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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본드
다른 내일기장으로 옮겨 도전한다 : 34 일째

착각


  

삼선동 누나집은 조금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산을 평지로 깍아 만든 곳에 먼저 자리잡은 사람이 주인인
시절이라, 그 근처는 모두가 무허가 건물들 뿐.

그 집이 조금 깔끔하고 정돈이 된 집이라 하면 주인이 건사하고
단장 했을 뿐.....
모두가 무 허가 건물였지.
-번듯한 한옥으로 만든 집이라 던지..
-브럭으로 지은 집이라 던지..
-루핑으로 지붕을 덮은 집이라 던지..

누나 집이 산으로 치면 8 부 능선정도에 있던 탓으로 아침에 일어나 아래를 내려다
보면 어떤 집은 그 집 방안풍경까지 다 보였다.
남의집을 훔쳐보는 재미(?)도 쏠쏠했지.ㅋㅋㅋ...
여름이면 쉬원했고, 바로 뒤에 있는 성벽에 올라 서울시내를
구경하길 좋아했다.
저녁 밥 먹곤 두형일 델고, 그 성벽에 올라 쉬었다 오곤했지.
저 밑에서 오르긴 힘들어도 누나집은 조금만 오르면 그 성벽이 있는 편편한 공지가 바로 누나집 후원처럼 가까웠다.

지금은,
그곳에 대단위 아파트단지가 들어서서 어딘지도 구분이 안되고
서울의 노른자위 땅이 되어버렸지만, 그때만 해도 서울의 한참
변두리 지역였다.
하긴,그때의 서울이란 4 대문안을 서울다운 서울이라 하지 않았을까?
-아유, 저 멀리 수유리 까지 어떻게 가냐?
하던 시절...
남대문 지역은 휘황 찬란한 네온싸인 불을 밝혔어도,
미아리 부근은, 미아리 고개만이 가로등 불빛이 반짝 였을뿐
주위는 깜깜한 어둠으로 덮혀 있었던 시절.
삼선동 이곳도 마찬가지였다.

누나집에서 내려다 보면 조금 떨어진 곳에 아담한 일자형의
단독이 있었다.
말이 단독이지, 지금 생각하면 기와에다 브럭으로 지은 집.
벽을 유난히 파란색으로 칠해서 산뜻해 보여 허가난 집으로
보였을 뿐였다.
-저런 정도의 집만 갖고 있어도 좋겠다.
아담하고 깨끗한 집.

한 30 대 중반정도로 보였던 부부.
여잔 늘 빗자루 들고 주변을 쓸고 닦고 하는 모습이 참 아름다운
모습으로 보였고, 그 여자의 옷 차림도 서민의 그런 수수한 옷
차림이 아닌 어딘가 귀티가 돋보이는 그런 모습.
늘 깨끗히 쓸고 닦고 하는 부지런한 모습이 아름다워 보였다.
그리고,
그 남편으로 추정되는 사람은 출근하는건지 매일 말끔한 양복으로 갈아입고 행복한 모습으로 출근했던거 같았다.
헌데, 왜 애들이 한 명도 눈에 띄지 않은걸까?
적어도 두서너명은 있을거 같은데.........
그게 퍽 궁금했다.
직장때문일까,아님 어떤 계획땜일까...

다른 집들 처럼 애들이 바글 바글되지 않고 조용한 집.
그리고 ,왠지 깔끔하고 멋이 있는 집.
부부의 행복한 미소가 늘 싱그럽게 전해오던 풍경.
-저런게 진정으로 행복한 부부의 모습이 아닐까?

나중에 누나에게 물어 , 그 의문은 풀렸다.
두 사람은 부부아닌 나이찬 친 남매.
전쟁중에,
부모를 잃은 두 남매가 서로 외로움을 의지하고 달래가면서 결혼을 하지않고 그렇게 부부처럼 살고 있었단다.
오빠는 오빠대로, 동생은 동생대로 자신의 길을 간단 것이
미안해서 그랬을까?

누가 봐도 부부같은 남매.
어쩐지, 너무도 다정한 부부처럼 보이더라.

그 뒤로 누나의 집도 남의 집으로 넘어가고 ,
그 곳을 가진 않았지만, 지금도 눈에 선하다.
행복한 부부처럼 보였던 남매.
서로를 위해서 결혼을 하지 않고 살고 있었던 두 사람.
서로를 배려한 것이었을까..
지금도 ,
그렇게 결혼 보담은 남매로 더 친하게 살고 싶어 그렇게
살고 있을까?
결혼하지 않은 남매가 마치 부부처럼 아름답게 사는 모습도
전혀 이상스레 보이지 않았었다.

-사람이 꼭 결혼을 해야 하는가?
하는 명제는, 두 사람에겐 의미없어 보였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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