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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기면 또 만들면 되죠 이게 세상사 입니다 : 13 일째

생소한 길을 가는 것도 의미는 있다


  늑장 부리다가 무려 30분을 지각해서 도착하니 입이 한자나
나온 그녀.
그래도, 가지 않고 기다려 주고 있었다.
-설마, 시간을 착각하신거 아니겠죠?
-그런데, 왜 오늘 이렇게 차가 느리지...
사오정 처럼 혼자서 되뇌였지만, 그래도 표정은 밝다.


비가 내렸던 탓이겠지.
오르는 계곡마다 물 보라 이르키며 쉬원하게 물이 흐르고
있었다.
바람 한점 없이 후덥지근한 기후.
산에 자욱한 안개가 낀 거 처럼 칙칙하고, 습기가 차 있다.
금방 땀 방울이 맺히곤 한다.


지난 번에,
까치산에 약속했다가 ㅁ의 출현으로 조금은 소원했던 우리들.
그 사람을 우연히 만났다해도 그런 모습을 내게 보여줘선
안되는 거 아니냐...
왜 오해 받을 행동을 하는거냐...
그건 기본 예의고, 입장을 바꿔보면 이해가 빠를거다.
내가 그런 애기하는 걸 기분 나빠 마라..
이런 대화땜에, 상당한 시간 동안 침묵으로 걸었다.
<그 일땜에 사과했는데 또 다시 거론 한담...>
그런 생각을 했을지 모른다.
전화상으로, 한 거고 오늘은 만났으니 그걸 짚고 넘어가야지.
어떤게 옳고 그른 건지....


-저기 쉬었다 가자..
-됐어요, 쉬었다 오세요...난 천천히 걸을께요..
-너, 아까 그 말 때문에 삐진거지..
그게 삐질수 있는 사항이 아냐.
-누가 삐졌다고 했어요, 괜히 아침부터 여태껏 기다려 주니까
마음 상하게 하고 그래..칫...


휭하니 앞서 걸어가는 그녀.
그 기분을 안다.
그리고, 삐졌다고 해도 얼마가서 기다리고 있을거란 것..
늘 그랬으니까....
그녀는 앞서 가고 도저히 더워 못갈거 같아 쉬어 가기로 했다.
늘 우리가 쉬던 곳..
아무도 없는 계곡 너무도 맑고 쉬원해 보였다.
쉬원한 물에 풍덩하고 몸을 담갔다.
뱃속 창자까지 차디찬 냉기가 스며든거 같이 차다.
순간적으로 온 몸에 소름이 돋는다.
씩씩거림서 올라온 탓에 온몸이 땀으로 범벅된 몸이 날아갈듯 상쾌하다.
목욕하고, 쉬고 있으니 그녀가 다가 온다.
-아니,혼자서 간다더니 왜 오시나??
간다면 누가 잡을줄 알았어?
-가든 안가든 그것도 내 맘..
나도 쉬러 왔어요.....
너무 맑고, 쉬원한 물이 좋아선가...
무심히 발을 담가 보더니 차디찬 냉기에 기겁을 하고 발을 뺀다.
-아무도 없는데 목욕이나 하시지?
내가 망을 볼께..
-여자가 미쳤어요, 목욕을 하게..
-더운 것 보담 낫지..
난 날아갈듯이 상쾌하기만 하네..


점심은,
우리가 늘 가는 곳에서 했다.
김밥을 말아왔다.
가끔 음식타박을 한 탓인지 오늘은 맛이 있는거 같다.
멀리 관악역이 보이고, 그 주변엔 높은 아파트들이 산아래 마다
거대한 괴물처럼 버티고 서 있다.
늘 그랬었다.
화서역도, 전철이 들어선 뒤에도 거긴 논이 전부였다.
벌판가운에 덩그마니 서 있는 외로운 전철역사..
헌데, 몇년 흐르니 그 논들이 거대한 아파트 숲으로 변모하여
이곳이 언제 논이었던가?
하곤 회상하곤 한다.


서울에 있는 대학교들이 수도권으로 이전하고, 전철역이란 것
땜에 교통이 좋단 이유만으로 우후죽순처럼 생기는 아파트들..
거대한 아파트 주택단지로 변하고 만다.
이젠,
어떤 허허 벌판이라도 전철역만 들어선다하면 무조건 그곳에
땅을 사는 것이 손 집고 헤엄치는 거 처럼 쉬워 보인다..


오는 길은,
늘 오는 익숙한 길이 아닌 곳을 선택해서 오기로 했다.
마치 탐험가 처럼 앞에 막힌 나무를 재치면서 천천히 걷기로
했다.
나무들이 엉킨것은 참을수 있는데, 그 맹감나무(전라도 사투리로
야산에 많은 작은 열매가 열리는 것으로 줄기에 가시가 많아서
피부를 긁히곤 한다 ) 땜에 힘이 들었다.
반바지 입고서 걷다 보니 팔이고, 다리통이고 그 맹감나무 줄기에 긁혀 피가 난 곳도 있다..
-야,
이거 사서 고생하고 있군 우리가...
-그러니까 아는 곳으로 가는게 좋아요.
왜 뜬금없이 오늘은 이런 길로 가자고 해요?
-너 일부러 고생 좀 시키려고, 그랬다 어쩔래..??


도로에 나와 보니 이건 엉망이다.
팔이고, 다리고 할것 없이 긁힌 자욱이 피가 흐른다.
쓰리기도 하고 오다가 바위에 낀 이끼에 미끄러져 반바지가 찢겨지고, 타박상도 입었다.
어깨고, 다리고 쓰리고 아프다.
그래도,
남이 가던 길이 아닌 곳으로 해서 왔단 것이 즐겁기만 했다.
갈증을 해소해 주는 그 맥주맛을 논한단 것이 무의미 할거고..
힘들고, 상처도 난 산행였지만 나름대로 재미는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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