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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본드
끊기면 또 만들면 되죠 이게 세상사 입니다 : 16 일째

맑은 하늘을 보니 눈물이 납니다( 퍼온시 )

- 최 복현 1서글픔으로 다가와서한 줄기 그리움으로 남아차마 못 잊을 추억 하나추억이 그토록 아름다운 건다시는 만날 수 없음다시는 되풀이 될 수 없음그래서 추억은 아름다움입니다.사색을 가져다 주는 계절의 모퉁이이따금 스치는 가느란 바람결에갓 설레는 열일곱 소녀가 옷을 벗듯이노란 은행잎이 부끄러이살풋살풋 파란 하늘 배경삼아 재주를 부립니다.2온통 창자가 뒤틀리듯이가파지르는 아픔을 가져보지 않은 이는,온통 머리가 뽀개지듯이터질 듯한 골머리를 앓아보지 않은 이는아프지 않은 상태의 편안함을 모르듯진정 괴로움을 느끼지 못했던 이들은괴로움의 진실을 모르듯너무도 사랑했었으므로잊히지 않는 그리움의 아픔을 모릅니다.3말을 주며말을 건네 받으며잘도 모여서 사는 사람들의 세상실오리들이 모여 잘도 짜깁기 되어털쉐타처럼 잘도 어울려 사는사람들의 세상어디엔가 묻혀져서다시는 볼 수 없는 한 사람한 줄 한 줄 따라가보면어디엔가 꼭 있을 그리움의 사람살아가는 일로또 다시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로그리워하는 일을 잊은 척 살아갑니다.4어차피 오늘을 삽니다.어제는 더 이상 나의 것이 아니므로내일 또한 나의 것이 아닌의식 속에 존재하는 하나의 감상일 뿐이므로지금은 오늘뿐그 이상은 나의 것이 아니므로그리움이라든가추억이라든가희망이라든가그건 하나의 아름다운 단어가 아니렵니까.지금 나는어제의 너를 사랑하지 않으렵니다.내일의 너를 사랑하지 않으렵니다.지금 나는지금의 너만을 사랑하렵니다.5어떤 모습으로든오늘을 사는 우리네인 이상아린 어제의 얘기를 가슴이 묻은 채 삽니다.추억이라 하기엔너무 아린 그리움의 전설까마득한 옛이야기로 남겨두려면문득문득 가슴을 두들기며못내 그립게 하는 어여쁜 추억고픈 배를 채우는 일로갈급한 무지를지식으로 바꾸는 일로순간순간 잊고 살지만우리에겐 늘 연연함의이쁜 그리움이 남습니다.6경복궁 담벽 따라가느란 바람을 등에 지고 걸으면빨간 담쟁이 잎들이그리움의 뿌리를 불러 줍니다.사색에 잠겨차가운 보도 위에 떨어진 채로이슬 묻은 노란 은행잎들을 보면콧등이 시큰해지는추억의 환영들이 후두둑 밀려옵니다.흙묻은 손으로눈물을 훔치는 아이처럼눈가에 이슬을 손으로 지우며하늘을 보니구름 한 점 없는 빈 하늘하늘이 비어갈 수록온통 파랗게 비어갈 수록그토록 깨져 버릴 듯한맑은 하늘을 보니 눈물이 납니다.7누가 님인가요잊히지 않으면 님입니다.누가 님인가요보이지 않으면 님입니다.누가 님이란 말인가요만날 수 없으면 님입니다.님이란 뭔가요그래서 설운게 님입니다.8다시는 이 모습 이대로볼 수 없는 님입니다.그러나 문득문득갑자기 나타날 듯한그래서 님입니다.9다시 만나지 않으렵니다.나는 나대로멀면 멀 수록더 멀게 살아감이 좋으렵니다.그렇게 길게아니 영원히소녀의 모습으로 기억한 채재회의 슬픔없이아름다운 추억으로 간직하며사는 것이 좋으렵니다.10가을이 다가와서구슬픈 소리를 들려 주면아리게 살아나는 그리움으로멀리로 멀리로 하늘을 보면곱게 수놓였던추억들이 뭉게뭉게먼 산 너머로먼 산 너머로사라져 숨고저 홀로 비어가는 하늘혼자만 혼자되어 비어가는 하늘하늘이 너무 맑아 눈물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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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1992 사랑과 고독, 그리고... 7007 독백 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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