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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본드
지금도 조개가 있을가?

학교를 시골서 다닌 난 자전거로 통학했었다.집에서 학교까지 걸어선 2 시간, 자전거로 한 40분의 거리다.8 km 정도니 잇수로 이십리다.(1 리가 4km인데 왜 20리라고 하는지 모른다.시골 사람들의 허풍이 아닐가...매사를 부풀려 말하기 좋아하는 허풍)비포장 도로...차만 한대 지나가도 그 먼지가 뽀얗게 이는 도로.버스가 통행해도 되련만 버스 한대 없으니 모두들 자전거가 귀중한 교통수단으로 아침은 자전거로 도로가 넘쳤었다.은륜의 빛을 발하면서 힘차게 달리던 그 친구들.나주읍으로 들어가는 초입.거기에 너른 저수지가 있었다.지금도 여전히 저수지로 남겨있지만......여름 날 우린 하교할땐 너나 할것 없이 미역을 감았다.땀으로 얼룩진 몸을 씻고서 둑위에 쉬는 애들과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는애들과 그리고 조개를 잡는 애들.저수지 둑위엔 늘 애들이 넘쳤다.저수지 둑위엔 질펀히 줄지어 서 있는 자전거들...그 위에 내 팽개쳐진 교복들, 그리고 모자.....나도 어김없이 미역을 감고 가길 좋아했다.아니 미역이 아니라 조개를 잡았다.우리 동네서도 조개를 잡았지만 수심이 깊어 여기서 나온 조개는훨씬 크고 매끈했다.검은 윤기가 나는 커다란 칼 조개( 우린 칼 조개라 불렀지만 그 말이맞는 말인지 방언인지 모르겠다...) 를 잡는 맛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어떤 친구들은 눈이 빨갛게 토끼 눈알이 되도록 오랜 시간을 물속에서잡곤 했다.조개가 많기도 했지만 그 잡는 재미가 보통이 아니었다.물밖으로 머리만 내 밀고 발바닥으로 슬슬 문지름서 걷는다.그러다가 조개를 밟으면 그 특유의 미끄러움이 전해 온다.보통의 흙하곤 감촉이 영 다르다.미끄덩 하고 전해오는 감.머릴 물속으로 들어가 잡는다.어깨엔 조개를 넣는 망사로 만든 주머니를 메고서...- 물에 들어가기 싫은 애는 밖에서 바라보기도 하고....- 햐~~!1이 조개 좀 봐라 . - 어디? 어디?..엄청크다 하곤 저수지가 떠나라고 소릴 지른 애들....여름의 그 저수지는 조개 잡는애들로 해서 떠들썩하기만 하다.그 많은 조개들이 왜 그리도 많았을가...잡아도 잡아도 끊일새 없이 잡히던 그 까맣고 윤기나던 칼 조개...어떤 애들은 잡는 재미에 해가 뉘엿 뉘엿 해서야 빨간 눈을 부비고 물밖으로 나온 애들도 있다.글고 나선 그 조개를 자전거뒤에 싣고 휘파람 불면서 귀가하던 풍경.지금도 고향에 가는 길에 있는 그 저수지......여전히 그 자리에 그대로다.- 아직도 이 저수지엔 그 먹음직 스럽고 탐스런 칼조개가 나오나요?우리 학교 다닐땐 많이도 잡고 그랬는데...........- 어디 요즘 조개가 살기나 하겠어요?오염되어 저수지 물이 저렇게 검은색을 띠지 않아요?언젠가 택시 운전수에게 물었더니 그런다.참 아름다운 시절.긴긴 여름해가 지도록 물장구 치면서 멱을 감고 또 조개를 잡던 시절.다시는 돌아올수 없는 그런 시절이 왜 그리도 그리울까......시골은 그래서 좋다.이런 아름다운 추억을 그릴수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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