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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기면 또 만들면 되죠 이게 세상사 입니다 : 14 일째

가을 편지 ( 퍼온시 )

- 이해인 - 1 그 푸른 하늘에 당신을 향해 쓰고 싶은 말들이 오늘은 단풍잎으로 타버립니다 밤새 산을 넘은 바람이 손짓을 하면 나도 잘 익은 과일로 떨어지고 싶습니다 당신 손 안에 2 호수에 하늘이 뜨면 흐르는 더운 피로 유서처럼 간절한 시를 씁니다 당신의 크신 손이 우주에 불을 놓아 타는 단풍잎 흰 무명옷의 슬픔들을 다림질하는 가을 은총의 베틀 앞에 긴 밤을 밝히며 결 고운 사랑을 짜겠습니다 3 세월이 흐를수록 드릴 말씀은 없습니다 옛적부터 타던 사랑 오늘은 빨갛게 익어 터질 듯한 감홍시 참 고마운 아픔이여 4 이름 없이 떠난 이들의 이름 없는 꿈들이 들국화로 피어난 가을 무덤 가 흙의 향기에 취해 가만히 눈을 감는 가을 이름 없이 행복한 당신의 내가 가난하게 떨어져 누울 날은 언제입니까 5 감사합니다, 당신이여 호수에 가득 하늘이 차듯 가을엔 새파란 바람이고 싶음을 휘파람 부는 바람이고 싶음을 감사합니다 6 당신 한 분 뵈옵기 위해 수없는 이별을 고하며 걸어온 길 가을은 언제나 이별을 가르치는 친구입니다 이별의 창을 또 하나 열면 가까운 당신 7 가을에 혼자서 바치는 낙엽빛 기도 삶의 전부를 은총이게 하는 당신은 누구입니까 나의 매일을 기쁨의 은방울로 쩔렁이는 당신 당신을 꼭 만나고 싶습니다 8 가을엔 들꽃이고 싶습니다. 말로는 다 못할 사랑에 몸을 떠는 꽃 빈 마음 가득히 하늘을 채워 이웃과 나누면 기도가 되는 숨어서도 웃음 잃지 않는 파란 들꽃이고 싶습니다 9 유리처럼 잘 닦인 마음밖엔 가진 게 없습니다 이 가을엔 내가 당신을 위해 부서진 진주빛 눈물 당신의 이름 하나 가슴에 꽂고 전부를 드리겠다 약속했습니다 가까이 다가설수록 손잡기 어려운 이여 나는 이제 당신 앞에 무엇을 해야 합니까 10 이끼 낀 바위처럼 정답고 든든한 나의 사랑이여 당신 이름이 묻어 오는 가을 기슭엔 수 만 개의 흰 국화가 떨고 있습니다 화려한 슬픔의 꽃술을 달고 하나의 꽃으로 내가 흔들립니다 당신을 위하여 소리없이 소리없이 피었다 지고 싶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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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1992 사랑과 고독, 그리고... 7011 독백 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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