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기면 또 만들면 되죠 이게 세상사 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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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적 박탈감이 문제다 ( 옮긴 글 )
얼마전 서울 강북지역의 어느 중학교에서 있었던 일이다. 사회과 담당교사가 수업시간에 지역적 특성에 대해 강의하면서 서울 강남지역을 언급하자, 한 학생이 '강남사람들은 다 죽여야 해요'라고 쏘아붙였다. 순간 밀어닥친 당혹감과 충격을 가까스로 수습한 교사가 왜 그런 말을 하느냐고 물었다. 대답은 단순했다. '돈이 많으니까요' 이 사례는 어느 미숙한 청소년의 돌출적인 행동으로 치부될 수도 있다. 그러나 가볍게 넘겨버릴 만큼 현실은 단순하지 않다. 그 청소년처럼`강남사람'으로 대표되는 부자들에 대해 증오어린 반감을 노골적으로 표출하지는 않더라도 상대적 박탈감을 품고 있는 청소년은 많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대중매체가 널리 퍼져 있는 요즘세상에서는 주위 부자들에대한 소식을 자세히 접할 수 있어 많은 청소년들이 자신이 가난하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아이엠에프 사태 뒤 빈익빈 부익부 심화로 악화된 계층간 갈등이 청소년층에도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면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청소년층에도 계층 갈등 확산 가진 자들에 대해 못가진 자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은 요사이 더욱커진 것같다. 심각한 경기침체 상황에서 가진 자와 못가진 자 사이에 삶의 모습이 극명한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가진 자들은 아이엠에프 위기 이후 오히려 고율 이자와 자본소득 증대를 통해 불려온 부를 바탕으로 호화사치성 생활을 즐기고 있다. 프랑스나 이탈리아에서 들여온 고가의 수입명품들은 내놓자마자 순식간에 매진된다. 3300만원에 달하는핸드백과 수백만원씩 하는 의류들도 가진 자들의 왕성한 구매욕에 금방 동이 나버린다. 1억-2억원 하는 아셈 의전용 외제차 1백35대가 10% 할인 판매에 붙여지자 한달 사이에 예약매진돼 버린다. 수도권 평일 골프장 예약도 하늘의 별따기다. 강남 지역의 룸살롱과 나이트 클럽, 고급음식점들에게 불황은 먼나라 얘기다. 호화판 해외여행객도 줄지 않는다. 수십억원을 호가하는 초고급아파트 분양현장에도 부자들의 발걸음은 잦다. 이에 비해 못가진자들의 삶은 고달프기 짝이 없다. 경제상황이 악화되면서 중산층과 서민층 가계의 소비심리가 급속히 위축돼 너도나도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재래시장과 서민층을 상대로 한 음식점, 술집, 상점 등은 썰렁하기 이를 데 없다. 중산층의 대거 몰락으로 강북지역 백화점들도 고전을 겪고 있다. 구내식당을 이용하거나, 술을 사다 집에서마시는 직장인도 늘고 있다. 서울시내 노점상은 아이엠에프 한파가 최고조에 달했던 98년보다 34%나 늘어 2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막 시행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도 저소득층 지원에 한계가 있다. 성남 술집화재로 숨진 주부 종업원들의 사연들은 저소득층의 생활이 얼마나 비참해질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이처럼 빈부양극화와 이에 따른 상대적 박탈감이 극심해진 상태에서는 사회적 안정과 통합을 이룰 수 없다. 대통령이 이제 경제를 살리자며 금모으기 하던 심정으로 협조해 줄 것을 호소해도 제대로 먹혀들기가 어렵다. 세금도 제대로 안내고 흥청망청 하는 부자들은 그대로 놔두고 못사는 사람만 고통분담해야 하느냐고 한사코 버틸 것이다. 이래서는 범국민적 협력을 기대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체제안정이 위협당할 수 있다. 획기적 세제·세정개혁 결단을 이제 김대중 대통령은 결단을 내려야 한다. 금모으기운동을 외면했을 뿐만 아니라 적십자회비조차도 잘 내지 않고 이익추구에만 매달리는 `마음 가난한' 부자들이 스스로 올바르고 떳떳하게 처신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획기적인 세제·세정개혁을 통해 부유층의 탈세를 철저히 막고 그들의 세금 부담을 크게 늘려야 한다. 그래야 소득재분배와 빈부격차 완화를 이룰 수 있다. 국민의 정부 들어서도 겪었듯이, 정부관련부처와 정치권은 부자들에 대한 과세강화의 추진자이기 보다는 방해꾼에 가깝다. 대통령이 직접 밀어붙이지 않으면 국민다수의 상대적 박탈감을 누그러뜨릴 길이 없다. 부유층을 `부러워는 하되 미워하지 않는' 사회라야 건전한 사회다. 윤후상 논설위원 ( 한겨레 신문의 아침햇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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