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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낼 11시까지 능곡사우나로 나올래?
-왜?
-ㅊ 의 농장에서 고구마 궈 먹기로 했어.
-기왕이면 고구마 보담 오리나 궈 먹고 오자꾸나
-그것도 좋지.
재호의 어제의 전화.
능곡에서 불가마 사우나 운영하는 ㅊ 의 초댄다 보다.
초등학교 동창중에도 그래도 맘이 통하는 친구들 몇만 초대했단다.
그 중에 여자친구도 두 명이나 왔다.
<삼자>와 < 금자>
참 우리세대엔 < 자> <순> <님><숙>자 등으로 끝나는 이름이 많았지.
눈이 부리부리해서 왕눈이란 별명을 얻었던 <금자>
아버지가 면장이란 점도 그렇고 부유층으로 이름나서 치맛바람도 상당한 그의 어머니
그 덕에 금자는 담임으로 부터 총애(?)도 상당히 받았던 애였다.
유독 눈도 크고 마스크도 개성적으로 이뻐서 그런 총애를 받았던건 아닐까.
그 미모는 아직도 건재(?)했다.
그의 남편은 공교롭게도 중학교 2년선배와 했지.
매사에 적극적이고 활동적인 금자.
<삼자>는 중국인 며느리 감을 얻었단다
유학온 중국여자를 아들이 우연히 사귀여 양가의 허락을 받아 금년안에 혼례를 치를
거 같단 애기
착하고 이쁘다는 그녀의 며느리
자랑이 떠나갈듯하다.
너무 자랑이 지나쳐 듣기 민망하다
그건 그녀만의 자랑이지 우린 상관도 없는 일인데 눈치도 없이 왜 그리도 자랑을
하는건지...??
-우리 삼자 며느리 잘 얻었다고 박수로 축하해 주자.
박수까지 쳐 주었지만 그 자랑은 끝날줄 모른다.
며느리 자랑이나 자식 자랑이나 팔불출에 속하는건 모르는지??
고양시 인근의 야산을 사서 산에다 각종 채소와 고구마를 심어서 우린 현지에서
싱싱한 채소와 미리 준비해간 오리를 로스구이 해 먹었다.
20여평이나 되는 너른 원두막까지 이미 지어져 있었다.
멀쩡한 야산을 간벌한단 핑게로 밭으로 만들어 온갖 채소를 재배하는 ㅊ .
남자 5명, 그리고 여자 2명이 먹은 소주만 20여병이 넘은거 같다.
맥주도 몇 박스
난 맥주가 맞지 않아서 입에 대지도 않았지만 엄청나게들 먹는다.
<술>이란 술술 넘어가서 술이라 했다던가...
편안한 원두막에서 로스구이로 먹는 오리의 맛
기가 막힌다.
11시에 도착해서 오후 6시까지 마셨으니 얼마나 마셨는지 모른다
차 안갖고 오길 잘 했지.
차 갖고 왔다면 부담때문에 어떻게 술을 마실건가?
물론 많이 마시는건 아니지만 그래도 마음의 부담때문에 마실수 없다.
많이 마셔서 가지고 갈수 없다면 그 농장에 두고 가도 된다지만.......
-야, 너 이 사진 볼래?
슬며시 보여주는 <택>이.
그가 몰래 사귄다는 애인사진이란다
너무도 새파랗게 젊어 보인다.
-몇살?
-이젠 38세란다
-참 너 능력 좋다
어떻게 그런 도둑 맘보로 사니?
네 나이가 몇인데 그런 영계를 사겨, 그래도 양심의 가책이 안들던?
-내 정도 나이면 그게 맞는거야
그 여자가 좋다는데 뭐...
-그건 네 말이지.
녀석이 허우대가 멀쩡하고 사교춤에 도사라서 아마도 그런 곳에서 사귀었을거야
그렇지 않고서 어떤 여자가 그에게 따라올건가..
이성간의 문제는 아무도 모른다지만.......
그의 핸폰에 그 여자의 사진까지 넣고 다니니 상당히 가까운 여잔가 보다.
참 재주도 좋은놈이다.
술만 들어가면 입이 거칠기로 소문난 <헌>
그도 이젠 나이가 어쩔수 없는지 많이 좋아졌다
술도 자제하고 말수도 전보담 줄었고...
나이가 들면 사람이 성숙해 지는건가 보다.
머리에 염색도 않고 늘 팔팔해서 총각처럼 보였던 <ㅊ>
그도 이젠 주름이 늘었고 뭔가 모르지만 나이테가 들어 보인다
세월이 어찌 그만 비껴 갈건가?
<나이>는 못 속인단말.
맞는 말인거 같다
내 얼굴을 보면 그런 생각이 문득들곤 한다
어느 사이에 내 얼굴이 저렇게 주름이 늘고 나이가 들어 보일까?
나 자신도 모르게 반짝이던 얼굴이 형편없이 처져있는걸 본다
-나도 세월을 비껴갈수 있는 능력은 없다.
다만 더디게 오는것을 바랄뿐..........
날씨도 좋은 가을.
맘에 맞는 친구들과 맑은 공기 마시며 술 한잔하고 놀았던 하루
너무도 즐거웠다.
전에도 ㅊ 가 몇번이나 농장에 놀러오란것을 거절했던게 조금은
후회가 된다
이렇게 멋있는 농장으로 바꾼줄 알았더면 놀러 올걸...
어젠,
와이프가 신월동 집을 판게 잘못되어 훨씬 더 많은 양도세가 나온다는 세무서
직원을 면담하고 와서 낙담이 커서 하루내 기분이 꿀꿀했는데...........
오늘 그 우울한 기분을 말끔히 씻어 버렸다.
<세금>을 더 내란 말에 좋아할 사람은 아마도 아무도 없으리라.
하늘이 맑고 높은 가을.
그리고 10월 1일.
무공해 채소에, 해 맑은 고구마에 먹고서 즐긴 하루.
어렸을 적에 <가을 운동회날>마치나 보람을 느낄수 있는 하루였다.
분위기가 좋았고 부담을 느낄수 있는 자리가 아니어서 였을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