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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정치의 한계 ( 옮긴 글 )

'기획정치'의 한계 집권세력은 정치상황이 어려울 때마다 '기획정치'에 의존하려는 경향이 있다. 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집권세력은 기발한 정치기획물을 통해 국면돌파를 시도한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유신체제라는 정치기획을 통해 영구집권을 시도했으며 전두환 전 대통령은 6월항쟁의 불길을 대통령 직선제 수용이라는 6·29선언으로 차단하고 노태우 후보의 집권을 성공시켰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야당시절 3당합당이라는 정치적 야합을 통해 집권에 성공하기도 했다. 이처럼 기획정치는 한국정치의 패러다임으로 자리잡았다. 김대중 대통령도 역대 집권자처럼 기획정치에 능한 편이다. 정치인중에서 논리적인 사고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 김 대중 대통령이 복잡한 시나리오를 요구하는 기획정치를 선호하는 것은 당연할지도 모른다. 김대중 대통령의 집권자체가 DJP(김대중-김종필)연합이라는 정치기획의 산물이었다. 92년 대선 패배직후 정계은퇴를 선언했던 김 대통령의 95년 정계복귀도 치밀한 시나리오에 따라 이루어졌다. 아태재단을 만들어 정계복귀의 교두보를 확보했던 김 대통령은 95년 지방선거때 조순씨를 서울시장 후보로 영입한 뒤 당선시키는 기획안을 성공시켜 야당의 총재로 복귀했던 것이다. 새해들어 혼미를 거듭하고 있는 정치권의 소용돌이는 외양상 민주당 의원의 자민련 이적에서 출발했지만 내용적으로는 집권세력의 국면돌파용 정치기획에 대한 야당의 반발적 성격이 강하다. 여기에다가 안기부의 옛 여권 총선자금지원 논란까지 겹치면서 정치적 격랑이 가중되는 양상이다.집권세력이 최근의 정치적 경색국면을 충분히 예견하면서 치밀한 상황전개 시나리오를 준비했었는지의 여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김중권 민주당 대표의 취임이후 여권이 비교적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면서 강공책을 구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김 대표 취임이후 여권은 마치 시나리오에 따라 움직이듯이 대여 압박카드를 차례로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손발이 맞지 않았던 민주당과 자민련의 공조체제가 공고해지고 여당을 막다른 골목으로 밀어부치던 한나라당이 수세에 몰리는 상황으로 반전됐다. 여기까지만 보면 여권의 국면돌파 전략은 대성공인 셈이다. 공동여당의 공조도 복원되고 안기부의 옛 여권 총선자금 지원 논란을 계기로 사사건건 국정의 발목을 잡던 한나라당의 기세를 잠재웠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집권세력은 골치아픈 국정쇄신책을 강구하지 않아도 된다고 안도의 한숨을 쉴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치란 기획한 청사진대로 진행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살아있는 생물과 같다. 권위주의 정치체제 아래선 중앙정보부를 비롯한 정보기관과 언론통제를 통해 기획정치의 메카니즘이 큰 위력을 발휘했다. 그러나 정보기관의 정치개입이 금지되고 언론통제가 사실상 불가능하게된 상황에서 기획정치는 약효가 미약해졌다. 문민정부라고 자처했던 김영삼 정권이 참담한 실패로 끝나고 만 것은 민심에 바탕을 두지 않는 기획정치가 더이상 통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천심이라는 민심은 작위적인 기획정치를 거부한다. 민심은 바닷물과 같아서 겉으로는 흐르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깊은 곳에서는 끊임없이 흐르고 있다. 민심은 얄팍한 정치술수의 본질을 꿰뚫어 본다. 한국의 정치사를 되돌아보면 민심과 괴리된 기획정치는 예외없이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가깝게는 김 대통령의 제2건국위 구상이 유명무실화된 것을 비롯해 민주당과 자민련의 합당 시나리오 등 크고작은 정치기획안이 무위로 돌아갔다. 공동여당의 내각제 개헌 시나리오가 무산된 것도 결국 대통령을 국민의 손의 직접 뽑자는 민심과 합치되지 않기 때문이었다. 국정 쇄신을 약속했던 집권세력이 민심 수습책은 제시하지 않고 정치공학적 기교에 집착하는 모습은 안타까운 일이다. 장정수 편집기획부장- 한겨레 신문에서 옮긴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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