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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기면 또 만들면 되죠 이게 세상사 입니다 : 13 일째

누이

누나의 칠순.

참 빠르다.

그리고 감회가 깊다.

어렷을땐 날 업고 산나물 뜯으러 다니고,

부억에선 부지깽이를 박자맞춰 곧잘 노래 부르던 누나.

-사공에 뱃 노래 가물 거리며...

-눈 보라가 휘날리는 바람찬 흥남부두에...

이런 노래는 누나의 흥얼거리는 노랫소리에 어렷을때 이미 낯 익은

노래가 되어 버렸었다.

엊그제 같은데........

 

남편 복은 없었던 누나.

허지만, 말년에 자식 복은 있는지 딸 4 명이 모두 효녀고 사위또한 장모에게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잘해 주고 있어 보기 좋았다.

 

-광주 운남동 삼성아파트 맞은편 < 한산도 횟집> 12 월 9 일  12 시

거창하게 할줄 알았더니  누나의 완곡한 반대로 음식점에서 조촐하게

하게 되었단 신자의 전화.

딸 4 명에 아들 하나.

집안을 이끌고 가야 할 아들 녀석이 고향 떠난지 수 십년.

오도가도 않고 있으니 칠순맞은 누나의 마음인들 편할리 없겠지.

-내가 무슨 재미로 거창하게 하냐?

내가 못하게 했다.

-그래도 그렇지.

일생이 한번 오는 칠순을 좀 시끄럽게 하면 어때..

이미 그 녀석은 자식 아니라 생각하고..

-그래도 어디 그러냐...

 

딸 4 명, 그리고 사위들, 손자 손녀들.

너른 홀이 꽉 차서 누난 좋았을거다.

-이거 두째 딸이 사온거란다 50 만원이라지 뭐냐?

산뜻한 등산복을 자랑하는 누나.

 그 정도 갖고서 놀라는 누나다.

 

사위들이 돌아가면서 한 마디 씩 하고 나도 한 마디 했다

사실 누나를 생각하면 눈물부터 앞선다

누나의 삶.

그건 바로 눈물의 삶이었고 고통의 연속였었지.

곁에서 지켜 봤던 나.

지금도 생각하면 가슴이 매인다.

-너희들은 잘 모를거야

그땐 어려서..

난 누나의 삶을 곁에서 봤었지.

 한도 많고 아픔도 많았던 지난날의  삶 <여자의 일생>

 

누나의 서울생활과 첫 출발은 남 부럽지 않은 삶이었다.

비록 무허가 건물들이지만 삼선동에서 사글세 방을 무려 12개나

운영하면서 차곡 차곡히 부를 축적하기 까지는.......................

어찌 인간의 운명을 점칠수 있으랴.

그리고 인간의 변화무쌍한 마음을...

착실히 돈만 알았고 내일에의 꿈을 꾸면서 살던 매형.

노름에 손을 댔었고 결국은 그 모든 재산을 하룻밤에 날려

버린 어쩌구니 없는 짓 거리.

이때 부터 비극은 시작되었다.

꿈을 안고 달려갔던 서울생활,

그 모든것을 잃고 초라한 몰골로 돌아온 고향,

맨손으로 다시 귀향했단다

벌써 어린 자식들은4명.

그리고 매형의 방탕한 생활과 자포자기한 생활의 연속

마침내 정신병적인 증상까지 겹쳐 생활은 고사하고 누나가 살고 있는

집 마져 방화를 했다는 그 무심한 작자.

그게 남편이었을까?

원수 였을거다.

밤새 도망을 가려고도 했단다

허나, 차마 어린 자식들이 눈에 밟혀 그 짓은 못했다니...

그리고 매형의 익사.

익사한 후에 한참후에 발견했단다.

 

-가족에 대한 학대와 욕설,병적인 행동.

-모든 자식에 대한 부양과 시어머니까지 봉양해야 했던 누나.

-맨손으로 그런 삶을 개척하고 살았으니 누나의 인생이 과연 온당한 삶이

었겠는가?

-차라리 남편이 죽고보니 더 낫더라.

날 고통은 주질 않으니까..

맘은 편했어.

오죽했으면 그렇게 말을 햇을까?

 

아버지의 정신병적인 행동과 가족에 대한 학대를 곁에서 보고 자란 딸들.

어찌 엄마의 힘든 삶을 모르겟는가?

그래서 그런지 한곁같이 딸들이 효녀다

집떠난지 수십년된 두형이란 놈을 제하곤....

 

우린 자릴 옮겨 노래방으로 갔었다

젤로 큰 홀을 2개나 잡고 무려 3 시간.

<동백아가씨>가 바로 누나의 18번

-헤일수 없이 수 많은 밤을.....

마치 자신의 삶을 노래하듯 그 노래를 즐겨부른단 누나.

지난날을 회억하는가, 노래 부르는 누나의 눈가에 이슬이 맺힌다.

어찌 착잡하지 않으랴..

어찌 눈물이 나지 않으랴...

살아온 삶이 바로 질곡의 역사였고, 아픔의 연속였는데......

 

오늘만은 ,

누나도 즐거웠을거야.

비록 그 불효막심한 놈은 나타나지 않았지만............

고생끝에 낙이 오듯,자신의 생의 좌표를 수정하지 않고 정도로만

고지식하게 달려온 누나.

이젠 여생이 얼마나 남았을지 모르지만 딸들의 효도속에 행복하게 살고

있는 모습이 너무 좋았다.

딸 4 명, 아들 4 명이 한결같이 누나를 공경해 주고 있으니...

 

-누나,

이젠 모든 지난날의 고통은 깡그리 잊어 버리고 행복하고 건강하게 오래 오래

살아야지

그래야 죽어서도 매형을 볼 면목이 있을거 아냐?

-그래 그래..

오랫동안 내 곁에서 행복을 누리는 누나의 모습을 봤으면 좋겠다.

다행히도 누나는 건강하다.

매형에게 맞은 무릎, 관절염으로 다릴 약간 저는 정도지만 그건 수명과 관계없는

거 아닌가?

즐거웠고 행복했다.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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