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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본드
끊기면 또 만들면 되죠 이게 세상사 입니다 : 13 일째

오늘이 마지막 만남일지 모르겠다.

 

성남시 분당구 금곡동에 위치한 <보바스 기념병원>

외국인이 설립한 병원인가,외국어 발음이다.

용인이 아니라 분당였다.

사당에서 가는 버슬 기다리는데 30 여분.

지루한 기다림이 짜증이 난다.

딱 1시간 소요되는 거리였다.

판교 신도시를 관통해서 가고 있었다.

로또 복권이라고 한동안 떠들썩했던 판교신도시.

그당시 평당 1200이면 결코 싼 가격이 아니었지만, 모두들 로또 복권에 당첨된것으로

알고들 좋아했는데.......

위치도 좋고, 쾌적해 살긴 좋아보이는데,여기도 요즘은 별론가 보더라.

 

산 밑 전망 좋은 곳에 위치한 보바스 병원.

첨엔,

오른쪽 있는 병원에 들렸더니 그곳은 특급호텔수준의 병원이니 부자들이 이용하는 병원인가 보다.

<숙>이 입원하고 있는 곳은 한참 산위로 올라가야 하는 곳에 있어 공기는 좋은것 같았다.

-암 치료를 포기한 환자거나....

-앞으로 6 개월 정도의 시한부 삶을 예약한 환자거나.......

-의식은 또렸한데, 통증완화를 위해 잠시 머무는 병원, 바로 호스피스 병원였다.

모든 희망을 버리고 인간의 존엄을 지키면서 편안히 죽음을 맞이할수 있는 곳.

과연 숙은 모든 것을 운명으로 받아들이면서 조용히 있을까?

자신의 삶을 다 정리하고 준비하고 있을까?

불과 1달반전엔 그렇게도 아무렇지도 않은 사람이 이런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일런지....

 

남은 삶이 오늘일지 낼일지 모르는 시간속에서 지내는 환자들.

모든 번민을 벗고 편안히 정리하고 죽음을 맞이할려고 하고 있을까?

묵묵히 받아들인단 것이 쉬울거 같지 않다.

숙과 같은 연령대의 환자들이 더욱 그렇지.

나이가 너무 아까워서...

 

막다른 골목까지 찾아온 숙.

이젠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는 호스피스 병원.

들어오면 죽어서 나가는 곳이 여기 아닌가.

<죽음>의 공포를 어떻게 받아들일런지.......

 

내가 들어간것도 모르고 깊은 잠에 빠져있는 숙이.

빼빼마른 몸매에 배만 붕 떠 보인다.

가련타.....

곁에 있는 간병인에게 물었다.

-밤잠을 못자나 봐요?

-통증때문에 자다 깨고 그래서 제대로 못자죠.

먹는것도 겨우 알로에 정도고 그것도 조금밖에 못 마셔요 토해서....

딸이 그러는데 짧으면 1 주일, 길면 3주라고 하데요.

- 불쌍하네요.

 

깨워 부등켜 앉힌다.

-먼데 왜 왔어?

기어가는 목소리로 겨우 말을 할뿐, 어떤 의욕도 다 잃어 보인다.

-멀긴 뭐...

아픈 사람도 있는데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야.

어서 털고 일어나야지 왜 그러고 있어?

-글쎄......

누런 눈알과 부은듯한 얼굴,부푼 배 등이 힘든 삶을 연명하고 있음을

알수 있을거 같다.

간이 퍽 나빠진거 아닐까.

복수며, 눈알이 노란것등은 간이 나쁠때 첫 번째로 나타나는 증상이거든...

 

잠시 앉아있는것 조차 힘든지 그냥 눕고 만다.

얼마나 지독한 <췌장암>이라면 이렇게  만드는가.

겨우 2달전만 해도 또렷한 목소리로 애기하던 사람.

 

거금을 차용해간 향이.

끝내 갚지도 못할망정 이런 상황인데도 얼굴한번 내밀지 못하고 있단다.

오늘의 숙의 병을 발병케 한 건지 알수 없지만, 그녀 때문에 얼마나 스트레스 받았던 숙이던가.

순수한 우정을 철저히 농락하고 죽어가는 순간까지도 사과한마디 못하는 여자 향.

사과못한 향은 죽는 순간까지도 빚을 지고 사는 기분일텐데, 왜 털지 못하는가?

지난 모든 과거를 잊어버리고 왈칵 손이라도 잡고 울기라도 해야지.

인간이 아니다.

죽어가는 숙의 앞에서 눈물이라도 쏟으며 사죄를 한다면 용서할수 있을텐데..........

와 보지 않았단 숙의 애기.

 

살아선 아마도 만져 보지도 못할 손.

여기 저기 링겔 꽂는 자국때문에 푸르죽죽한 흉터.

두 손을 잡아보고 흔들어 보기도 했다.

아직은 따스하고 보드랍지만, 어느날 싸늘하게 식겠지.

사춘기 시절에도 보기만 했지 이렇게 두 손을 흔들어 본적이 있었던가?

오늘 만남이,

어쩜 숙과의 마지막 조우가 될지도 모르겠다.

숙의 삶을 오랫동안 지속시켜 준단 보장이 없으니까...

자꾸 눈물이 쏟아질거 같아 병실을 나오고 말았다.

이런 위치에서 우린 무슨 의미가 있을까.

기어이 숙은 서둘러 이승을 떠나려 준비하고 있는데............

-친구야,

고통없이 편히 가거라, 부디 좋은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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