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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본드
끊기면 또 만들면 되죠 이게 세상사 입니다 : 14 日目

탈세 언론과 굽은 `대쪽`(퍼온글)

국세청의 언론사 세무조사를 두고 정치권이 벌이는 놀이가 갈수록 흥미를 더해간다. 세무조사부터 시작해서 최근 몇몇 언론사와 사주를 검찰에 고발하는 순간까지 정치권은 국민들의 따분함을 달래주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한나라당과 이회창 총재는 특히 애를 많이 쓰고 있다. 이 총재께는 죄송하지만 허락없이 고견을 잠시 인용하겠습니다. 보도를 보니 이렇게 말씀하셨더군요. “언론사주의 비리를 보호할 마음은 전혀 없다”고 말이죠. 물론 그렇게 하셔야지요. 공당의 총재께서 어떻게 비리를 보호할 수 있겠습니까? 더구나 청빈한 대법관에다 추상 같은 감사원장까지 지낸 분이신데. 이렇게도 말씀하셨더군요. “언론사주가 감당하지 못할 부담을 일시에 지우는 것은 언론탄압이다” 그렇지요. 공역이든 세금이든 감당할 수 없는 부담을 주어서는 안되지요. 저도 얼마 전에 세금을 지나치게 걷는 것은 호랑이보다 무섭다고 인용해서 쓴 적이 있는 만큼 이 총재께서 하신 말씀에 구구절절이 동감하면서 질문 삼아 몇 말씀 여쭐까 합니다. 이 총재께서 하신 말씀은 어디에 방점이 있는 것입니까? `언론사주'나 `일시에', 아니면 `언론탄압'을 강조하신 것입니까? `언론사주'를 강조하신 것이라면 언론사주가 아닌 경우에는 괜찮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도 있는데 대법관까지 지내신 분이 그렇게 말씀하신 것은 아니겠지요?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한데 언론사주만 특별히 봐주기는 어렵겠지요. `일시에'를 강조하신 것이라면 죄를 묻되 형편을 감안하여 온정을 베풀자는 뜻이니까 일리가 있습니다만, 만약 파렴치범에게 부과되는 징역살이도 나누어서 살도록 법개정을 요구하면 어떻게 하시렵니까? 군복무도 마찬가지고요. 늙은 부모와 병든 형제를 고향에 두고 눈물을 훔치며 병영에 입대한 젊은이가 한둘인 줄 아십니까? `언론탄압'은 어떨까요? `사회의 목탁'은 1조3천억원을 꿀꺽하고도 언론탄압을 강변할 수 있으니 도대체 얼마를 먹어야 찍소리를 못할까요? 한 말씀 더 드리겠습니다. 유신체제가 기승을 부리던 시절 독재정권이 학생들을 줄줄이 잡아갈 때 `학생탄압'이라고 하셨습니까? 365일 내내 독재정권이 대학을 점거하여 유린할 때 `학원탄압'이라고 하셨습니까? 신군부의 깡패군인들이 고립무원의 광주시민들을 무참히 학살할 때 `광주탄압'이라고 하셨습니까? 최근 이야기로 옮겨서 경찰이 부평, 울산, 여의도에서 파업 중인 노동자들을 짓밟을 때 `노동탄압'이라고 하셨던가요, `인권탄압'이라고 하셨던가요? 존경하는 이 총재님, 언론의 역할이 워낙 중요하니 우리 나라에서는 언론사주에게만 국민의 기본권이 적용되어야 합니다. 법도 이들에게만 관용을 베풀어야 합니다. 언론이 거액의 세금을 포탈하더라도 언론자유를 창달하기 위한 숭고한 행위이니 참아야 합니다. 그리하여 미국의 링컨대통령이 게티즈버그 연설에서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치”를 약속했던 것처럼 이 총재께서도 140년이 지난 지금 한국에서 “언론의, 언론에 의한, 언론을 위한” 정치를 선언하셔야 합니다. 하기야 언론은 이미 `밤의 대통령'이 되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초발심이 그립습니다. 감사원장과 국무총리를 지내시던 `대쪽'과 지금의 모습은 너무도 다릅니다. 이 총재께서 하시는 정치가 국민들을 얼마나 힘들게 하는지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이 총재께서 `언론탄압'을 외치실 때 국민들의 가슴에 치미는 분노를 느끼십시오. 이것이야말로 진정 `국민탄압'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진실로 바라건대 `굽은 정치'를 중단하시고 국민들 곁으로 돌아와 `대쪽정치'를 해주십시오. 정대화/상지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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