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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본드
끊기면 또 만들면 되죠 이게 세상사 입니다 : 13 일째

겨울 저녁의 시




저녁마다 우리집엔
안개와 함께 낯선 손님이 찾아온다
허름한옷차림의 그는 먼 나라의 이상한 소식을 하나씩
전해준다
잎새들이 가로지르는 텅 빈 하늘엔 간혹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알리는 상형문자가 나타났다 
사라지고
지평선은 푸르름을 지우며 조금씩 가라앉는다
그가 잔잔한 음성으로 말한 것들이 모두 땅거미 속으로
스며들고 나면
아무것도 없는 집은 정적으로 붐빈다

2

겨울, 대지의 관이 닫힌다
서리 내린 길 위를 허기진 개들이 어슬렁거리고
해시계는 더 이상 마을로 가는 길을 가리키지 않는다
죽은 자의 눈꺼풀은 쓸어내리며 다가오는 빙하기의 
어둠
휜 송이들이 몰려와 내 의식의 빈터에 쌓이는

나는 유리창 옆에 서서
어둠 저편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그를 지켜본다

 

* 남 진우님의 시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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