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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본드
다른 내일기장으로 옮겨 도전한다 : 34 일째

내 가슴의 추석

참 세월이 빠르다.벌써 가을, 그리고 한 가위...더도 덜도 말고 한 가위만 같아라.그런 말이 있다.
오곡 백화가 만발하고, 배 고픔을 가시게 해 주는 가장지내기 좋은 계절이라서 그런 말이 나온게 아닐가?한 가위,휘영청 보름달이 뜨는 그런 한 가위 밤 보담도,그 전날이 더 좋았다.

내일에 대한 기대.명절이 오고 있다는 희망.오죽 했으면, 한 가위가 오고 있음을 달력에 그렸을가?들은 오곡이 익어가고, 추석빔을 입고서 나들이 하곤 했다.새로 장만한 추석 빔.그걸 입고 싶어 얼마나 안달했던가?

아무도 없는 방에서 입어보고 거울에 비쳐 보곤했지.-기성복인 양복에, 청색 운동화.그게 그렇게도 입고 싶었다.아니 평소엔 검정 고무신이 내 주로 신던 신이었다.명절이 아니면 언감생심 운동화를 어떻게 꿈 꾼단 말인가?입고선, 흙이라고 묻혀 있음 정성껏 닦아 보관하고....배가 부른 추석 날,그 날 오후엔.......


동네 뒷산에 있는 너른 공터.공터라기 보다는 묘가 듬성 듬성 있는 곳이긴 하지만...편을 갈라 야구 비슷한 게임을 했다.그때, 그 공터엔 키 큰 배롱 나무가 있었다.배롱 나무 꽃.빨간 작은 송이가 별로 눈에 확 띠는 꽃은 아니지만..이미 꽃이 피어 한결 한가위의 분위기를 자아냈고.......땀을 흘리며 편을 갈라하던 그 게임.해가 지는줄 몰랐다.모처럼 동네의 애들이 모여서 한 마음으로 놀던 그 한 가위.낮엔, 남자들이 편을 갈라서 게임을 한 것이라면.....밤엔 , 동네 처녀 들이 모여서 강강 술래를 하면서 명절 분위기를 돋구곤 했지.달은 보름 달.



고운 한복을 입은 처녀들이 빙글 빙글 원을 돌리면서 추던강강 술래.......-하늘엔 별도 총총~~~강강 술래~~~~누군가가 선창을 하면 다 합게 후렴을 하던 강강 술래....보기 좋았다.평소엔, 검정 치마에 고무신 신던 뒷집 영자도.....그 날은, 달 덩이 처럼 이뻐보였다.고운 한복 탓이리라.....그런 한 가위때 눈이 맞아 만식이와 옥순인 결혼까지 이어진 사랑.그런 작은 동네서도 이성간의 사랑은 어쩔수 없었나 보다.



누가 막을 건가?타오르는 사랑을......그 집에선 간식으로 식혜든, 떡이든 나오곤 했다.하동양반은 그 동네서도 젤로 잘 살고 집도 넓어서 그 집에서하곤 했다.닭죽이 나오고, 떡이 나오고......이 날만은 동네 인심이 그렇게 좋을수 없었다.한 가위만 같아라.그런 연유에서 나온말이 아닐가.그렇게 동네가 떠들썩하던 한 가위......지금은,고요한 정적만이 감돈 시골.강강 술래하면서 빙빙 돌던 그 처녀들은 다 어디로 갔는가?복이, 순이, 옥이...그리운 얼굴들은 내 가슴에 그려져 있을 뿐.....


명절은,이렇게 가슴 얼얼한 추억을 그리게 한다.아무리 긴 시간이 흘렀어도 결코 지워지지 않는 선명한 영상으로 떠 오르곤 한다.그립다.돌아갈수 없는 시간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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