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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내일기장으로 옮겨 도전한다 : 33 일째

계미년 새해를 여기서(2003.1.1)


  어젠,
   제야의 타종소리를 중계하느니,
   정동진 해 돋이 구경을 하는 사람을 인터뷰하느니..
   하는 행복한 사람들을 촛점에 맞춰 비쳐주고 있다.
  
  
   어머닌,
   어제 한술도 잡수지 못하고 주무셨고,
   간간히 헛소릴 하시는 것을 듣고 있으니 기가 막혔다.
   - 이젠,
   이해가 지나면 89세..
   서서히 치매가 들만도 할 연세겠지..
   그걸 인정하면서도 왜 그리도 마음이 아픈지?
  
  
   젊은 시절의 어머니.
   그 정갈하고 부지런 함은 동네서 알아 주던 분였다.
   한 치의 누군가에 피해도 지우려 하지 않고,
   받으면 꼭 보은 하는 성미가 한치도 흐트러 짐이 없는 분였다,
   헌데 지금은,
   그런 정갈하고 아름다운 모습은 다 어디로 가고 이렇게 볼품없는
   초라한 노인으로 내 곁에 누어 있는 것인가?
   이분이 진정 내 어머님 이란 말인가?
  
  
   속이 허해서 그렇게 헛소릴 하는걸가?
   같은 병동에 있는 분들..
   뵙기가 왠지 미안할 정도다.
   물론 노인의 헛소리인줄 알지만......
  
  
   침대 옆에서 자는 둥 마는둥 있었더니 몸이 피곤하다.
   겨우 하룻밤 지샌는데 이렇게 견디기 힘들다.....
   새벽에 어머님께 무언가 마시게 해야지 하고 음료수를 몇 모금
   마시게 했다.
   그러고 나서.
   꾸역꾸역 토하신 어머님..
   거의 검붉은 피와 같은 것을 토하신다.
   침대와 옷은 토한 것으로 해서 엉망으로 .....
   황당했다.
  
  
   겨우 간호사와 함께 옷을 새옷으로 , 또 침대 카버로 새것으로
   교체하고 나서 간호사가 준 물약을 몇 모금 드리키더니 또 다시
   왝~~!!!
   침대위는 그 구토한것으로 순식간에 더러워 졌다..
   잠을 자던 세현이 녀석이 눈이 똥그래 져서 바라본다..
  
  
   울고 싶다.
   이런때는....
   어머님의 구토한 것이 더러워서가 아니라,
   이 연세가 되도록 이렇게 병마와 싸워야 하는 어머님.
   아무런 도움도 되어 주지 못한 무능한 나...
   그런 힘없는 내가 왠지 서럽다.
   그런 것 앞에 어머님의 그 힘없는 모습들...
   그 정갈하신 모습은 어디로 가고 말았을까?
   절대로 이런 분이 아니었는데....
  
  
   < 금식 > 이란 푯말이 어머님 침대앞에 게시되고..
   의사를 면담했다.
   - 거기 수술은 잘 되었고, 그 수술이 문제가 아니라....
   노인분은, 갑자기 이런 환경에 놓이게 되면 극히 일부분에서
   나타나는 증상이긴 합니다만...
   위에 치명적인 손상을 주는 위궤양 같은것을 하게 된답니다..
   물론,
   위에서 피가 솟구치는 것은 아닙니다만.....
   그럴수 있어요.
   한 이틀 증상을 보고나서 위뇌시경 검사를 해 보도록 하지요..
   환자의 상태가 이 정도에서 뇌시경 검사가 무리일수 있어요.
  
  
   이해가 안되었다.
   이번이 처음도 안니고 전에도 그런 수술을 받았는데 이번에 그렇다니.....
   그리고 이런 증상은 치사율이 50% 란다..
   아니 엉뚱한 엉덩이 뼈가 깨져 수술을 했는데 왠 위장에 아상이
   온다는 것인가?
   스트레스라고 그렇게 될수가 있단 말인가??
  
  
   어쩔수 없다.
   지금의 의사의 말은 절대로 거역할수 없는 말인데..
   의사의 처분만을 바라볼수 밖에........
  
  
   이런 사실을 아시는지 모르시는지 침대위에 걸레처럼 후줄근하게
   눠있는 모습의 가련한 어머님....
   내가 어떤 도움도 주지 못하는 현실이 가슴이 아플 뿐이다..
   희망찬 2003 년은 이렇게 처절한 아픔속에 병원에서 맞았다.
   이걸로 금년을 액땜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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