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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언제까지..( 퍼온글)

미국 자본주의의 심장 쌍둥이 무역회관이 단숨에 무너지고 철옹성 펜타곤이 공격받자 부시 대통령은 `21세기 최초의 전쟁'이 시작되었다고 흥분했다. 두 차례의 제국주의 세계대전과 냉전체제가 이어졌던 20세기를 넘기고, 전체 인류사회가 평화와 문화주의를 지향하는 새로운 세기에 들어섰다는 희망이 일부 돋아나고 있을 때, 그것을 뒤엎기나 하듯 21세기 최초의 전쟁이 하필이면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유일 초대강국 미국의 심장부가 무너지면서 터졌으니, 세상일이란 참으로 알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다. 태양이 지지 않던 나라 영국이 쇠퇴한 후의 20세기는 미국이 대신 세계를 지배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후반기는 소련과 함께 지배했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 세기가 다 가기 전에 소련이 무너짐으로써 20세기 세계를 지배한 나라는 결국 미국이 된 셈이다. 이제 21세기로 들어선 시점에서 가장 큰 관심사의 하나는 미국이 언제까지 초대강국의 위치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그 대답으로서 지역공동체의 발달과 유럽연합의 결속 강화, 중국의 강대국화 그리고 러시아의 재기 등이 주목되기도 한다. 그러던 차에 아직은 아무도 감히 건드리지 못하리라 생각했던 초대강국 미국의 심장부가 몇몇 테러분자의 공격을 받고 한 순간에 폭삭 무너지는 일이 백주에 벌어졌다. 세상에 모르는 일이 없고 못하는 일이 없다고 공인되다시피 한 미국의 정보기관도 이 엄청난 일을 미리 알지 못 했고 그래서 막지 못했으니 참으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부시가 말하는 21세기 최초의 전쟁을 두고 아직은 어느 예리한 논평가나 대담한 해설가도 미국이 세계 유일 초대강국의 위치에서 내려서는 시발점이 되지 않을까 감히 예측하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제 편이 아니면 테러 편이라는 식의 `공갈'을 무릅쓰면서 대담한 논평이나 해설을 내놓기에는 미국의 초대강국적 위치가 아직 너무도 뚜렷하기 때문이라 할 수도 있겠다. 세상에 믿을 것이 아무 것도 없다 해도 역사가 변한다는 사실만은 믿어도 된다. 2백만년이 넘는 인류 역사에서 지난 불과 5천년 동안에 석기를 쓰던 인간들이 달나라에 가고 컴퓨터를 쓸 만큼 문화를 그리고 역사를 급격히 발전시켜 왔다. 그 위에 현대사회에서는 역사 발전의 속도가 상상을 초월할 만큼 더 빨라지고 있다. 20세기 동안 세계를 지배한 미국이, 소련이 무너진 후 홀로 초대강국으로 남은 미국이, 그 유일 초대강국의 위치를 그냥 유지할 만큼 21세기 세계사가 제자리걸음 하지 않는다는 사실 역시 믿어도 좋을 것이다. 테러행위는 마땅히 규탄되어야 하고 죄 없이 죽어간 영령들의 명복은 엄숙히 빌어져야 한다. 그러나 그것으로 테러행위와 무고한 희생이 더 이상 없어진다는 보장은 아무도 할 수 없다. 문제의 핵심은 어떻게 해야 테러행위를 없게 할 수 있는가 하는 점에 있으며, 분명한 것은 보복전쟁은 결코 문명국다운 대응책이 아닐 뿐만 아니라 근본적인 테러 방지책도 못된다는 사실이다. 문명사회다운 평화주의자다운 대응책은 테러를 당한 쪽에서 그 원인을 정확하게 찾아내고 그것을 스스로 하나하나 없애 가는 데 있다. 테러분자라 해도 비행기를 조종할만한 지능을 가진 사람들이 하나밖에 없는 목숨을 이유 없이 버릴 리 없다. 이번 테러행위의 근본 원인은 유일 초대강국 미국의 지칠 줄 모르는 패권주의에 있다 해도 괜찮을 것이다. 일본·영국 등의 적극적인 뒷받침을 받으면서 신자유주의를 무기 삼아 거침없이 치닫는 미국 패권주의는 진정한 의미의 세계평화를 위해 반드시 청산되어야 한다. 턱없이 넓어진 그 오지랖은 좁혀져야 하며 겸손해져야 한다. 패권주의를 걷고 다시 먼로주의로 돌아갈 수 있을 때, 비로소 미국을 대상으로 한 테러는 종식될 것이다. 미국의 사회학자 임마누엘 월레스틴은 미국이 종주국이 된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는 앞으로 25년 내지 50년 못 간다고 진단했다. 그 같은 역사의식과 결기를 겸한 사람들의 발언권과 역할이 훨씬 더 커질 때 미국과 세계의 평화는 보장될 수 있을 것이다. 강만길/상지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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