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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의 연애에 대해서

사랑은 운명적인 만남에서 느낌으로 시작되는 것이다. 사람을 좋아하고 사랑한다는 것은 감성이지 이성은 아니다. 그래서 연애는 감성이라서 가슴으로 하지만 결혼은 이성이라서 머리로 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가 여기 저기 연애 실컷 하고도 시집은 잘 가는 여자도 있고 예쁜 여자들 다 제쳐두고 결혼은 그저 평범한 여자와 결혼하는 남자도 있다. 그러나 이성으로 결혼한 탓일까. 행복하게 잘살고 있고 자식들도 공부 잘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루소도 귀부인들과 연애를 했으면서도 정작 결혼은 하숙집 딸과 했는데 말년에 그가 고난을 당할 때 모두 그의 곁에서 떠났지만 아내만이 끝까지 그를 지켰단다. 그러나 이성이 감성보다 앞선다는 것은 냉철한 이성으로 대단한 결단력을 필요로 하지 않을까. 

그래서 보통사람들은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그리고 남녀는 심리적 사고 방식이나 의식구조에 있어서 전혀 다른 구조를 가지고 있기에 남녀의 만남이 쉬울 것 같으면서도 어려운 것이다.

 남자는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은 끝까지 아끼는 법이고 여자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무조건 전부 다 주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그러기에 사랑을 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고 이성적 판단보다는 감성에 의한 행동으로 첫 사랑은 이루어지지 못하는 법이다.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는 아무리 몸가짐을 단정히 하고 바르게 하려고 정신을 차려봐도 자꾸만 어깨의 핸드백이 스르르 미끄러져 내리고 블라우스 단추를 아무리 채우려 해도 이상하게 풀리기만 하는 것이다. 그러기에 심지어 사랑하기 때문에 남자 앞에서 먼저 옷을 벗어야 하는 것인 줄 착각하고 있는 여자도 있는 것이다. 

온 영혼의 쏠림으로 사랑하는 남자의 완강한 손길을 악착스레 떠밀어 버릴 수 없는 것이 여자다. 그러기에 몸과 마음을 다 주고 아프게 후회하게 되고 남자는 아끼고 아끼며 보호해 주다가 여자가 고무신 거꾸로 신고 떠난 뒤에 아까워 미련하게 후회하게 되는 것이 남자다. 그러기에 남자가 사랑하기 때문에 관계를 맺자는 것은 새빨간 거짓말이고 실제로 혼전에 관계를 맺은 부부라면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남편이 자기를 진정으로 사랑한 것은 아니고 아마도 반 반 정도이지 않을까 싶다. 

아니면 말고 식으로 접근했을 테고 그 중 어쩌다 발목이 잡혀 마지못해 결혼한 남자도 있지 않을까. 하지만 부부란 것이 살다보면 새록새록 정이 들게 마련이고 그런 대로 원만하게 살기 때문에 문제가 없이 잘 사는 것이다. 하긴 진짜 여자는 남자에게서 얻어내는 것보다 자기가 주는데 훨씬 더 큰 기쁨을 누리는 법이라니까. 심리학에서 보면 Animus 와 Anima 성격이 있는데 남자는 나이 들면서 Anima 요소가 강해져서 밖으로 나가기보다는 집안에서 주방에 자주 나가고 잔소리도 많아지며 지저분한 것을 못 참고 머리칼이나 주우며 청소나 하고 여자는 나이 들면서 Animus 요소가 강해서 목소리가 커지고 설거지나 청소도 대충대충 몰아서 해버리고 자꾸 밖으로 나가서 놀러 다니러 든다는 것이다.

 그리고 남자들이 못하는 야한 이야기도 여자들은 모여서 자연스럽게 떠들어 댈 수 있는 것이다. 그 것으로 보면 이제 중년의 연애에 있어 남자는 온 몸과 마음을 다 바쳐 무조건 여자에게 주고 싶어지고 여자는 사랑하기 때문에 명절 때까지 아끼고 아끼고 싶은 마음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알 것 다 알고 감출 것 하나 없는 중년의 나이에 경로당 할머니 할아버지처럼 손이나 쓰다듬으며 히히거리고 침 흘릴 수는 없고 만일 그런 행동을 한다거나 은근히 다음 행동을 기다려 보다가도 남자가 아끼는 기미가 보이면 불감증 환자나 성 불구자로 낙인 찍혀 차이기 십상일 것이다. 

