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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내일기장으로 옮겨 도전한다 : 44 일째

그리움의 거리 (퍼온시)

- 조재영 내 메마른 정원에 비를 몰고 우연처럼 당신이 왔었네 그때 난 당신을 알아보지 못하고 빗줄기에 내 정원이 맑게 씻기는 것만 바라보았네 당신이 다시 우연으로 떠난 후였을까 어느날인가 부터 내 가슴 한켠에 삐걱이는 소리가 나기 시작했네 비가 그칠 무렵, 나무들이 푸른 눈을 뜰 무렵 나는 알았네 당신이 내 가슴에 녹슨 그네 하나를 걸어두고 갔다는걸 나는 그네 타는 법을 알지 못하는 아이처럼 그네 줄을 움켜지고 바르르 떨면서 작은 흔들림에도 겁먹은채 이렇게 매달려 있네 그네 줄이 흔들리는 폭 만큼, 그 속도와 깊이로 내 위태로운 시간도 깊어가네 당신에게 닿을 수 없는 이 그리움의 거리 나는 그네 위에서 발을 한번 굴러보네 웃는것 같고 또한 우는것 같은 이 生의 삐걱임 소리 당신이 내 가슴에 걸어두고 간 이 길고 긴 침묵의 소리 그네 줄이 닿지 못하는 당신과 나 사이 꼭 그만큼의 거리에 오늘은 서늘한 조각달 하나 물음표 처럼 걸려있네 서쪽으로 서쪽으로 천천히 흐르더니 어느새 내 정원의 푸른나무 한그루 당신쪽으로 옮겨 있었네 내 가슴의 그네 하나, 위태롭게 매달려 녹슨시간을 바라보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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