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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본드
끊기면 또 만들면 되죠 이게 세상사 입니다 : 14 일째

11 월에 쓰는 편지

가을인가 했더니 어느덧 11 월 겨울이 다가 섰네요..우리에겐 겨울이란 단어는 어쩌면 그렇게도 추운 단어일가요?저희들의 겨울,그건 대단한 인고의 세월이었어요.가난한 시절생솔나무 가지 꺽어다 땔감으로 쓰고 그러면 아버님은 그 연기 땜에 저 멀리 장자동이나 챈벤으로 마실을 가셔도 거긴들 다를수 있나요?온 동네가 저녁이면 생솔나무 타는 연기로 자욱한 풍경인걸....누나는 그런 생솔나무로 밥을 짓느라 부억에서 억지로 때다 보니 밥 한끼 짓는 것은 대단한 고역이었어요.눈에는 눈물이 나오고 눈은 벌겋게 충혈되곤 했지요...그래도 가난한 시절이었지만 아침밥상을 가운데 두고 빙 둘러 앉아서 먹는 그런 오붓한 시절은 그 당시가 훨씬 행복했지요..당신들은 겨울의 농한기한푼이라도 벌려는 욕심에 가마니 짜기에 여념이 없었어요.하얀 먼지를 수건위에 덕지 덕지 얹고서 하루동안 일을 하시던 당신.그리고 허리도 펴지지 않을 그런 때인데도 저녁이면 식구들의 저녁상을 준비하여야 하던 고달픈 시절...- 하얀 밥이나 배불리 먹었으면....하는 것은 모두의 소원(?)이었을 겁니다앞집 만옥이 집만 빼고는 그런 심정이었을 겁니다..어느 집을 가나 집안에 쳐 놓은 가마니가 수북하고 돌아오는 장날에 내다 팔 그런 것이지요...그 가마니가 그래도 없는 농한기 시절에 유일한 용돈을 벌수 있는 것이었으니 누군들 짜지 않고 배기나요??사실이지 그 가마니 짜는 작업이란것이 하루종일 그 자리에서 있어야 하고 손을 쉴세없이 움직여야 하는 고달픈 작업이라 잘 먹지 못하는 와중에 그런 힘든 노동은 견디기 힘들어 간혹 코피를 쏟고 참았던 것이기도 했지요.요즘 세대에 그런 인고의 세월을 견디라 하면 너나 나나 못한단말이 나올것입니다이렇게 편한 세상도 여러가지 이유를 대면서 불평들이 많은데 ....어머님...생각나시지요?제가 어렷을때 그 귀한 고무신을 장난하다가 동생의 신을 호미로 찍어 두동강이 나자 저도 황당해서 어찌 할바 모른 마당에 아버지께서 목격하시곤 얼마나 화가 나셨으면 절 안석이네 논이있은 거기 시냇가 까지 쫒아 오셔서 그랬을 가요?전 당시에..그래도 달리기엔 일가견이 있었던 시절이었는데도 아버지의 포기 하지 않은 끈질긴 추격앞에 붙잡히고 말았답니다 목을 쥔채 끌려가 아버지에게 손을 빌었지만 쉽사리 용서가 안되셨나 봐요 하긴....그 당시의 살림이란 것이 얼마나 살기 힘든 시절이었나요?그런 아버지의 비정앞에 당신은 두고 두고 그 말씀을 하셨어요..아들이라 해도 그런 아버지 앞에 감히 나서지 못하는 심정..그날의 혼난건 두고 두고 잊혀지지 않은 애긴가 봅니다그리고 아버지가 그렇게 잘 달리신 것도 아마도 그때가 첨인가 봅니다아마도 아버지의 연세가 40 대 중반 정도가 되셨을 때이니깐....어머님..우리들의 어린 시절을 왜 그렇게도 춥고 그랬을 가요?어디를 둘러 보아도 먹을 것 없는 그런 상황이어서 그런 것이 아닐가요?옆집 외할머니 댁에 가면 그래도 뭣인가 먹을 것이 있으려나?하는 기대로 눈이 떠지자 마자 달려간 거기이미 거긴 장자동 이모의 아들들이 진을 치고 있었어요.- 너그들은 눈만 떳다 하면 왜 요기로 몰려오냐?하시던 외할아버지..외할아버지는 그런 딸들을 둔 덕에 눈 앞에 보이는 그런 불행한 삶들이 가슴아픈짓이었겠지요..가난한 딸들을 도와 주고 싶어도 도와주지 못하는 현실.그런 현실앞에 당신들은 괴롭고 그렇겠지요..막내 아들인데도 아무런 재산도 몰려주지 않은 조부님을 이렇게 욕을 했어요.- 고놈의 쥐포수 양반,밭떼기 한쪽 주지도 않음서 뭣하러 왔다냐?염병할 영감태기 보기도 싫더라.하시면서 조부님을 욕하시던 외할머니의 욕설이 왠지 좀 듣기싫었어요..그 깊은 정을 알지 못한 탓에...그렇겠지요눈에 넣어도 아깝지 않은 딸을 데려다가 그렇게 고생시키는 할아버지가 그렇게 미운것도 이해를 합니다.건강도 좋지 않은 아버지..애들은 많은데 먹을것 없는 참담한 농촌의 현실.그걸 바라보는 당신들은 왜 말은 안해도 속이 쓰리겠지요..- 잘 살고..- 형제간들 우애있게 잘 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한동네로 시집을 보내고 기대를 하셨던 외할머니......그런 당신의 기대가 수포로 돌아가 버리니 얼마나 속이 상하셨을가요?지금은 이해가 됩니다그렇게 하지 않기 위하여 막내 딸만은 먼곳으로 시집을 보낸 시절그 봉학이모님도 이젠 고인이 되셨으니 얼마나 먼 애깁니까?어머님....초 겨울 바람이 찹니다.우리들의 희망이신 당신.당신은 우리들의 마지막 깜깜한 밤의 촛불같은 존재십니다...우리들을 오랫동안이나 지켜 주십시요당신의 계심으로 저희들은 진정한 고향을 생각합니다...늘 생각게 하도록 오랫동안 곁에 계십시요 어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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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1992 사랑과 고독, 그리고... 7011 독백 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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