그리고 처녀 총각도 아니고 가정을 가지고 있는 중년으로서 연애를 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고 보면 [애인]이나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 같은 영화를 보면서 대리 만족을 느끼기에 그런 드라마나 영화가 인기가 있지 않았을까. 그리고 어느 정도 고생하며 열심히 일해서 자녀들 다 키워 놓고 생활에 좀 여유가 생기게 되니까 이제 눈을 밖으로 돌리게 되어 운동이나 등산을 다니며 여러 사람들을 사귀게 되고 요즘은 집안에서도 혼자 수다 떨며 대화하는 채팅이 유행하는 것 아닐까. 우리가 결혼해서 생활에 치이면 사랑도 곧 사라지는 것과 같이 인간의 욕망은 다른 신선하고 자기의 혼과 합일된 사랑을 꿈꾸고 갈구하게 된다. 

그러기에 가만히 앉아서 하는 사이버 연애가 적격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런데 대화방에도 번개과가 있고 동호회 정기모임에만 나가는 정모과, 몸은 은둔한 채 모니터만 상대하는 대화창과가 있단다. 근데 대화방에서만 노는 사람이 가장 조심해야 하는 것이 상대를 안 본다는 이유로 이 얘기 저얘기 수다를 떨고 야한 이야기로 재미를 느끼고 상대와 장난도 치며 그저 시간 때우며 놀기도 하는데 그러는 사이 자신의 스트레스는 풀리겠지만 이 것이 쌓이다 보면 중독에 걸리고 가랑비 옷 젖는다고 나중에는 더 추락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가정에서의 성적욕구 불만을 해소하기 위한 단순한 만남이라면 단발성으로 끝나야 하며 좀 더 지속되다가는 파멸이 따른다 제 아무리 난다 기는 왕제비도 초짜 꽃뱀에게 당하게 마련이고 마찬가지로 제 아무리 열녀나 종교관이 뚜렷하다해도 마음먹고 달려드는 제비를 당할 수는 없는 것이다. 사업 실패한 부부가 짜고 돈을 갈취하는 사기단에게 당하기 좋은 사람들이 이 부류 일 테니까. 이렇듯 중년의 연애는 서로의 온도와 습도, 공기의 청정도 등 환경이 맞아야 대화가 되고 만남이 원만하게 이루어진다.

 그러기 위해서는 눈높이를 맞추는 것이 중요하며 진실을 볼 수 있는 안목을 키워야 할 것이다. 눈은 마음의 창이라고 했다. 아무리 진실인척 위선을 부려도 눈은 속일 수 없다고 한다. 마음이 맑고 깨끗한 사람은 눈이 초롱초롱 빛난다. 몸이 아프거나 마음이 병든 사람은 눈동자가 흐려지고 사기꾼은 말은 번드레하면서 한 군데 시선을 못 두고 산만하다. 그리고 외모로 예쁘고 잘 생긴 사람만 찾는 사람이라면 애초에 포기하는 것이 좋을 듯 싶다. 
그들은 분명 여기 저기 걸치고 보다 더 예쁘고 잘 생긴 사람이 나타나면 미련 없이 그 쪽으로 깜빡이를 틀고 갈 테니까. 이외수의 어느 물벌레의 탄식에 보면 이런 말이 나온다. 아름다움에는 외형적인 아름다움과 내면적인 아름다움이 있다. 외형적인 아름다움은 일시적이고 부분적이다. 그래서 사랑도 일시적이고 부분적이다. 포획을 하더라도 금방 도망쳐 버리거나 질식해 버린다. 내면적인 아름다움은 전체적이고 영속적이다. 그래서 사랑도 전체적이고 영속적이다. 일단 포획을 당하면 천지개벽을 하더라도 고무신을 거꾸로 신지 않는다... 

옛 사람들은 예쁜 여자를 尤物(우물)이라고 해서 예쁜 여자는 자기 자신에게 반드시 화를 불러오고 아니면 남자에게도 화를 불러온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런데도 어느 설문조사에서 여자는 미모가 인생을 좌우한다고 믿는 여자가 70%나 된다고 하니... 사랑은 느낌으로 하는 것이다. 정신적인 사랑은 귀신에 사랑이요. 육체적인 사랑은 동물의 사랑이기에 사람은 정신과 육체가 잘 조화되어 곱게 승화된 사랑을 해야 한단다. 
서로 대화를 나누다 보면 서로에 대한 향기를 느끼게 되고 정에 끌려 여성은 남성에게서 자기에게 부족한 다른 자기 모습을 동경하게 마련이고 남성도 여성의 아름다움에서 남성 자신에게 모자라기 일쑤인 곱고 아름다운 또 하나의 자기 자신을 발견하여 스스로를 보완하여 키워 나가는 것이 사랑이고 연애고 인생이다. 중년의 연애도 남편이나 아내에게 느끼지 못하는 감정으로 서로 공감을 하고 남편이나 아내에게 못했던 대화도 허심탄회하게 나누다 보면 보다 더 좋은 관계로 지속되지 않을까 싶다. 애인이라는 존재는 하늘에서 구원을 가져오는 천사가 아니라 서로의 자기계발을 위한 자극제이자 촉매이기에 더 나은 존재의 생성을 위한 결합이 아니면 애인이란 아무런 가치가 없다고 말한 사람이 괴테였다. 

