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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렘과 희망을 갖고 시작한 첫 공직생활.
순천교도소 교도관으로 출발했었다.
-어떤 업무인지도, 어떻게 하루일과가 전개된단 사실도 모른채....
응시했었다.
답답한 현실에서 벗어나고픈 탈출구였다.
정보부재로 온건 나 뿐이 아니었다.
함께 들어온 동기들왈,
-여긴 우리가 머물곳이 못된거 같아.
이 생활이 감옥이지 뭐야, 매일 매일...
나 다른데 시험봐서 나갈꺼야 이게 우리가 꿈꾼거 아니잖아?
오자 마자 이직을 꿈꾸던 동기들.
-틀에 박힌 동일한 근무.
-군대식의 엄한 규율과 딱딱한 생활.
-매일 매일 사회의 이단아들과 함께해야 한단 사실.
미래가 어둬 보였다.
부산 동아대(본인의 말)출신이란 김해가 고향인 <규>
배테랑 사깃군인 그 에게 철저히 농락당했다.
참으로 바보였다.
-준수한 얼굴, 유창한 언변,대학물 먹는 지식인, 김해의 부잣집 아들.
부러울거 없는 그가 왜 날 그렇게 했을까?
순진하고 세상을 모르는 사회초년생을 그는 교묘하게 이용했다.
순수해 보였고, 선해보인 인상탓였을까?
그의 말을 믿고 도와 줬다.
-책을 사다 넣어줬고...
-약품을 넣어줬고...
-영치금도 넣어줬고...
-아니,
김 교도, 그 <규>와 어떤 사인데 그렇게 돌봐줘요?
그자 내가 보기엔 지능범인거 같은데 조심해요.
여기 나쁜놈들 득시글 거려요.
-아닙니다, 군대 동기를 여기서 만났어요 친한 사이여서 모른채 할수없고요.
영치금 담당이 물었을때 그렇게 거짓말을 했다.
-내 아들 <규>를 그렇게 보살펴 줘 감사해요, 한번 집에 놀러오세요.
그의 부친의 편지가 왔다.
그리고 재소자 집 방문.
상당한 금전적인 도움을 줬지만 그의 부친왈,
-계실때 잘 돌봐 주세요 그 은헤 잊지않고 갚을께요. 내 아들이라서 아니지만
애가 친구들 잘못 사귀어 그렇게 되었어요.
내 공장이 사정이 좀 어려워 오늘은 못 갚겟지만 꼭 갚을께요.
-네.걱정마세요
이듬해 8.15 특사로 가석방.
물론,
그 가석방도 개인적으로 돈으로 해결했다.
가석방에 공짜란 없었으니까.....
-제가 가면 1주일후에 꼭 찾아올께요 그때 와서 모든것 해결할께요 고마웠어요.
-그래요, 기다릴께요.
그 간의 그에게 쓴 돈의 내역서를 보여줬다.
상당한 금액였다. 매달 봉급에서 꼬박 꼬박 그의 몫으로 줬으니....
지금의 돈으로 1000-2000 정도는 되지 않았을까?
가석방으로 귀가하곤 끝,
소식도, 왕래도 없었다.
화장실 갈때와 올때가 다르는것.
그가 그런 심정였을까?
단지 절박할때 이용한것 뿐.....
그가 간지 3달정도 후에 그의 부친의 편지.
-<규>가 돈을 갖고서 가출했는데 혹시오면 보내달라.
기가 막혔다.
내가 배푼것은 일언반구도 없이 자기 아들이 돈을 갖고 튀었으니 오면 보내라?
그 돈이 중요했다
난 안중에도 없었다.
이런 배은망덕이 어디 있는가?
그가 왜 오겠는가?
돈을 갖고 튄 그가 내게 왜 오겠는가...
다시금 내 안목을 한탄했고, 인간의 존재를 다시금 생각했다.
-내가 바보지.
냉정한 이성으로 왜 세상을 보지 못한건가.
왜 그 영치금 담당의 말을 새기지 못했을까.
순진하게 속은 나도 바보지만, 상대의 그런 순진을 이용하여 망나니 짓을 한 <규>
비열하고 추하고 배은망덕이다.
자신을 어떻게 가볍게 망각하겠는가?
30년이 지난 지금도 그에 대한 용서가 안되는데.....
한 인간을 믿어서 얻은 결론,
-어떠한 사람의 말도 어떤 감언이설도 일단은 의심하자.
믿을건 나 혼자 일뿐......
세상을 살면서 불신의 늪이 깊어진건 그가 보여준 행동때문.
초창기에 당해서 보다 성숙하게 살수 있었는지 모른다.
지금이라도 <규>를 마주친다면 뭐라고 할수 있을까?
따스한 가슴으로 안아줄수 있을까?
그가 사죄한다면..........
글쎄, 쉽게 용서할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