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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본드
끊기면 또 만들면 되죠 이게 세상사 입니다 : 14 日目

추억에 잠기기 좋은 봄비

 

어젠,

봄 비가  상당히도 내렸다.

상당히 가뭄이 해소되고, 거리가 깨끗해져 좋은거 같다.

반가운 봄 비.

 

어젠,

부모님이 간곡히 추천했던 추억의 여자.

어쩜 인연이 맺어지길 바랬던  그 여자.

그 여자와 재회했다.

 

봄비가 날 그렇게 아련한 추억속으로 이끈건지....

그녀의 전화를 거절하지 못하고 나갔다.

광명쪽으로 오란 것을 한사코 영등포를 고집했지.

 

< 무 의미한  재회 >

그렇지.

과연 무슨 의미가 있다고  만나야 한단 것인지...!!

덥썩  약속을 했지만.....

그 이유를 도통 모르겠다.

 

약간의 뚱보였던  그녀가 날씬해져서 조금은 달라졌다.

멋을  낸다고 했지만 왠지 어슬퍼 뵈는 모습.

회사를 다닌단 말만 할 뿐,

끝내 어디라도 밝히지 못하는 심정.

내 앞에서 자존심 세우나?

 

노 총각였던 시절에...

30이면 노 총각이었겠지?

부모님의 성화로, 맞선을 봤었다.

아니, 맞선을 보기 전에 이미 그녀의 아빠가 날 와서 면담까지 하였기에

생소한 만남은 아니지....

 

-제법 부자였던  그녀의 집안.

-오빠들이 서울에서 출세하여 우리집관 비교가 되질 않았고...

-그 집안 내력을 충분히 알았던 아버지..

손해난 결혼은 아닐거다.

하는 안목였나?

 

싸락눈이,

눈앞을 가렸던  그해 겨울.

그녀의 집을 찾았었다.

어머니, 중매했던 사람, 셋이서....

 

대궐처럼 컸던 그 집.

허나, 어딘가 썰렁해 보였던 그 집.

이미, 난 서울에서 살았던 이력때문에 그런 것들이

눈에 찰리 없었지.

 

긴 생머리 찰랑대면서 들어왔던 그 녀.

-큰 키와 몸집 좋은 글레머.

-가무잡잡한 얼굴과 크지 않은 눈.

웃을때의 볼 우물만이 매력의 전부였지.

 

-어쩌냐?

난, 복스럽고 잘 살겠던데.....

하시던 어머니.

-글쎄요, 어쩐지 미련스러워 뵈서....

-잔소리 말고 이번엔 약혼사진이라도 찍고 가..

황당했다.

이미 마음은 이게 아닌데, 사진을 찍으라고...!!!

결혼한 부부가 첫날밤에 비로소 처음 얼굴 본단

옛 사람들의 혼인.

이해가 된다.

당자는, 철저히 배제한채  두 집안의 부모가 결정했던

결혼.

어머님 보담은,

아버지가 그런 사고가 더 강했던거 같다.

완고하고,  권위적이고.....

 

-아부지 말씀,

새기고 긍정적으로 곰곰히 생각을 해 볼께요.

위기를 이런 식으로 넘기고  올라왔지만....

그런 답을 성사하는 걸로 알았던 걸까?

나주역까지 나왔던 그녀.

(기가 막힐 일이다.어쩜 그렇게 센스가 둔할까?

부모님을 속이기 위한 시간벌기란 것을 왜 모를까?)

 

나중에 서울서  조우했던 그녀.

내 마음은 변함없었다.

절대로 , 절대로 ........

-아파트를 사준단다.

-공직을 집어 치우고, 오빠 회사에 들어갈수 있다.

-결혼을 미룬 이유가 돈이라면 내게도 돈이 있다.

그렇게 응수함서 집요한 미련을 보였던 그녀.

 

-미스 리,

난, 지금 결혼할 처지도 아니고, 내겐 돈도 없어요.

누구 못지 않게 집이라도 한채 사놓고 떳떳하게

결혼하고 싶어요.

그게,

10 년이  될지 그 이상이 될지 지금은 감이 잡히질 않아요.

글고, 결혼은 서로가  비슷한 처지의 사람과 해야죠.

우리집관 비교가 안되게 잘 사시잖아요?

그런 설득이 전혀 먹혀들지  않았었다.

 

난,

암튼 그녀보담 먼저 결혼했고.....

결혼을 절대로 하지 않겠단 것에 자기 부모가 속을 썩혔단 소문은

한동안 들었었다.

 

우린 간단히 반주 곁들여 식사하고.....

노래방으로 갔다.

-배신자.

-흔적.

-사랑의 미로 등등..

노래로 섭섭했던 마음을 전하는거 같다.

 

-한 동안,

내가 어떻게 살았는지 아세요?

아마도, 아버지가 위암으로 사형선고만 받지 않았어도...

한 평생을 혼자 살려고 했어요.

아버지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서 하고 말았지만...

이런 결혼하지 않고 살았을 거예요.

그 누군가를 미워하면서........

-다 부질 없는 짓예요.

철부지 짓거리고.....

지금 행복하잖아요?

그럼 됐지, 뭐......

-그래요.

허지만, 난 결코 잊혀지지  않을거 같아요.

죽을때 까지....

 

3차를 맥주집으로 끄는 그녀를 달랬다.

아마도 맥주집엘 가면 알콜의 힘을 빌려

울고 말거란 예감.

그런 난감한 순간을 맞고 싶지 않아서다.

-다 허무하고, 부질없는 짓거리를.......

이것도 아름다운 추억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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