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기면 또 만들면 되죠 이게 세상사 입니다 :
14 일째
가을 유서
* 류 시 화 * 가을에는 유서를 쓰리라낙엽되어 버린 내 시작 노트 위에마지막 눈 감은 새의 흰눈꺼풀 위에혼이 빠져 나간 곤충의 껍질 위에한 장의 유서를 쓰리라차가운 물고기의 내장과갑자기 쌀쌀해진 애인의 목소리 위에하룻밤새 하얗게 돌아서 버린 양치식물 위에나 유서를 쓰리라파종된 채 아직 땅 속에 묻혀 있는몇 개의 둥근 씨앗들과모래 속으로 가라앉는 바닷게의고독한 시체 위에앞일을 걱정하며 한숨짓는 이마 위에가을엔 한 장의 유서를 쓰리라가장 먼 곳에서상처처럼 떨어지는 별똥별과내 허약한 폐에 못을 박듯이 내리는 가을비와가난한 자가 먹다 남긴 빵껍질 위에지켜지지 못한 채 낯선 정류장에 머물러 있는살아 있는 자들과의 약속 위에한 장의 유서를 쓰리라가을이 오면 내 애인은 내 시에 등장하는 곤충과 나비들에게이불을 덮어 주고큰곰별자리에 둘러싸여 내 유서를 소리내어 읽으리라
암호화
암호를 해제하였습니다.
암호화
암호해제를 실패하였습니다.
댓글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