을 거느리며

목적을 위해 동생의 남편마저 빼앗는다.

하지만 남북전쟁통에 부모를 잃고 아버지의 유산이자

자신이 태어난 고향인 타라 농장마저 황폐화 되었을때

주저앉아 울기만 하는 주변의 여자들과 달리

주먹을 꽉쥐고 입술을 깨물여 무슨짓을 해서라도

다시는 식구들을 굶기지 않을테야 라고 외치는

그녀의 모습은 사무치도록 처절하고 아름다웠다.

 

독한 집념으로 닥치는 대로 살기위해 발악했던 그녀는

그러나 정작 사랑에 있어선 백치였다.

첫사랑인 애슐리가 멜라니를 사랑한다는 걸 인정하지 못하고

오래도록 그에게 집착해 결국 진정한 사랑인

레트 버틀러에게 상처를 주고 자기가 진짜 사랑하는 사람은 그임을 깨닫지도 못하고 있었다.

 

딸 보니를 낙마사고로 잃고

애증했던 멜라니마저 잃고서야

폭풍같은 눈물을 흘리며

레트 버틀러에게 용서를 구한다.

 

그러나 이미 아내의 마음이 여전히 애슐리에게 향하고 있다고 믿었던

레트는 그녀를 홀로 남겨두고 떠나버린다.

마지막 장면에서 문밖을 나선 레트가

안개속으로 사라지자 그제야 이런 대사를 중얼거린다.

당신이 날 떠나면 난 이제 어떻게 해야하나.

아아...어떻게 할 지는 나중에 생각해야지

지금은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어.

............

 

그리고는 집안으로 들어와 층계참에 주저앉아 한참을 울던 그녀는

당신은 나보다 타라를 더 사랑하지 라고 하던

레트의 말과 남는 건 결국 땅뿐이야 라고 하던

아버지의 생전의 말이 겹쳐 떠오른다.

그 순간 울음을 그친 비비안 리의 눈은

점점 커진다.

 

타라.....

그래, 타라로 돌아가는거야.

나는 그곳에서 다시 일어 설 수 있어.

 타라에서 새로운 힘을 얻는거야.

가자....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다시 떠오를테니까...

 

마지막 장면은  석양에 우두커니 서서

저 먼 대지를 바라보고 있는 그녀의 모습이 그림자로 보인다.

 

그녀가 사랑했던 사람들은 말 그대로 바람과 함께 그녀의 곁을 떠났지만

육체의 고향이며 정신의 고향인 타라만은 남았다.

 

오랜 시간이 지나고 작품을 한 두번 감상하고 나니

새로운 감동이 생기고 그 이야기 속에 담겨있는

다른 메시지나 매력들도 찾게 되는 것 같다.

그러고보니 영화음악도 참 좋았지...

 

나의 타라는 어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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