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기면 또 만들면 되죠 이게 세상사 입니다 :
17 일째
백가쟁명의 시대로(퍼온글 )
대통령 재임 때보다 퇴임 후 오히려 더 많은 사랑과 존경을 받아온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은 1946년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한 뒤 8년간 해군장교로 복무했다. 그러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자 제대하여 아버지가 일군 땅콩 농장과 창고업을 이어 받았다. 그뒤 정계에 뛰어들어 62년 조지아주 상원에 진출했으며, 4년 뒤에는 조지아 주지사에 도전했으나 실패했다. 70년에 재도전하여 주지사에 당선된 그는 6년 뒤 이번에는 백악관 도전에 나섰다. 남부의 시골뜨기인 그가 대선전에 나서자, 그를 깔보던 워싱턴의 정치기득권 세력은 `지미 후?'(지미가 누구지?)라며 그를 아예 무시했다. 그러나 반년 이상 계속되는 예비선거 과정을 통해 무명에 가까운 카터는 미국 국민에게 널리 알려지게 됐으며, 31개 예비선거 가운데 19개 예비선거에서 승리를 거둬 민주당 후보가 됐다. 그리고 그 여세를 몰아 공화당 현직 대통령인 제랄드 포드를 누르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열린 정치와 새 인물의 등장 조지아 주보다 훨씬 작은 아칸서 출신의 시골뜨기 빌 클린턴이 대통령이 되는 과정도 카터와 매우 흡사하다. 그가 얼굴을 디밀었던 민주당 예비선거 때 당시 미국 언론은 클린턴을 비롯한 민주당의 고만고만한 일곱 후보들을 일컬어 `일곱 난장이'라 불렀다. 걸프 전쟁 이후 무려 90%에 가까운 인기를 누렸던 조지 부시 당시 대통령의 인기에 비하면 클린턴을 비롯한 일곱 민주당 후보들은 `정치적 난장이'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예비선거 제도는 그런 정치적 난장이들조차도 거인으로 만들어 준다. 열린 정치제도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한국에서처럼 당 총재, 당의 보스, 중앙당이 지배하는 봉건적이고 폐쇄적인 체제에서는 카터나 클린턴 같은 새 인물이 대통령은커녕 대통령 후보가 되는 것조차도 불가능하다. 정치제도와 구조가 철저히 기득권을 보호하는 독점체제인데다, 국회의원 경우처럼 선거법 자체가 아예 정치신인의 등장을 차단하고 있다. '사전선거운동'을 금하고, 언론까지 가세하여 '조기과열'을 호되게 나무라는 상황에서 어떻게 새 얼굴의 등장이 가능하겠는가. 최근 헌법재판소가 현행 국회의원 선거법 관련 조항에 '합헌' 결정을, 낙선운동에 '위헌' 결정을 내린 것은 한국의 선거제도, 사법체제가 아직 후진적인 것임을 만천하에 알린 것이다. 이런 봉건적이고 폐쇄적인 정치체제가 완고하게 버티고 있는데다 멀쩡한 사람들의 생각까지도 마비시키는 지역주의와 냉전 대결주의까지 가세하고 있으니, '새 술을 새 부대'에 담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런 속에서 우리는 낡은 시대의 상징인 김종필 자민련 명예총재의 역겨운 얼굴을 40년 이상 보고 살아야 하고, 망국적 지역주의가 만들어 놓은 해괴한 정치적 틈새에서 벌이는 그의 정치곡예에 놀아나는 이 퇴영적인 한국 정치를 보아야 하며, 이런 저질의 정치곡예를 부채질하는 수구·냉전언론의 악의를 아직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낡은 인물의 청산을 위하여 구시대의 낡은 정치꾼들을 청산하기 위해 우선 내년 대통령 선거전에서 젊은 후보들이 좁디 좁은 독점체제의 틈새를 비집고 나와 지역 패권주의와 봉건적 중앙집권 체제 안에서 독점권력을 즐기고 있는 기득권 세력을 뒤흔들어 놓아야 한다. 백가쟁명의 열린 시대로 가야 희망의 씨앗이라도 볼 수 있고, 다음을 기대할 수도 있지 않는가. 여당에서도, 야당에서도 낡은 기득권 인물이 아닌 열린 생각의 젊고 역동적인 새 인물들이 나와 망국적인 지역주의, 역사의 시계를 거꾸로 돌려놓는 냉전 대결주의를 극복하는 새 바람을 불러 일으키며 희망의 씨앗을 뿌려야 한다. 그래야 김종필 명예총재같은, 민주화에도 역사발전에도 아무런 기여를 하지 못한, 기여가 아니라 해악만 끼쳐온 후안무치의 과거 인물들이 외치는 `대통령이 되어야 하는 12가지 이유' 따위의 서글픈 코미디를 더 이상 보지 않게 되고, 이 엄혹한 무한경쟁의 세계화 시대에 살아 남을 수 있는 새로운 지도력을 맞이할 수 있다. 정연주/ 한겨레 신문 논설주간[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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