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회원가입
배가본드
끊기면 또 만들면 되죠 이게 세상사 입니다 : 14 일째

옛집을 헐고 집을 짓는다니.

아버지께서 생전에 힘들게 지으신 집

그 집을 헐고 조립식 집을 짓는단 순이

물론,

수리하느니 새로운 집을 짓는단 것을 말릴이유가 없지만 그래도 가끔 고향엘

가면 어디선가 부모님의 체취가 느껴지는 그 집을 헐어버린다니 왠지 좀

안타깝다.

다시 가면 전혀 생소한 모습의 집이 덩그마니 서 있을테니까...

고향아닌, 전혀 다른 타향에 온듯한 착각이 들거고 모든것들이 생소하게만

느껴진단 것이 못내 서운하다

그래도 현실인걸 어떻게 하나...

묵묵히 그 옛집을 지키고 살라고 할수도 없다

우린 정다운 집이지만 현실에 머물고 있는 순인 나날이 고통일테니까...

 

터를 닦고 전의 집 보담 약간 앞에 짓는다는데...

그리고 그 공사를 막내 매제가 한다니 안심도 들긴하지만 한편은 걱정도

된다.

끝까지 좋은 관계로 공사를 마쳐야 할텐데..

물론 순이가 매제를 선택한건 아니고 스스로 하겠단건 매제니까

나중에 어떤 말도 할수 없는건 알지만 늘 사사로운 공사라해도 그런 다음엔

넉넉함 보다는 서운함이 앞서는 법이니까..

막내가 와서 식사까지 맡아서 한단다

워낙 식성이 까다로워 식성을 맞추기가 어렵단 것도 있지만 왠지 <강서방>이

사람을 좀 피곤하게 하는 스타일이라서 사실상 어렵다.

 

회관앞에 들어서면 낯익은 헛간과 아버지가 만드신 대문과 울타리 등등

모든것들이 낯익은 모습들인데 이젠 그런 모습조차도 사진속에서나 볼수

있게 되는가 보다.

옛것이 사라져 가는것들이 비단 집  뿐이랴.....

하나 하나 사라져 가는것을.......

 

-사연이 깊은 집

1971년도 초 봄일거 같다

초가집을 걷어내고 새롭게 스레트지붕으로 개량한단 희망으로 형님과 함께

광주까지 가서 사왔던 <금강 슬레이트>

오는길엔 억세게 쏟아지는 비 땜에 차가 집앞까지 들어갈수 없어 입구에다

내리고 나르던 기억들.

그리고 그걸 걷어내곤 갑자기 쏟아진 비 때문에 망연자실하던 그 때..

얼마나 황당했던지...

뻥 뚤린 천정에서 비가 쏟아지니 그걸 어쩐담

불야 불야 옆집 이모부님과 함께 새벽에 지붕을 덮었던 기억이 새롭다

-이건 천벌 받은거야

우리가 무슨 스레트 지붕으로 간다냐..

하시던 아버지

그런 말씀이 왜 그렇게 서글프게 다가오던지..

그까짓 스레트 지붕이 뭐가 대단하다고??

그 사연많은 집을 헐고 새롭게 짓는다니 반갑단 생각보담은 아련한 추억을 불러

이르키는 것을 헐어버린거 같아 왠지 섭섭한 맘 뿐이다.

<순>인 그런 심정을 모를테지.

같은 추억을 경험하지 못했으니........

 

<조립식 집>이긴 해도 좀 크게 지으라 했더니 겨우 15평이라니 좀 답답하다

그 까짓 공사비야 좀 더 들면 되는것을 왜 그렇게 비좁게 지은지..

하긴,

두 사람이 살 집이니까 커 봐야 필요없으니까......

 

정신적인 지체아인 아들을 평생 같이 살아가야 하는 운명의 순이

왜 그런짓을 하는지........

-너 저앨 자기 아버지에게 보내라

왜 네가 델고 살면서 고생할려고 그래?

-내 자식이니까 그래요

자기 아버지에게 보내면 저앤 가출하고 말거야

자기 아버지가 어디 사람인가요?

자식이 어떻게 되든 말든 정신나간 사람인데.......

엄마의 맘을 모른건 아니지만 일부러 데려와 함께 살면서 고생하고 있는것이

못 마땅할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

<이혼>할때 양육비는 고사하고 위자료 한푼 주지 않았던 그 자가 미워서 조카

이지만 왠지 미웠기 때문이다

그 앨 보내야만이 조금이나마 그 자에게 복수한듯한 기분이 들어서 그런거지.

하긴,

인간적이지 못한 그자가 그렇게 해 봐야 정신적인 고통을 느낄 존재도 아니지.

자기 자식이지만 아마도 어떤 시설에 보내고 말거야

순이가 건사하는것도 그럴거 같아 델고 와서 기르고 있다

 

누나가 그렇게 행복이란것을 모르고 살았고...

순이도 여자의 행복이란것을 모르고 살아온 세월.

그걸 숙명이라고 할수 있을까....

<누나와 순이>생각만 하면 불쌍한 생각이 든다

누나는 어렵게 살아온 세월을 반추하면서 지금은 행복하게 살고 있지만

전에는 뭐라고 할수 없을정도의 힘든 세월을 견뎌왔었지.

누나만이 감당해야 했던 그 아픈세월

난 다 안다.

그런 세월을 견디고  살아온 누나가 지금은 장하단 생각을 하고 존경스럽기

까지 하다.

순이까지 그렇게 행복하게 살지 못하고 이혼이란 아픈 상처를 안고 살아가니

가슴이 아프다.

그래도 지금은 조금 나은 편이다

맘은 편할테니까..

그리고 그렇게 고통속에서 살아가고 있을때 이혼을 적극 권유한것도

나 였다

그 자는 결코 개과천선할수 있는 존재가 못된단 사실을 감지했으니까...

아담하게  집을 짓고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부모님의 체취는 남아있지 않았어도 뒤에 감나무와 그 터는 그대로 남아

있을테니까........

 

 

 

 

 

 

 

 

 

 

 

 

 

 

댓글 작성

일기장 리스트

12 1992 사랑과 고독, 그리고... 7012 독백 98

히스토리

키쉬닷컴 일기장
일기장 메인 커뮤니티 메인 나의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