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내일기장으로 옮겨 도전한다 :
34 일째
어머님, 가을입니다
어머님,오늘 제가 전화했지요?전 잘 들리는데 들리지 않으신 당신의 청력.어쩔수 없는 거죠.그래도 이 정도의 건강하신 몸으로 우리곁에 머물러 주신당신이 자랑 스럽습니다.추석이 가까이 오는데 이번도 가서 뵈옵지 못한 불효용서를 빕니다.지난 토요일.직장 동료의 어머니 문상을 다녀왔어요.저 멀리 해남.그곳에서도 먼 해남 말입니다.그 동료도 서울에서 임종도 못하고 왔다더군요.그 회한이 눈물로 흐르던 걸요.어머님의 마지막 임종을 못한 자식은 불효자인거죠..그 마지막 할말도 있었을텐데..........임종도 못한 우린 그저 생활의 핑계를 대죠살다보니 어쩔수 없다는 편리한 핑계.거긴 기이한 풍습이데요.호상이라고, 밤이 늦은 시간에 동네 아낙들이 모여서 노랠 부르지 않나, 장고를 둥둥 치질 않나..전, 그게 왠지 서글퍼 보이더군요.어떻게 호상이란 말인지요?돌아가신 것이 슬픔이지 어찌 호상이란 말인가요?이해가 되지 않은 짓들을 하는 곳이 해남이데요.귀가길에,집에 들려 오면 좋겠는데 차마 같이간 동료들과함께 들려가잔 소릴 못하겠더군요.넘두 피곤했으니까요.바로 지척에 제 집이 있고 어머님이 계신곳을 그냥 지나쳐 왔습니다.그것도 핑계죠.맘만 먹는다면 일찍 일어나 올수도 있을텐데 말입니다.엊그젠,형님이 다녀가셨다죠?그래도 형님은 장남 노릇하느라 꼭 잊지 않고 다녀가는 군요.당신의 할일을 챙겨 하는 형님이 자랑스럽습니다.어머님,추석에는 당신은 ,늘 하얀 행주치마 입으시고 옆집으로 새암집으로그렇게 분주히 다니셨죠?당신의 그 행주 치마 입으시면 전 그냥 좋았어요.당신의 그렇게 분주히 다니시는 모습이 그저 좋아 보였어요.명절이 다가온단 사실.그리고 맛있는 음식도 먹을수 있단 기대그런 이유이겠죠.그렇게 하루가 마냥 좋고 옆집의 이모네 집서 떡을 치는 떡메소리가 그렇게 기분좋은 소리로 들리던 때가 그립습니다.지친줄 모르고..여기 저기 심부름 다니고 해도 마냥 즐겁던 그 어린 시절.그 시절은,정녕 올수 없는 것이지요?늘 허름한 배잠방이에 땟국이 줄줄 흐른 옷을 입고 일 밖에 모른 옆집 이모부도 그 날만은 말끔히 이발하시곤 했어요..명절을 보람있게 보낼려는 성의죠.저수지 아래의 주막을 가면 거긴 돼지 한 마리 잡고서 빙둘러 앉아내 장을 끓여 막걸리 한 사발 먹는 거기..윷판이 이미 한창이었죠...온동네 남정네 들이 모며서 왁자지껄 떠들던 곳추석은 그렇게도 좋은 명절였나 봅니다.어른이든 아이들이든, 그렇게 좋았으니까요..어머님,이젠 이모집의 감도 이젠 차차 짙은 빨간색으로 익어 가겠죠?머 잖아 감나무 잎사귀가 지고, 거기에 까치먹이 감만 남겨둔 감나무.그 앙상한 감나무가 한결 마음을 외롭게 하는 계절입니다.이런 명절이면 객지에 나가 있는 자식들이 어머님 계신곳에 모여들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현실...죄송하고, 미안할 따름입니다.맘은 아닌데 그러질 못하고 있어요.추석이 지나고 불쑥 서해안 고속도로로 찾아갈지 모릅니다.어머님이 보고싶을때 전 불쑥 찾아 갑니다..조금의 용돈 보내드렸습니다.잡수시고 싶은거 , 잡수시게요..그럼 어머님,뵈올때 까지 건강 유지하십시요..이번 추석이 쓸쓸하다 해도 용서해 주십시요.이만 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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