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기면 또 만들면 되죠 이게 세상사 입니다 :
14 日目
봄은, 진실을 밝히는 용기다!( 퍼온글)
나는 이른 아침마다 북한산에 오른다. `아. 봄!' 탄성이 절로 난다. 제비꽃이 보라색을 함빡 머금은 채로 수줍게 미소를 짓고 노란 산수유가 여기 저기서 손짓을 한다. 청설모의 비상이 더욱 날렵하고 시끄러울 정도로 온갖 새들이 노래를 한다. 따스한 햇살, 이마에 흐르는 땀을 스치는 바람, 봄을 앓지 않을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삼천리 강산에 봄이 터질 듯 만발하고 있다. 그러나 죽은 자들에겐 봄은 없다. 적막만 있을 뿐이다. 지나간 청춘이 다시 오지 않는다 하여도 오는 봄을 즐기는 것은 오직 살아있는 자들의 몫일 뿐 죽은 자들에겐 그 조차도 기회가 없다. 그래서 살아있음은 그것으로 축복이다. 이 흐드러진 봄 판에, 이 생명의 대 교향악이 울려퍼지고 있는 이 강산에 죽인자들이 거리를 활보하면서 봄을 즐기고 있다. 그들은 여전히 공록을 먹으며 마치 그것이 국가의 임무를 성실히 이행하기나 한 듯 당당하기까지 하다. 제보와 증언은커녕 `비밀을 말하지 않는 권리'를 들먹이며 항변하고 있다. 민주 전선에 섰던 사회의 불의에 정면으로 맞서 생을 불태웠던 영혼들을 의문의 죽음으로 내몰았던 자들과 우리는 동거하고 있다. 살인 집단들과 악마의 무리들과 우리는 사회의 민주화를 말하고 인권을 논하고 있다. 그들의 대부분은 우리 사회의 질서와 기강을 바로 잡아야 하는 공권력의 집행자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의문사를 밝히는 일은 그만큼 절박한 우리사회의 오늘의 과제다. 또다시 사회가 균형을 잃으면 그들은 다시 악마의 탈을 쓰고 출동할 것이며 사회는 일시에 공포의 아수라장으로 변하고 말 것이다. 그렇지만 이들에게도 양심은 있을 것이다. 모두가 침묵한다 하더라도 그래도 몇은 봄 그늘 아래 빛 속으로 나오지 못하고 어둠속에서 지난날의 과오를 뉘우치며 고뇌하고 있을 것이다. 아무리 이 사회가 막 가고 있다고 하여도 정말 선량한 사람들은 틀림없이 있을 것이다. 포악한 독재정권아래 피치 못해 그 악역의 운명을 산 사람이 있을 것이다. 봄은 용기다. 만약 씨앗이 어둡고 춥다고 그 스스로 만족하여 그대로 머물러 땅속에 묻혀 있다면 결코 새 생명을 키워내기 못할 것이다. 차디찬 흙 속으로 씨앗의 옷을 벗고 뿌리를 내밀고 과감히 지상을 향한 도전장을 내지 않는 한 새싹은 결코 돋아나지 못한다. 급기야 썩어 문드러지고 말 것이다. 비록 위험이 따르고 고통이 동반된다 하더라도 용기를 내야만이 싱그러운 바람, 따뜻한 햇빛을 받아 꽃피우고 열매를 맺을 수 있다. 찬란한 생명으로 건강하게 우뚝 설 수 있다. 그렇다. 우리사회도 이젠 그들에게도 한번쯤은 용서를 할 수 있어야겠다. 그들이 어둠을 가르고 양심을 선언한다면, 진실의 보따리를 풀어준다면, 지난날의 과오를 뼈를 깎는 고통으로 뉘우친다면 그 용기와 결단을 사랑으로 감싸 안아야 한다. 그 용기에 박수를 쳐야 한다. 진실의 열쇠를 지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양지로 나올 수 있도록 우리 사회가 성숙해져야 한다. 의문사는 특히 박정희의 망령이다. 가난을 몰아낸다는 미명하에 그는 정의, 인권, 평등, 양심 등을 한꺼번에 이 땅에서 쓸어버렸다. 기다림의 여유와 함께 나누는 인정, 형제애등 모두를 헌신짝처럼 내다버렸다. 이제 우리는 이 모두를 되찾아야 한다. 의문의 죽음이 중음신으로 구천을 맴도는 이상 이 땅의 봄은 아직은 봄이 아니다. 임옥상/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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