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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아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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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동생아

지난 주에 맞선을 보았다는 얘길 상기하고 문득 생각나 몇 자 적는다.

편지를 보내는 건 처음이다만 너도 알다시피 우리 식구가 서로 표현이 없는 편이지 않겠니.

나이가 들수록 부모 형제 귀한 걸 깨달아 가다보니 가끔은 이런 일도 필요한 것 같아 용기를 냈단다.

 

네 나이도 어느덧 혼기를 훨씬 지났는데 여태 제대로 된 연애 한 번 못해 본 쑥맥이라 누나로서 무척 걱정이 되는구나.

번번이 결혼까지 가지 못하고 중도에 만남이 그치는 걸 보면서 내 동생같은 좋은 남자를 알아보는 아가씨가 없음에 안타까운 마음 가득하다.

 

글쎄다, 너는 그 원인에 대해 나름 가진 재산이 없어서라는 말로 위안을 삼을 지 모르나 비단 그 뿐만은 아니지 싶다.

물론 못난 너의 자형 이 네게 끼치지 않아도 될 폐를 끼친 덕분에 그 부분에 대해 네 시름이 더 깊어진 건 누나인 내가 대신 사죄하마.

그래도 딴에는 시집간 누나가 없이 사는 친정때문에 혹 시댁 식구들에게 밉보일까 조그만 힘이라도 보태고 싶었던 네 마음만은 소중히 여기고 싶다.

 

이렇게 말하는 누나도 어찌어찌 결혼은 했다만 결혼을 한 인생선배로서 네게 해 주고픈 말은 무조건 결혼을 해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길게 보지 못하고 서투르고 성급한 판단을 하는 것을 주의하라는 얘기다.

 

사실 결혼이란 제도는 완전하지도 않을 뿐더러 성가시기 짝이 없다.

미안하구나, 결혼하지도 않은 네게 이런 단적인 명제를 제시해서.

물론 이 말은 그동안의 나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개인적 의견임을 숨기진 않겠다만 사실은 결혼이란 사회적 제도보다 더 강조하고 싶은 것이 있어서다.

그것은 결혼을 위해 사람을 고르지 말고 만나게 된 인연을 소중히 여기고  그 사람 자체와 깊은 사랑에 빠지기 위한 준비부터 해 보아라.

 

얼핏 들으면 당연한거 아닌가 생각이 들겠지만 따지고 보면 그렇지도 않다.

결혼을 위해 사람을 고르다보면 사람 자체보다 조건을 먼저 보게 되지 않니.

조건은 결혼에 플러스 요인이 되기도 한다지만 그것만으로는 앞으로의 긴 여정을 동반하기에 충분하지는 않다.

 

대신 조건은 별로라도 어떤 사람과 진실한 사랑에 빠지면 네가 갖고 있는 모든 것이 바뀌는 흥미로운 경험을 하게 될 거란다.

게다가 네가 정말 깊고 진실하게 사랑했던 추억들은 네가 살아가는 남은 생애 내내 너의 버팀목이 되어 줄 지도 모른다.

 

그게 비록 결혼이라는 골인점에 도달하지 못한다 해도 별로 걱정할 건 없다.

사람은 원래 혼자였고 다른 사람의 인생과 비교하여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지 않는다면,

또 혼자인 삶을 받아들이고 주위의 모든 사람들을 친구로 생각하며 살다가 가게 된다 해도 그런 인생이라도 그걸로 좋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사랑하는 동생아,

꼭 결혼을 해야만 완전한 성인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것을 통해 얻는게 많아서라고 말을 하지만 어떤 경우엔 그렇지만도 않단다.

누나는 결혼을 해봤으니 그런 소릴 하는 게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

 

부정하진 않겠다.

그러나 결코 내가 해 본 일이기에 네게 쉽게 하는 말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줬음 한다.

무엇보다 네 인생이니 선택은 네 몫이다만 내 말의 요점은 결혼을 위한 연애가 아니라 연애를 위한 연애를 하라는 말이다.

 

언젠가 네가 이런 말을 했었지.

연애를 하고 싶은데 여자들이 그 기회를 안 준다고.

내 동생의 매력을 알아줄 누군가가 분명 어딘가에 있다고 생각은 된다만 금방 나타나지 않아 나도 애가 타는구나.

부디 너의 그녀가 나타나면 이제껏 애태운 만큼 온 마음을 다해 사랑해주렴.

 

그러고보니 이 누나는 태생부터 로맨티스트 같지 않니.

우스갯소리로 여자가 로맨티스트면 별 쓸 데 없어도 남자가 로맨티스트면 어딜가나 여자들에게 환영받을 것 같은데 말이다.

오늘부터 로맨티스트가 되도록 노력해 보아라.

이것이 너의 성공적인 연애를 위한 이 누나의 어줍잖은 팁이라 치자.

 

방사능 물질이 섞인 비가 계속 되는구나.

언제나 건강 조심하고 잘 지내렴.

 

멀리 있는 누나가 사랑을 담아.

Dark_Ray
2011-04-08 11:01:03

동생분이 부럽네요..ㅎ 나도 누나같은 누나 있었으면 좋았을텐데...ㅎ
만년아가씨
2011-04-08 14:35:36

어머니에게 졸라봐.좀 무리일지도 모르지만.ㅋ 의논할 일 있음 언제든 해.돈 안드는 선에서 얼마든지 도와줄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Dark_Ray
2011-04-10 17:18:06

ㅋㅋㅋㅋㅋㅋㅋㅋㅋ돈.... 누나 너무해요 절 그렇게보시는건가요 ㅜㅜㅋㅋㅋㅋㅋㅋㅋ 어머니한테 졸라도 없던 누나가 생기진 않죠 동생이면 몰라도 ㅋㅋㅋㅋㅋㅋㅋ 감사합니다^^ㅎ
만년아가씨
2011-04-12 10:30:22

헛, 그러네. 내 머리는 폼으로 달고 다녔나보다야 ㅋㅋㅋㅋㅋ글치, 없던 누나가 생기는건 아니지. ㅋㅋ
Dark_Ray
2011-04-12 11:15:12

푸하 ㅋㅋ 그건아니고요...ㅋㅋ 혹시 모르죠 진짜 드라마 처럼.. 저도 몰랏던 누나가 뿅하고 나타날지..ㅋㅋ 인생은 어떻게 될지 모르잖아요ㅋㅋㅋㅋ
엄마는외계인
2011-04-08 17:16:09

가슴에 와 닿는 글이네요^^ 저희 남친도 가진게 없어요..
저두 가진게 없지만,,사랑하니깐 같이 무에서 유를 창조해 볼려구요..
그러니 동생분도,,좋은 사람 만나시길 바래요~ ^^
만년아가씨
2011-04-09 16:44:40

고마워요. 걸님도 지금 예쁜 사랑하시고 계시네요.앞으로도 주욱 그랬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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