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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가 촉촉히 내리고 있다.
이런날은,
어슴스레 떠오르는 추억에 잠겨보는 것도 즐거움이다.
누렇게 변색된 지나간 추억의 일기장을 뒤적이며 읽어본다.
자신의 본 모습을 감추고, 어딘가 세련되지 못한 어구에 얼굴이 뜨겁다.
-왜 이렇게 밖에 표현하지 못했지?
남이 볼가 두렵다.
오래되었지만,기억들은 너무도 또렸하다.
나이들어감은 지난 추억은 잊혀지지 않는다 했던가?
넓은 선평리가 좁다고 여기 저기 쏘다녔던 곳.
항상 곁엔 <영>이 있었다.
그녀는,
서울로 오기전에 서울로 이사오는 바람에 먼저 떠났지만....
우린 이별의 아픔을 애기했다.
늘 만남뒤엔 잊을수 없는 정이 스며드는 법이라
일시에 자른단건 얼마나 어려운가.
-헤어져도 편지로 나마 연락함서 지내자.
그 동안 네가 있어 즐거웠고 한편은 미안했고.....
해 줄수 있는 말이 이 보다 더 필요할까.
그렇게 이별을 앞두고 아픈 마음을 떨쳐야 했다.
늘 쉬는 시간에 함께 있어준 그녀가 곁을 떠난단 사실에 얼마나
허전하던지......
1년 7개월간의 순천근무기간.
그녀가 있어 즐거웠고,길수와의 경쟁에서 쟁취한 사랑이 더 뿌듯했다.
길수란 녀석이 얼마나 집요하게 환심사기위해 올인했던가?
경쟁을 유발하기 위한 그녀의 의도였나?
만날때 마다 영은,
길수와의 이중 풀레이를 샅샅이 애길해서 열도 났지만........
자신의 진심은 내게 있다했다.
두 남자사이서의 곡예(?)가 즐거움을 줬나?
아님,
그녀의 허황된 꿈이 공주로 대접받고 싶은 끼일까?
결국,
영은 내 품으로 돌아와 한동안 정착했었다.
비록 짧았지만......
-당신에게 모든걸 걸고 싶었지만 믿음이 가질 않아 두려웠다.
나중에 눈물을 흘리고 상처 받은건 결국은 여자니까....
그럴테지.
그 당시 난 영을 대화나눌 상대로 사귄거지 반려자로 생각한건 한번도 없었으니
아니, 그럴 여유가 없었다.
환경이든 정신적인 여유든....
영은,
내가 첫 사랑이라고 고백했고, 사랑하노라 했지만....
진심을 알수없었다
-그래?
정말로 첫 사랑이야?
그럼 뭐든 증표를 보여봐.
-뭘 보일까요?
-네가끼고 있는 그 소중한 반지를 당장 저수지에 던져봐,아깝지?
갑작스럽게 제시한 말을 그녀가 차마 실행하랴 했었다. .
-던질께요.
소중한 반지인지는 모르지만 만날때 마다 끼던 그 반지.
미련없이 던졌던 영의 과감한 행동에 놀랐었다.
어떠한 성격의 반지였을까.
짧은 기간에 자주 만난건 그 만큼 외로운 탓이었을거야.
사랑도 깊었을까?
어떤 언약도 해 주지 않았지만 영은 차분했다.
때론 열정적이고, 때론 차갑고....
순천서의 이별후에,
만남을 가졌다.
딱 10년후에 찾아온 그녀.
이미 우린 결혼한 후였지만 감격스러웠지.
풋풋했던 소녀가 성숙한 여인으로 나타나 한동안 혼란스러웠다.
-세월은 이렇게 변하게 하는구나.
당신 왜 사랑한다면서 결혼 애긴 하지 않았지?
-당신의 배신이 두려워서....
-배신할거 같았어?
사랑한다면 배신을 두려워 해도 일단은 프로포즈해야지.
-예감이 막연하게 들더라구요.
한번도 사귐서 그런 애길해주지 않았고요,.
어찌 보면 당신은 참 이기주의자죠.
-사실,
그때 결혼을 하자해도 할수 없는 실정였어.
무작정 기다리라 할수도 없는거고....
-기다리라고 했음 기다렸을지도 몰랐죠.
지금 생각하면 바보지만......
-지금 행복하지?
-네.
소녀때의 어설픈 사랑.
그 시절의 남자의 변화된 모습이 보고 싶어 찾아온건지 모른다.
아님,
자신의 성숙한 모습을 과시하고 싶어 온건지도....
-조 영란,
지금은 어디서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아름다운 모습으로 나이들어가고 있을까?
추억은 비를 타고 그 시절의 얼굴만이 오버랩되어 나타난다.
추억은 이렇게,
그리움을 불러오게 한다.
다시는 오지못하는 그리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