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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동생 희임이의 딸 현주의 대학 졸업식 날.
5호선 동대문 운동장에서 갈아타고 갔더니 한시간이 더 걸렸다.
외삼촌 입장에서 축하해 주는건 당연한 도리다.
집이 멀어,
장위동에 원룸을 얻어놓고 학교다닌단 애긴 들었지만,한번도 찾아가 보질 못했다.
성의 부족일수 밖에 설명할 도리가 없다.
전철로 한시간이면 갈수 있는거린데..........
<한성대학교>
아주 오래전에 누나가 살던 삼선동에서 지척인 거리.
그땐 한성여고가 한참을 산속으로 들어간 곳에 있었는데 이젠 아니다.
그 만큼 서울은 산을 깎고 또 깎아 개발을 거듭해 예전의 산들은 모두 도심으로
변한지 오래다.
그때, 자유당의 민관식과 야당인 민주당의 송원영의 대결은 세간의 관심사였고 명승부였다.
나는 새도 떨어뜨렸던 자유당시절였지만, 늘 승자는 민주당의 송원영의원.
동대문구의 터줏대감격였던 고 송원영 의원.
그 만큼 동대문구는 서민들이 많이 살았던 동네다.
집권당에 불만이 많은 서민층은 자신들의 아픔을 대변하여 줄 야당을 밀어주거든...
12시가 조금 넘어 도착했더니 이미 졸업식은 끝났단 애기.
아니 끝내기도 전에 나와버렸단 애기다.
지루해도 끝까지 남아야지 나와 버리면 어쩐담...
현주도,
2년제 전문대학을 다니다가 때려치우고 수능을 봐 4년을 다녔으니 대학교를 6년간 다닌것.
그 학구열에 대한 집념이 놀랍다.
이윽고 사각모에 검은 졸업예복을 입은 현주의 출현.
덥썩 껴안고 등을 두드려 줬다.
몇번의 기념찰영도 했다.
남은건 사진 뿐이라....
병욱이가 가족사진 전체를 찍으려고 하니 옆에 서있는 사진사가 재빨리 자신이 찍어준단다.
덕분에 몆장을 찍었는데....
-기념으로 이것도 한장 찍으세요 이런기회 아님 못하거든요.
강요하다 시피 삿터를 누른다.
의도적인 강요였지만, 화를 낼수도 없는 상황이라 찍었다.
1장에 3만원인 사진.
이런 방법이 아님 누가 찍지 않는가 보다.
기막힌 이 사람의 상술앞에 혀를 두를뿐...
한성대앞은 장사진으로 차가 빠져나오는데도 한참을 헤맸다.
학교진입로가 차 두대가 교차가 안되는 비좁기만 하다.
하긴, 산속에 있었던 학굔데 뭐 길이 있을턱 있나...
병욱이가 차를 갖고온 탓에 미아 삼거리까지 와서 점심을 먹었다.
-현주야,
외 삼촌이 뭐든 사줄께 먹고 싶은거 말해 뭐든...
-저 감자탕 먹고 싶어요, 저집이 유명하거든요.
-아니,
겨우 감자탕 먹자고??
-제가 젤로 좋아해요 외 삼촌....
-그래도, 오늘은 더 좋은거 먹자꾸나 너 점심사주려고 여기까지 왔는데...
-감자탕이 좋다니깐요 그거 먹고 싶어요.
선택은 현주가 하는거라 어쩔수 없었다.
회든 불갈비든 사줄려고 했는데..........
동생부부와 병욱이, 그리고 현주와 나 5명.
거의 2시가 지난 시간이라 식당은 홀가분해서 좋았다.
감자탕엔 소주 한잔 걸치지 않을수 없지.
매제와 한잔씩 하면서 오늘은 현주도 한잔 권했다.
-너도 오늘은 축하할 날이니 한잔은 해야지?
-그럴께요.
저 소주 잘 해요.
-요즘 신세대가 못먹음 것도 바보지.
남들이 하는건 다 해.
다만 추태는 곤란하고...
-전 그런건 아니예요.
대학은 졸업했지만......
또 다른 고민이 파고 들겠지.
어딘가 취직을 해야할텐데 그것도 여의치 않고....
요즘 좋은 직장 취직은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힘들다는데 어쩌나..
하나의 관문을 넘으면 또 다른 관문이 기다리고 있는게 인간의 삶.
하나 하나 넘을수 밖에....
자신의 의지대로 하나 하나 넘을때의 성취감은 얼마나 보람되는가.
점심후에,
준비해간 용돈 봉투를 내밀었다.
-이거 외삼촌이 너 선물하나 해 줄려고 했는데 준비는 못했고...
네가 필요한거 하나 사라. 졸업선물로.....
-너무 고마워요, 외삼촌.
아주 어렸을때 가끔 막내 이모부에게 용돈을 받곤했다.
그 때의 즐거운 추억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고 생생하기만 하다.
용돈의 많고 적음이 문제가 아니라 누군가로 부터 받았단 환희.
그건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얼마나 그리운 추억을 남기는지.......?
-아,그 때
대학 졸업식에 외삼촌이 오셔서 점심도 사주었고 용돈도 주셨지.
정말로 기분 좋았었어.
까마득한 세월이 흘렀을때......
문득 지난 앨범을 펼쳤을때 이런 기억으로 떠올린다면 그걸로 족하다.
웅비할수 있는 젊음에게 추억을 심어주는것도 우리의 몫이 아닐까?
-암튼 현주야,
그 간 공부하느라 고생했다.
여태껏 학생신분였지만 지금부터가 더 힘든 생존경쟁야.
어쩌면 지금보다도 더 어려운 일이 앞에있을지도 몰라.
그래도 절대로 실망말고 천천히 하나 하나 나아가.
넌, 차분해서 잘 할수 있을거야
고민이 되거나 좋은 남자친구 있음 외삼촌에게 상의도 하고 보여주기고 하고..
알았지?
-네 그럴께요.
홀가분하게 돌아왔을때.....
내 마음도 좋았다.
조금이나마 어른된 도리를 한거 같아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