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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본드
끊기면 또 만들면 되죠 이게 세상사 입니다 : 14 일째

가을 유서

* 류 시 화 * 가을에는 유서를 쓰리라낙엽되어 버린 내 시작 노트 위에마지막 눈 감은 새의 흰눈꺼풀 위에혼이 빠져 나간 곤충의 껍질 위에한 장의 유서를 쓰리라차가운 물고기의 내장과갑자기 쌀쌀해진 애인의 목소리 위에하룻밤새 하얗게 돌아서 버린 양치식물 위에나 유서를 쓰리라파종된 채 아직 땅 속에 묻혀 있는몇 개의 둥근 씨앗들과모래 속으로 가라앉는 바닷게의고독한 시체 위에앞일을 걱정하며 한숨짓는 이마 위에가을엔 한 장의 유서를 쓰리라가장 먼 곳에서상처처럼 떨어지는 별똥별과내 허약한 폐에 못을 박듯이 내리는 가을비와가난한 자가 먹다 남긴 빵껍질 위에지켜지지 못한 채 낯선 정류장에 머물러 있는살아 있는 자들과의 약속 위에한 장의 유서를 쓰리라가을이 오면 내 애인은 내 시에 등장하는 곤충과 나비들에게이불을 덮어 주고큰곰별자리에 둘러싸여 내 유서를 소리내어 읽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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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1992 사랑과 고독, 그리고... 7011 독백 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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