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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본드
억장 무너지는 `億億대는 세상`

요즘은 두 사람의 J씨로 시끄럽기만 하다. 그들 중 J1(진승현게이트의 주인공)은 27세, J2(정현준펀드의 주인공)는 32세라고 한다. 내가 그만할 때에는 들어가 살 집이 없어 결혼을 미루다가 사법연수원을 졸업한 후 법무관시절 조그만 관사를 얻어 비로소 결혼식을 올릴 수 있었던 것을 생각하면 엄청난 괴리감을 느끼게 된다.나는 29세때 처음으로 200만원짜리 중고차를 구입하고서는 무척이나 좋아했었고, 군에서 명절때 나오는 국산면세 양주 한 병을 신주단지 모시듯이 했었는데, J1은 27세의 젊은 나이에 여러 대의 외제 승용차에 고급 양주를 가득 싣고 다녔다니 또한번 상대적인 초라함을 느낀다, 고급 외제승용차는 트렁크도 크고 자동차가 여러 가지 용도로 사용된다는 것을 들으니 더욱 그렇다(얼마 전에는 어떤 유명 방송인이 고급 외제승용차를 호텔 방 대신 이용하다가 문제된 일이 있다. 그 사람은 J3이라고 부르는 것이 적당할 것 같다). 나도 머리 싸매고 고시공부할 것이 아니라 미국이나 홍콩에 가서 기업인수합병(M&A)이라는 것을 배우든지, 아니면 사설펀드라는 것을 배웠더라면 조금 일찍 결혼하고 더 좋은 차를 탈 수 있었을텐데. 이런 생각을 하면 나 자신이 무척이나 작아져 보임을 느낀다(요즈음 나와 비슷한 또래의 가장들이 함께 갖는 감정일 것이다). 뱁새가 황새 쫓아가려다가는 가랑이가 찢어진다고 했던가.쓸데없는 푸념은 그만하고 평범한 우리들의 세계를 생각해보자. 불과 1년 전에 씨랜드 화재사건으로 어린 유치원생들이 우리 곁을 떠났을 때 얼마나 시끄러웠던가. 또 경부고속도로 추풍령 근처에서 수학여행 버스의 대형사고로 수많은 고등학생이 목숨을 잃었던 때가 바로 엊그제 같은데 벌써 우리 기억에서 잊어져가고 있다. 여기서 나는 어색하지만 한가지 묻고싶다. 나의 몸값은 얼마나 될까를 생각해본 일이 있는지.얼마전에 교통사고전문 인터넷사이트를 만들었는데 하루에 1000명 이상의 교통사고 피해자와 유족들이 사이트에 들어와 몸값을 계산해달라고 부탁한다. 하나하나 계산해주는 것이 너무 힘들어 아예 자동으로 계산해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놓았다.귀여운 나의 아들 딸이 교통사고를 당해 하늘나라로 갔을 때 잘해야 1억3000만원 정도라는 것을 아는가. 사랑하는 나의 아내가 교통사고로 내 곁을 영원히 떠나갔을 때 인정되는 보상금이 겨우 1억7000만원 정도라는 것을 아는가. 40대 초반에 연봉 3000만원을 받는 샐러리맨은 겨우 2억5000만원 정도밖에 안된다는 것을 아는가.나의 몸값을 계산해보면 억울해서도 못 죽을 것이다. 27세의 젊은 J1은 내 몸값만큼 나가는 고급 외제승용차를 여러 대 굴린다는 얘기를 듣고 난 지금 수백, 수천억원을 주물러대는 그가 관계된 회사 중에 자동차보험회사도 있다던데 만일 내가 죽어 보험회사로부터 겨우 2억원 전후의 돈을 받게 된다면 억울해서 도저히 죽을 수 없을 것이다.전래동화에 나오는 효녀 심청이는 공양미 300석에 팔려갔었다고 한다. 공양미 300석을 오늘의 돈으로 평가해보자. 쌀 한 가마에 17만원 정도로 계산하면 약 5000만원이 된다. 요즈음 법원에서 인정해주는 사망사고의 위자료 기준이 5000만원인데 심청전에서 힌트를 얻은 것 같다.우리 아들이 좋아하는 가수도 J씨이다. 아들이 좋아하는 노래제목이 아시나요라고 한다. 아시나요? 진승현게이트와 관련해 정관계 로비의혹을 받고 있는 약 50억원은 착하고 예쁜 심청이 100명분이라는 것을.지금 이 시간에도 나 자신과 내가 사랑하는 가족들은 교통사고의 위험에 방치되어 있다. 심청이는 동화 속에서 다시 살아나 아빠를 만났지만 우리들은 그렇지 못하다.매일 억억대는 기사를 보다가 한마디 작별의 말도 남기지 못하고 떠나간 수많은 착한 사람의 몸값을 생각해보면 너무도 마음이 안좋다.심청이도 문학 작품에 나오는 인물이니 J1과 J2도 우리와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들이라 생각하자. 우리는 우리대로 살아가자. 다만 J1과 J2 이야기를 듣고난 지금은 억울하게 죽어가서는 안된다. 누군가가 가정의 행복을 가져다줄 것을 기대하지 말고 내 가정의 행복은 내가 지키도록 하자. 최소한 내 가정의 행복을 누군가에게 빼앗기지 말도록 하자.아빠 안녕히 다녀오세요 여보 늦지 말고 일찍 들어오세요라는 말을 앞으로도 계속 들을 수 있도록 노력하자.- 문화 일보의 칼 럼에서 옮긴 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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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1867 사랑과 고독, 그리고... 6956 독백 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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