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기면 또 만들면 되죠 이게 세상사 입니다 :
14 일째
숲 길 ( 퍼온시 )
정종목 저는 지금 당신의 호젓한 비밀 속으로 들어갑니다 얼마나 많은 헤매임이 지난 뒤에야 이것은 길이 되었을까요 여기에서 저기까지 이르는 구불구불한 길은 마치 은은한 피리소리, 날라리소리, 대금소리 같고 둥, 둥, 둥 울리는 북소리 같고 제 발걸음은 몇 개의 가락을 따라갑니다 지금 눈앞에 보이지 않는 길들이 그러나 이 산과 숲을 휘감아 돌고 있다는 걸 전 알아요 한번쯤은 그 길에서 비껴나 길을 잃고 헤매기도 하지만 당신은 슬쩍슬쩍 몇 개의 길을 더 드러내주기도 합니다 제가 지나온 곳들을 당신은 그저 묵묵히 덮어두시지만 오래 헤매인 길 밖의 길들이 먼 훗날 정녕 길이 될 수 있을는지 감춰진 당신의 마음은 너무 깊고 저는 지금 당신의 언저리를 더듬다가 어느새 당신의 일부가 되어갑니다 혹은 땀 흘린 열매를 겸손히 떨구는 키 작은 도토리나무가 되고 저의 피를 말리는 소나무가 되고 바람의 살(矢)을 당기는 풀잎이 되고 이슬이 되고 그러다가 제 뒤에 오는 누군가를 위해 슬며시 드러나는 길이 되기도 합니다
암호화
암호를 해제하였습니다.
암호화
암호해제를 실패하였습니다.
댓글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