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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기면 또 만들면 되죠 이게 세상사 입니다 : 14 일째

차라리 당신을 잊고자 할 때 (퍼온시)

차라리 당신을 잊고자 할 때 당신은 말 없이 제게 오십니다. 차라리 당신에게서 떠나고자 할 때 당신은 또 그렇게 말없이 제게 오십니다. 남들은 그리움을 형체도 없는 것이라 하지만 제게는 그리움도 살아있는 것이어서 목마름으로 애타게 물 한 잔을 찾듯 목마르게 당신이 그리운 밤이 있습니다. 절반은 꿈에서 당신을 만나고 절반은 깨어서 당신을 그리며 나뭇잎이 썩어서 거름이 되는 긴 겨울동안 밤마다 내 마음도 썩어서 그리움을 키웁니다. 당신 향한 내 마음, 내 안에서 물고기처럼 살아 펄펄 뛰는데 당신은 언제쯤 온 몸 가득 물이 되어 오십니까. 서로 다 가져갈 수 없는 몸과 마음이 언제쯤 물에 녹듯 녹아서 하나되어 만납니까. 차라리 잊어야 하리라 마음을 다지며 쓸쓸히 자리를 펴고 누우면 살에 닿는 손길처럼 당신은 제게 오십니다. 삼백예순 밤이 지나고 또 지나도 꿈 아니고는 만날 수 없어 차라리 당신 곁을 떠나고자 할 때 당신은 바람처럼 제게 오십니다. - 도 종환 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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