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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내일기장으로 옮겨 도전한다 : 41 일째

더 큰 승리를 바란다면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구시대적인 정치관행과 거기에 관여한 사람들은 사라질 때가 됐다.”(1995.11.10) “부패한 위선자는 법과 국민의 심판을 자청하라.” “우리나라의 부패한 정치구조를 청산하는 마지막 단계에 와 있다.”(1997.10.7) “더이상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하지 말라.”(1997.10.10) 강삼재 한나라당 부총재가 민자당과 신한국당 사무총장을 지낼 때 디제이 비자금 사건과 관련해 김대중 대통령에게 퍼부었던 비난이다. 최근 안기부 선거자금 불법지원 사건에서 민주당이 강 부총재와 한나라당을 공격하는 성명 내용과 흡사하다. 디제이 비자금 사건을 폭로하고 공격의 최전방에 나섰던 강 부총재가 96년 4·11 총선에서 안기부 예산 `횡령'의 실무주역이었다는 검찰의 수사결과는 어이가 없다 못해, 차라리 서글프다. 그런데 강 부총재는 검찰의 소환에 응하지 못하겠다고 버티고 있다. 사전각본에 의해 진행되는 `공작수사'라는 것이다. 사실 이번 사건 전개과정엔 어색한 대목이 적지않다. 수사착수 동기가 석연치 않고, 수사가 진행중인데도 벌써 어느 선까지 사법처리를 할 것이라는 얘기가 여권과 검찰 주변에 나돈다. 안기부 돈을 받은 후보들의 명단과 액수가 흘러나온 것도 도무지 말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이번 사건의 `실체'가 없는 것은 아니다. 안기부 예산을 집권당이 선거에 사용했다는 사건의 본질은 분명하다. 여론조사에서도 실체적 진실을 명확히 밝혀내야 한다는 의견이 훨씬 더 많이 나오고 있다. 강 부총재는 검찰에 나가서 진실을 밝혀야 한다. 집권여당의 사무총장까지 지낸 사람이 국가기구의 권한 행사를 원천적으로 거부해서는 안된다. 어차피 검찰이 강 부총재를 구속하려면 국회동의를 받아야 한다. 강 부총재야 `진실을 회피하려고' 그런다 치자. 그런데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의 태도는 선듯 납득하기 어렵다. 이 총재 혐의는 특별히 드러난 게 없다. 누가 봐도 검찰 수사의 `칼날'에서 옆으로 비켜서 있다. `얼굴마담'에 불과했을 선대위 의장이었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이른바 3김시대와 구태정치 청산을 내세우고 있는 이 총재로서는 수사의 추이를 지켜보면서 적절한 수준에서 `단절'을 선언하는 것이 온당해 보인다. 하지만 그는 강삼재 부총재를 보호하기 위해 이른바 `방탄국회'를 소집했고, 연일 검찰과 정부를 강하게 비난하고 있다. 수사중단을 요구하기도 했다. 마치 `국고횡령사건'의 보호자처럼 보인다. 때문에 강 부총재와 이 총재 사이에 모종의 정치적 거래가 이뤄진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지난 6일 오전 강 부총재는 여의도 당사에 나타나 “당시 선거대책위 의장을 맡았던 이회창 총재는 당 재정에 대해 알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총재의 혐의를 벗기려 한 것이다. 이날 오후 한나라당은 소속의원 133명 이름으로 방탄용 임시국회 소집요구서를 제출했다. 이 총재로서는 고민이 있을 것이다. 그는 지난 대선에서 영남지역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고 지난해 총선에서도 영남의 지지를 기반으로 승리했다. 이 총재의 한 측근은 “디제이가 경쟁자는 아니지만 영남에서의 지지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다소 무리하더라도 디제이를 공격하지 않을 수 없다”고 고충을 털어 놓았다. 강 부총재를 보호하지 못했을 경우에 예상되는 민주계 의원들의 동요나 비주류의 공격도 고려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 총재가 더 큰 승리를 위한다면 이쯤에서 `예산횡령 사건'과의 관계를 분명히 해야 한다. 더이상 사건 주모자들에 대한 보호자 구실을 포기하거나 강 부총재에게 최소한 검찰 조사에는 응할 것을 권유해야 한다. 유권자들은 이 총재를 보고 지지 여부를 결정하지 강 부총재 등을 보고 지지 여부를 결정하지 않을 것임을 이 총재는 잘 알 것이다. 성한용 정치부 차장 - 한 겨레 신문 칼럼에서 옮긴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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