그래서 나는 친구 같은 애인이라면 더 좋겠지만 애인 같은 친구도 좋을 듯 싶다. 친구는 그 사람의 좋은 점을 사랑하는 것이고 애인은 서로 마음을 주어도 아깝지 않은 사람이라는데 같은 말이지만 애인은 어쩐지 불륜을 연상시켜 연인이라는 표현이 마음에 든다. 하지만 중년의 중후한 만남이 입만 가지고 다닐 수는 없고 어느 정도 여유를 가지고 돈도 있어야 연애하지 않을까. 살아가기 힘든데 아름다움 연애를 꿈꾸는 것은 사치에 불과할 테니까. 

소설가 박완서씨는 그의 소설에서 정서로 충족되는 연애는 겉멋에 불과하고 젊었을 때는 정열, 늙어서는 정욕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정욕이 없는 연애는 시든 꽃이라고 하면서...... 그러나 정욕도 있어야 하겠지만 한창 활화산 같은 젊은 나이가 아닌 중년으로서 하룻밤을 지새더라도 애틋한 감정이 있어야 서로 안을 수 있는 것이라 나는 믿는다. 서로 애틋함이 없다면 서로에게 아무 소용없는 철부지들의 불장난이나 동물적인 불륜일 테니까.

 사랑한다는 말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사랑하는 마음을 주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다. 사랑한다는 말은 그 순간 벅차 오르는 것만으로 할 수 있지만 사랑이라는 마음을 주는 것은 그 사람의 마음과 아픔과 어둠까지도 껴안을 수 있는 넉넉함을 간직했을 때만 가능한 것이다. 그리고 사랑도 한 때이다. 냄비에 물 끓듯 반짝 불붙은 사랑은 곧 식게 마련이지만 그렇다고 괜히 미적미적 시간을 끌고 이리저리 너무 재면서 우물우물 거리다 보면 지루해서 흐지부지 사랑도 퇴색되어 식어버리고 뒤늦게 다시 불을 붙이려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고 불을 다시 붙였다 해도 전만 못하고 느낌도 반감하여 손실만 따르게 되니 사랑도 타이밍이 중요하다고 나는 생각된다. 

그러기에 어느 한순간 그냥 오는 것이 사랑이기에 운명적인 사랑이 찾아오면 순리대로 조용히 가슴을 열고 소중히 마지막 밤처럼 맞이해야 한다고 어느 여자 분이 말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너무 이성이 앞서지도 그렇다고 너무 감성에 빠져서도 안되지만 첫 느낌에 아니다 싶으면 과감히 돌아설 수 있는 결단력도 필요하다. 괜히 마음 약해져서 아니면서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질질 끌다가는 더 큰 낭패를 볼 수도 있으니..... 

그리고 나는 좀 역설적이지만 사랑에 있어 중요한 것은 사랑하는 대상이 아니라 사랑을 품고 있는 마음, 그 자체라고 믿는다. 자신에게 사랑이 없었던 것은 사랑할 만한 대상을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내부에 사랑하는 감정이 깃 들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그런데 나는 여자의 심리는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어 알다가도 모를 일이라고 나는 생각된다. 잡힐 듯 잡힐 듯 하다가도 잡히지 않는... 

그래서 개구리 뛰는 방향과 여자의 마음은 하느님도 모른다고 하던가. 인연이란 그냥 두어도 저절로 자라나는 야생초가 아니라 인내를 가지고 시간과 공을 들여야 비로소 향기로운 꽃을 피우는 한 포기 난초와 같은 것이라고 여행가 한비야씨는 말했다. 그는 그런 노력으로 인연을 만들어 세계 각국을 여행할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팽팽한 긴장 속에 삶의 활력소가 되는 그런 인연으로 공을 들여 아름다운 여자. 매력적인 남자가 나는 가장 이상적인 만남이라고 보기에 나의 매력을 좀 더 가꾸어서 나도 후리지아나 라벤다 향기가 나는 그런 운명적 여인을 만나서 내 한 가닥 영혼까지 모두 주고 싶으며 같이 드라이브만 하더라도 그녀의 향기에 취해 홀라당 빠져서 가만히 서로 어깨를 기대고 손을 꼭 잡은 채 잠들고 싶은 그런 여인, 그런 인연을 만나고 싶다. (퍼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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