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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기면 또 만들면 되죠 이게 세상사 입니다 : 13 일째

놋쇠 식기에 대한 추억

 

ㅇ 고 졸업식때 상을 받았다.

부상으로 받은 놋쇠 밥 그릇,  국 그릇과 은수저 한벌의 식기셑트.

학생이라면 당연히 책을 줘야 맞는데 왠 놋쇠 식기였을까?

사각나무곽에 들어있어 무척 궁금했는데....

조금은 서운했다.

내겐 불 필요한 물건 같아보여서지.

 

밥그릇 뚜겅엔 < 축 제 13회 ㅇ고 졸업 >이라 새겨있었다.

학교가 생긴지 얼마되지 않은 탓이라 역사는 짧다.

 

그 당시엔,

밥 그릇은 거의 사기그릇이 주류였고, 잘 사는 사람들이 놋쇠 식기를 사용한 정도.

어머니 눈엔 귀하게 보였던가 보다.

-저 밥그릇은 니 아부지 식기로 쓸란다.그래도 되지?

어머닌, 내가 묻지도 않은데 조금은 미안했던지 물으셨다.

-당연하죠, 그럼 누구거로 써요...

 

조금이라도 색이 바래면 번쩍 번쩍 빛나게 닦아 늘 새것처럼 아버지 밥상에

올려 놓으셨고, 외출이라고 하심  뚜겅을 닫아 아랫목에 이불로 싸두셨다.

그 뜨거운 사랑을 보이셨던 어머니.

지아비 섬김은 지극정성으로 남 달랐던 어머니.

그 시대의 어머니들은 모두 그렇게 하지 않았을까?

남편을 하늘처럼 섬기는 후덕한 그 정성.

-지금 와이프는 어느정도로 날 대할까?

아무리 후하게 점수를 줘도 어머니의 반도 못 따라올거 같다.

 

늘 밥상에 놓인 놋쇠식기.

추운 겨울엔 보온역할을 하는 식기라 뚜겅을 열면 모락모락 김이 오르곤했다.

모든 식구들의 식기가 사기류 일체에서 아버지것만 누런 빛의 놋그릇.

아버진 우리식구의 기둥이고 왕였지.

아버진 밥을 덜땐 꼭 그 놋그릇 뚜겅에 덜곤했다.

 

그 식기는 돌아가실때 까지 늘 아버지가 사용하셨다.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어머니가 사용하신게 아니라 고히 간직했다가

제삿상엔 그 식기에 밥을 담아 놓으시곤했지.

밥그릇과 국그릇, 그리고 수저와 젖가락.

당신이 애지중지하게 사용한 것이라 그랬을까?

그게 무슨 의미가 있다고 그랬었나........

 

지난번 시골에 갔을때...

창고 한구석에 처 박혀 있던 그 식기.

짙은 잿빚으로 바래 구석에 처 박혀 있었다.

아버지 생존시엔 그렇게 빛나는 광채로 늘 밥상에 놓였던 것인데.......

당신의 소지품을 냉대한거 같아 조금 서운했다.

어머니 생존시엔 결코 있을수 없는 일.

-저거 그래뵈도 기념품인데, 잘 보관해라.

보기만 해도 아버지 얼굴이 떠오르는 추억의 식긴데....

-그렇잖아도 아버지 제삿상에 이 식기를 쓰라고 해도 수원오빠는 듣는둥 마는둥

해요..

오빠가 상으로 탄건데 누구 줄수도 없고 버릴수도 없고...

-버리긴 왜 버려?

싫음 내가 보관할께...

난 소중한 기념품이야. 골동품 같은....

-그러세요.

 

20여년을 아버지 밥상에서 하루도 떠나지 않았던 그  식기류.

늘 깔끔하게 관리하고 기분좋은 밥그릇으로 사용했던 아버지 전용식기.

순간 아버지 생각에 울컥했다.

주마등 처럼 스쳐가는 그 숱한 영상들.

아버지와의 결코 가깝지 않고 하늘처럼 올려만 봤던 긴 추억들.

-가시면 끝인데, 왜 그렇게 평생을 근엄하게만 사셨을까?

 

언젠가,

시골에 가면 반짝 반짝 닦아 보관해야지.

사연도 모른 애들은 왠 골동품을 그렇게 보관하느냐고 그럴까?

식기에 얽힌 사연을 애기해 주면 이해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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