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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본드
바다의 여자

나는 그 자리에 없었다배는 멀리 정박중이었다여자가 등뒤에서 칭얼대기 시작헸다석유같이 어둔 밤의 뱃머리그녀의 분화구는 이미 젖어 있었다나는 그위에 엎드려노예가 기른 한마리 새처럼우울하게 그녀의 온갖 구석에입술을 댔다한사코 빨려 들어갔다알래스카의 물빛 보다 더 진한그 오지의 램프어디가 어딘지 한동안시력을 회복할 기력을 잃은채부르튼 모세혈관들이 일제히용수철 튕기는 순간에 수요일의 비는 내리고 있었다바다가 눈앞에 열려 있었다그러나 그것은 곁코익사자의 혼령을 장사지내지 못하는방황의 늪에 지나지 못했다외론 섬이 하나거기 떠 있었다나의영원의 부재를 알리는뱃고동 소리의 반음계가머리 푼 여자의 정욕마냥포개포개 모서리에 부서져 내리는상아의 흰 기억을 핥고 있구나끝내 나는 여자를 쓰러 뜨렸다빨간 핏방울이 지문처럼서로의 관계위에 흘러 내리고 있었다바다에 피는 꽃여자는 그때 하나의 고수였다피리 하나로 그녀는바다를 불러 이르키고잔인한 뭍의 기억을 송두리째떠내려 보낼수가 있엇던것나는 그자리에 정지해 있었다화사처럼 꿈틀대는 대낮에우리는 서로 번갈아 강간을 하고 이윽고 그 사태는 약간우리들 스스로를 놀라게 하고 있었다.우리들의 악기와 조율은 정확했다몇번이고 되풀이 해서 동앗줄 당기듯이서로의 육체는 적고 부근의 소나기를퍼부어 대고 있었다마침내 배는 정박의 밧줄이 끊기어바다를 맴돌기 시작했다아득한 시간과 역사속으로 운반되는 인간의 기적그 고요의 일순이마침내 귀를 열기 시작했다다만 그때 소리와 빛이 어울리어나의 정액을 호습게바다에 흘려 보내고 잇엇다몸살이 일어 났다근골이 부서지면서아물지 않는 상처끼리 맞부딪는무수한 소리와 소리의 향연그층계위에서 우리가 벌인정사는 위대했다이 시대에 내가 서두를수 있는최후의 결론적인 손의 모험어느 쪽이든가 나는 나를내던지 않을수 없었다아무것도 가진것도 없었고다만 피로 하였다그동안 내 모가지를 짓눌러온삐걱거리는 변칙의 세떼가 지금사 날아 오르는저 바다의 열병식을 보라처음으로 나는한방울 소중한 눈물의 의미에 도달한다아무도 모르는 학살의 밤을 견디면서내가 에비해온 한방울 눈물의 의미길 가에서고 의자위에서고싸디싼 막소주와 암내를풍기는그 여자의 눈빛그어디에서고 나는돌아가는 버스의 늦은 손님이 된다쓰러진여자는 울지 않는다내 손이 가 닿은 살갗마다미묘한 부활의 소리를 낸다그러나 실상 그 여자 만이수요일의 비에 갖혀 있어야 할 까닭은 없다나는 그자리에 없었다나는 비겁자 였다자꾸만 엉덩 방아를 찢는노여운 하늘 밑에서 나는 늘 내몰린 짐승처럼욕망에 주려 있었다갖힌 새였다날아 오늘 하늘조차 못갖는동결 당한 한 마리새이윽고 배는 어둠의 항해를 계속했다끝내 진술하지 못한 자유를깊이 깊이 묻고안개와 태풍이 휘몰아 치는망각의 바다에 귀를 세웠다어느새 여자는 내 곁은 떠나고 없었다그녀가 남긴 짭짤한 수액이 아직도 나의 탕아를 뒤흔들고 있었다여자여,떠나가는 배.............나는 한동안 아름다움 그 등뒤를 바라보고 있어야만 했다아무데고 돌아갈 집이 없었다등뒤로는 희디흰 물거픔 만이고래의 환상을 뿌리면서 따라 붙고모든것과 작별하는 사내의 손길만이 쭈빗거리는 대낮의 깃발처럼아아라이 하늘에 부서지고 있었다나는 마침내 여자를 바다에 던져버린것이다뜨거운 햇살과 바람과 물결만이70년대의 주말을 적시는그 바다위에다 전쟁과 평화의 온갖것을대 동댕이 처버린 것이다완전 감각이었다머물든지 떠나든지이제는 결단의 시간수요일의내린 비에 갖혀시나브로 확인하는 여자의 죽음비로소 한 방울 눈물이볼따구니를 흘러 내렷다나는 그자리에 없었다나는 그자리에 있었다. ---- 권 일송의 바다의 여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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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1887 사랑과 고독, 그리고... 6956 독백 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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