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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꿈은 무엇이었나… ( 옮긴글 )

이상은 여직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에 참석했을 때였다. 여성학을 전공했다는 강사가 '여성의 사회참여' 중요성에 대해 강연했다. 그 강의 내용 중 모 대학의 여학생들을 중심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왜 취업을 원하는가'에 대한 답변에서 '자아실현'이 1위였다고 한다. 자아실현. 강연이 끝날 때까지 내 머리속에는 그 단어가 지워지지 않았다. 나름대로 내 영역을 가지고 직장생활을 하고 있음에도 직장생활 6년동안 내 안에 무엇이 채워진다는 느낌보다는 얼마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을 바닥까지 긁어 써버리고 있다는 느낌으로 밀려오는 허전함과 공허를 다스리는게 쉽지 않은 요즘이기 때문이다. '내 삶의 목표가 내집 마련이 될 줄이야.' 어느덧 방긋 방긋 웃는 첫딸과 뱃속의 아이까지 어느새 두아이의 아빠가 되어버린 어느 남자 동료는 어색한 웃음으로 말끝을 흐린다. 우리가 새로 산 양복과 어색한 화장으로 성인식을 치르며 회사에 입사하던 때가 떠오른다. 그때는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가슴 벅찼었다. 게다가 한달치 월급에 보너스까지…. 하루치 용돈도 빠듯하던 대학시절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경제적 풍요가 우리를 더욱 들뜨게 했었다. '이제는 정말 내 꿈을 마음껏 펼쳐 보리라' 다짐하며 출퇴근 만원버스 안에서도 이어폰을 꽂고 영어 테이프를 들었으며, 회사내 잘못된 관행에 대해 울분을 토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지금. 결혼할 때 집장만 하느라 대출받은 게 언제라고 또 전세금을 올려달란다. 임신중인 아내와 어린 딸과 함께 이 겨울에 이사를 해야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끔찍한데, 지금의 전세금으로는 집을 구하기가 만만치 않을 것 같아 더욱 막막하다고 한다. '요즘 영화는 잘 안보겠네?' '영화? 꿈도 못꾸지. 살기 바빠서. 예전엔 영화 만드는게 꿈이었는데. 지금은 아주 오래된 이야기 같다.' 아이와 아내가 있는 가장의 꿈이 내집마련이라는 것은 언뜻 들으면 전혀 이상할 것 없는 지극히 현실적인 모범답안 일지 모른다. 그러나, 어찌보면 집이라는 건 우리 삶에 있어 먹는 것, 입는 것 만큼이나 기본적인 욕구에 해당하는 것인데, 그 기본적인 것을 충족하지 못해 거의 10년이 넘는 세월을 앞도 뒤도 안보고 허리띠를 졸라매야만 하고, 그사이 흘러가는 세월과 함께 젊은 시절에 가슴 뛰며 갈망했던 아름다운 꿈들을 너무 쉽게 접어야만 하는, 그래서 그런 꿈이 있었는지 조차 기억나지 않게 되는 현실이 가슴 아픈 것이다. 아무리 주가가 내려가고 집값이 뛰어도 해맑게 웃는 아가를 보면서 판도라의 상자 맨 밑바닥에 희망이 남아 있었듯, 제발 이 아이들에게는 꿈을 잃지 않을 수 있는 희망 가득한 사회를 물려줄 수 있기를 마치 기도하듯 간절하게 소망해본다.- donga. com에서 옮긴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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