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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본드
끊기면 또 만들면 되죠 이게 세상사 입니다 : 14 일째

시가 좋은 아침

* 도 종환 * 사랑을 잃은 그대에게 어제까지 많은 사람들이 당신을 필요로 했습니다많은 사람들이 당신을 좋아했고 곁에 있었습니다저녁노을의 그 끝으로 낙엽이 지는 것을 바라보고 서 있는저녁노을의 그 끝으로 낙엽이 지는 것을 바라보고 서 있는당신의 그림자 곁에 서서사랑하고 미워하는 일이 바람 같은 것임을저는 생각합니다웃옷을 벗어 어깨 위에 걸치듯견딜 수 없는 무거움을 벗어 바람 속에 걸치고어두워오는 들 끝을 걸어가는 당신의 뒷모습을저는 끝까지 지켜보고 있습니다사랑을 잃은 그대여당신 곁에 있던 그 많은 사람들이지금 당신 곁에 없어도 저는 당신을 사랑합니다어둠 속에서도 별빛 하나쯤은 늘 사랑하는 이의머리 위에 떠있듯늦게까지 저도 당신의 어디쯤엔가 떠 있습니다더 늦게까지 당신을 사랑하면서비로소 나도 당신으로 인해 깊어져감을 느낍니다모든 이들이 떠난 뒤에도 저는 당신을 조용히 사랑합니다가장 늦게까지 곁에 있는 것이 사랑이기 때문입니다. 사랑의 길 나는 처음 당신의 말을 사랑하였지당신의 물빛 웃음을 사랑하였고당신의 아름다움을 사랑하였지당신을 기다리고 섰으면강끝에서 나뭇잎 냄새가 밀려오고바람이 조금만 빨리 와도내 몸은 나뭇잎 소리를 내며 떨었었지몇 차례 겨울이 오고 가을이 가는 동안우리도 남들처럼 아이들이 크고 여름 숲은 ƒ‚었는데뜻밖에 어둡고 큰 강물 밀리어 넘쳐다가갈 수 없는 큰물 너머로영영 갈라져버린 뒤론당신으로 인한 가슴아픔과 쓰라림을 사랑하였지눈물 한방울까지 사랑하였지우리 서로 나누어 가져야 할 깊은 고통도 사랑하였고당신으로 인한 비어 있음과길고도 오랠 가시밭길도 사랑하게 되었지. 별 아래 서서 별 하나 흐르다 머리 위에 머뭅니다나도 따라 흐르다 별 아래에 섭니다이렇게 마주 보고 섰어도늘상 건널 수 없는 거리가 있습니다함께 사랑하고 기뻐한 시간보다헤어져 그리워한 시간이 길었습니다만났던 시간은 짧고나머지는 기다리며 살아온 세월이었습니다어느 하늘 어느 땅 아래 다시 만날 수 있을런지떠나간 마음들 그리워 별만 바라봅니다.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저녁숲에 내리는 황금빛 노을이기보다는구름 사이에 뜬 별이었음 좋겠어내가 사랑하는 당신은버드나무 실가지 가볍게 딛으며 오르는 만월이기보다는동짓달 스무 날 빈 논길을 쓰다듬는 달빛이었음 싶어.꽃분에 가꾼 국화의 우아함보다는해가 뜨고 지는 일에 고개를 끄덕일 줄 아는 구절초이었음 해.내 사랑하는 당신이 꽃이라면꽃 피우는 일이 곧 살아가는 일인콩꽃 팥꽃이었음 좋겠어.이 세상의 어느 한 계절 화사히 피었다시들면 자취 없는 사랑 말고저무는 들녘일수록 더욱 은은히 아름다운억새풀처럼 늙어갈 순 없을까바람 많은 가을 강가에 서로 어깨를 기댄 채우리 서로 물이 흐른다면바위를 깎거나 갯벌 허무는 밀물 썰물보다는물오리떼 쉬어가는 저녁 강물이었음 좋겠어이렇게 손을 잡고 한 세상을 흐르는 동안갈대가 하늘로 크고 먼바다에 이르는 강물이었음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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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1992 사랑과 고독, 그리고... 7011 독백 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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