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내일기장으로 옮겨 도전한다 :
46 일째
잠자는 숲
* 황 인숙 * 내 가슴은 텅 비어 있고혀는 날라 있어요.매일매일 내 창엔 고운 햇님이하나식 뜨고 지죠.이따금은 빗줄기가 기웃대기도,짙은 안개가 분꽃 냄새를 풍기며버티기도 하죠.하지만 햇님이 뜨건 말건안개가 분꽃 냄새를 풍기건 말건난 상관 안해요.난 울지 않죠.또 웃지도 않아요.내 가슴은 텅 비어 있고혀는 말라 있어요.나는 꿈을 꾸고그곳은 은사시나무숲난 그 속에 가만히 앉아 있죠.갈잎은 서리에 뒤엉켜있고.혀는 말라 있어요.난 울지 않죠, 또 웃지도.은빛나는 밑둥을 쓸어보죠.그건 딱딱하고 차갑고그 숲의 바람만큼이나.난 위를 올려다보기도 하죠.윗가지는 반짝거리고나무는 굉장히 높고난 가만히 앉아만 있죠.까치가 지나가며 깍깍대기도 하고아주 조용하죠.그러다 꿈이 깨요.난 울지 않죠, 또 웃지도 않아요.내 가슴은 텅 비어 있고혀는 말라 있어요.하지만 난 조금 느끼죠.이제 모든 것이 힘들어졌다는 것.가을이면 홀로 겨울이 올 것을두려워했던 것처럼내게 닥칠 운명의 손길.정의를 내려야 하고밤을 맞아야 하고새벽을 기다려야 하고.아아, 나는은사시나무숲으로 가고 싶죠.내 나이가 이리저리 기울 때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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